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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혁. 두산베어스 제공

[미야자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정)상호 형이요? 든든하죠.”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로 안방마님 양의지를 내준 두산은 많은 우려 속에 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두산은 ‘포수 왕국’ 명성에 걸맞은 반전을 만들었다. 백업에 불과했던 박세혁(30)이 주전 포수로 우뚝 섰고, 활약도 충분했다. 풀타임 시즌 첫해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는 결승타를 친 박세혁은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컵까지 품에 안았고,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생애 첫 태극마크도 달았다. 의심의 여지 없는 활약이었다.

박세혁은 올해도 두산의 주전 포수 역할을 맡는다. 일본 미야자키에서의 2차 캠프를 지켜본 김태형 감독이 “(박세혁은)더 이상 신인도 아니고 2년 차 징크스도 없다. 연습하는 걸 보니 믿음직스럽다”고 말할 만큼 신뢰도 두텁다.

활약과 평판만 놓고 보면 베테랑 포수라 불릴 만한 커리어지만, 박세혁은 주전 포수로서 이제 겨우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때문에 부담감에 휩싸이는 건 당연하다. 마운드 보강을 캠프 과제로 설정한 두산은 이번 스프링캠프에 어린 투수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이들의 성장을 이끄는 건 고스란히 박세혁의 몫이다. 올시즌엔 외국인 투수까지 전부 바뀌어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걸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상호(38)의 합류는 그래서 더욱 큰 힘이 된다. 전성기를 훌쩍 지난 나이지만, 그가 프로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험은 박세혁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부분이다. 박세혁은 “베테랑 (정)상호 형이 오면서 팀이 안정적으로 바뀌는 게 보인다”며 마음을 놓았다. 올시즌에도 우승을 겨냥하고 있기에, SK 왕조 시절의 한 축이었던 정상호의 경험이 더욱 필요하다. 박세혁은 “(정상호가)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고 SK 왕조 시절을 함께 했던 포수다. 나도 배워야 할 점이 많다. 몸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페이스 조절까지 많은 걸 물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가장 많이 공유하는 건 투수들 얘기다. 박세혁은 “(이번 캠프에선) 어린 선수를 어떻게 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눈다. 내가 물어볼 때마다 각 투수들의 좋은 점에 대해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원했던 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앞서 김 감독은 “정상호는 고참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부담스러울 거다. 하지만 제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밝혀왔다.

정상호 역시 “메인 포수는 세혁이지만, 나는 내 역할을 하면 된다. 투수들마다 갖고 있는 장점이 있고, 나는 이걸 끌어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팀에 보탬이 되겠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포수 왕국’ 두산은 어느 때보다 든든한 전력 속에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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