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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선. 미야자키 | 윤소윤기자 younwy@sportsseoul.com

[미야자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사람은 간절해야 하나봐요.”

올시즌 ‘영건’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두산 마운드에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영건’이라 불리기엔 조금 나이가 있다. 그러나 이번 캠프에서 보여준 활약만큼은 어린 투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군 복무까지 마치고 당차게 1군 경쟁에 뛰어든 채지선(24) 얘기다.

상대적으로 가능성과 기회가 많은 젊은 투수들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이번 캠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이유다. 다행히 노력 만큼의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 26일 요미우리 2군과의 평가전에서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선 채지선은 2이닝 1피안타 5탈삼진을 기록하며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날 관중석에서 채지선의 투구를 지켜본 동료 투수들도 그의 깜짝 활약에 기뻐하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27일 미야자키 이키메 구장에서는 두산의 2차 캠프 마지막 실전 경기가 펼쳐졌다. 관중석에서 소프트뱅크 2군과의 평가전을 지켜보던 채지선은 인터뷰 요청에 감격과 쑥스러움이 공존하는 표정을 지었다. 홀로 받는 주목이 처음이었던 탓이다. 이날 채지선은 ‘간절하다’는 단어에 유독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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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하루하루가 간절하다”고 운을 뗀 채지선은 이전과 올해 캠프 무게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제대하고 4년 만에 1군 캠프에 왔다”며 “이제 정말 간절하다. 매 경기 등판이 간절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지선의 간절함은 동료들도 이미 알고 있다. 그의 등판 때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던 이유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채지선을 향해서도 장난스럽게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제가 간절한 걸 옆에서 많이 봐서 그렇다. 형들, 동료들의 응원 덕분에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캠프 기간의 목표는 감독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 김 감독은 “채지선은 이번 캠프에서 처음 봤는데, 채지선을 비롯한 어린 투수들이 안정적이고 자신 있게 던졌다”고 평가했다. 채지선은 “조금 더 많이 던져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감독님께 믿음을 드리고, 1군까지 가서 여기서 보여드린 것 처럼 잘 던지고 싶다”고 소망했다. 제대 후 떨어진 감을 끌어 올리는 게 마지막 미션이다. 채지선은 “제대하고 공을 많이 안 던져서 부족한 게 많다. 스피드도 더 끌어올려야하고 예전 폼도 찾아야 한다”고 각오했다.

그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인터뷰 막바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밝힌 그의 목표는 이뤄질 수 있을까. “꿈은 꿈이니까요. 풀타임 해보고 싶습니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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