박성일 음악감독 (5)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이태원 클라쓰’ OST는 여전히 남다른 클라쓰를 자랑하고 있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끝이 났지만 OST 가호의 ‘시작’, 김필의 ‘그때 그 아인’, 하현우 (국카스텐)의 ‘돌덩이’ 등은 음원차트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태원 클라쓰’의 쫄깃한 스토리와 개성넘치는 캐릭터는 OST를 만나 더 큰 힘을 발휘했고 그 중심에는 호기심스튜디오의 박성일 음악감독이 있었다.

과거 대중가요 작곡가로 활약하던 그는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아스달연대기’ ‘구해줘1·2’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등을 통해 이제는 음악감독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에도 가창곡과 스코어곡을 포함하면 150여곡 이상의 OST를 탄생시킨 그는 “나에게는 기념비적이기도 하다. 매번 작품 끝난 건 똑같은데 이번 작품은 반응도 좋고 차트 성적도 좋다. 차트 안에 있는 전체 곡 수가 현저히 많고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사실 박성일 음악감독은 계원예고 재학시절인 1996년 우연한 계기로 혼성그룹 마로니에 음반에 참여하면서 데뷔한 뒤 이른 나이에 신촌뮤직에 들어가 박효신 장나라 박화요비 이기찬 등의 히트곡을 탄생시킨 유명 작곡가다. 이후에는 ‘봄날’ ‘햇빛 속으로’ ‘네 멋대로 해라’ ‘이 죽일 놈의 사랑’을 비롯해 ‘성균관 스캔들’까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의 OST 작업에도 참여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저작권협회 가입이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다녔던 1996년이다. 신촌뮤직에 박효신, 박화요비가 연습생이던 시절에 들어갔는데 내공을 쌓아야 하는데 유명한 선배와 친구들을 만나 작업을 하다보니 음악을 잘한다는 착각속에 살았다. 어느 순간 돌이켜 보니 OST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있더라. 아이돌이 등장하고 CD에서 음원으로 시대가 바뀌면서 나와 일을 할 수 있는 유명한 가수의 회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언가 해야 하는데 드라마와 영화의 삽입곡을 만들어서 먹고 살았다. 그러다 김원석 감독과 ‘몬스타’라는 작품을 음악감독으로 처음하면서 엄청나게 많이 배웠다. 내가 알고 있던 음악과는 결이 다른 작업이라고 느꼈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바라보는 시야가 많이 달라졌다.”

실제로 박 감독은 ‘몬스타’ 이후 김원석 감독의 ‘미생’ ‘시그널’ ‘아스달 연대기’까지 모두 음악 감독을 맡으며 남다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김원석 감독 필모는 다했는데 여전히 그는 어렵다. 작품에 있어서는 대충이 없고 릴렉스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면서 “과거에는 음악을 빨리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거나 생각나는데로 꺼내 놓은 거더라. 나이가 들면서 제가 그들에게 잘 맞추는 게 아니라 내 기준점이 높아져서 함부로 꺼내지 못하고 한곡을 꺼내는데 신중함이 더 커지고 있다. 안에서 치열할수록 바깥에서 좋은 평가를 듣는다”고 밝혔다.

또 그는 “내가 대중음악을 만들다 음악감독으로 전향해서 그런지 업계 경력이 많은 분들이 많으시지만 나처럼 많은 송을 만든 분은 많지 않고 접근하는 것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음악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지고 듣는 음악 자체 폭이 넓어졌다. 과거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도화지가 스케치북이라면 지금은 엄청나게 크게 그릴 수 있다. 음악가의 길로 보면 재밌는 작업이다. 곡 하나하나의 매출보다는 잘 만들어지는 과정이 즐겁고 재밌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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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제공

그는 자신이 설립한 호기심스튜디오를 통해 모든 곡작업은 물론 저작권,퍼블리싱 관리, 홍보, 마케팅 등 영상 음악에 모든것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미국인 작곡가들과 곡 작업을 통해 음악적으로 보다 확장성도 꾀하고 있다.

“한국 스태프는 한국 정서대로 만들고 외국인 작곡가는 그 친구들대로 잘 만들어진 할리우드 음악처럼 곡을 만든다. 내가 작곡한 곡을 그쪽에서 편곡해주기도 하고 우리가 다시 편곡해주기도 하는 양쪽 체재를 모두 가지고 있다. OST 스튜디오 중 해외와 작업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인 것 같은데최근에는 프랑스 팀도 저희에게 연락이 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회사 이름이 호기심인 것처럼 재밌는 것을 좋아하는데 궁금한 것은 한번 해봐야 한다”던 그는 “외국가수와도 해보고 싶다. ‘밥 잘사주는 누나’가 레이첼 야마가타와 했는데 한국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풀어낸 게 센세이션 했다. 콜드플레이 등과 한다면 재밌을 것 같은데 유명도를 떠나서 아예 접근이 다른 외국가수와도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K팝이나 K드라마 인지도가 높아져서 한번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OST를 가수를 보고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참여한 사람을 보길 바란다. 우리를 알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이해하고 보다 흥미롭게 들으시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환경이 좋아지고 산업도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호기심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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