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치국
두산 박치국. 미야자키 | 윤소윤기자 younwy@sportsseoul.com

[미야자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이제 보여줄 때가 됐죠.”

2020년 두산은 마운드 리빌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시즌 종료 후 유희관, 이용찬, 권혁, 이현승 등 투수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얻기 때문이다. 이번 스프링캠프에 어린 투수들이 대거 합류한 이유다. 두산 관계자는 “캠프를 앞두고 젊은 투수들을 일부러 많이 뽑았다. 마운드 세대교체에 초점을 맞췄다”며 “1~3년 꾸준히 훈련하며 성장했는데, 감독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캠프 때만 해도 막내급에 속했던 ‘아기곰’ 박치국(22·두산)의 달라진 모습은 그래서 더 반갑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좋았던 때의 모습을 거의 회복했고, 자신감도 가득 채웠다. 박신지(21), 정현욱(21), 전창민(20) 등 후배 투수들을 이끄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치국은 “어린 친구들이 많이 와서 잘 챙겨주고 있다. 밥도 사주고, 조언도 해주고 있다”라며 달라진 위치에 따라붙은 책임감을 드러냈다.

스스로에게도 중요한 해다. 박치국은 2018시즌 17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하며 두산의 든든한 불펜진으로 자리했지만, 지난해 급격하게 흔들리며 기량을 유지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박치국의 이름은 없었다. 선수는 이를 악물었다. 재도약을 다짐한 박치국은 캠프를 앞두고 가장 먼저 체중 조절에 나섰다. 지난 두 달간 7㎏을 감량하며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는 “좋았던 때 몸무게로 돌아가고 싶어 비시즌 기간 열심히 몸 관리를 했다”며 “확실히 컨디션이 좋다. 코치님들이랑 상의하고 폼 교정을 하면서 벨런스도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치열했던 혼자만의 싸움은 성과로 이어졌다.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진행된 실전 경기에 두 차례 등판해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 25일 세이부전에서 2이닝 1볼넷 1삼진 무실점 피칭을 펼쳤고, 이틀 후 진행된 소프트뱅크 2군과 친선 경기에서도 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김태형 감독은 “(박)치국이가 벨런스를 찾은 것 같다. 팔 위치를 바꾸면서 투구폼이 좋아졌고, 본인도 자신감 있게 던지더라. 다시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기분 좋은 부담감이다. “재작년엔 잘했는데 지난해 많이 안 좋았다. 부진을 겪었으니 이제 보여줄 때가 됐다”는 그의 표정엔 의지가 가득했다. 박치국은 “감독님께 잘보이고 싶은 맘도 크다. 올시즌에도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감이 늘 있었다”며 “감독님이 칭찬하셨다고 하니 이제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웃었다. 얼마 남지 않은 캠프 기간의 목표는 ‘유지’다. 그는 “목표는 잡지 않았다. 체력 관리도 잘하고 체중도 유지해 개막전 잘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굳게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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