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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묵직함’의 아이콘, 오재일(34·두산)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지난해 극적인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KS) 정상을 차지한 두산의 중심엔 든든한 중심타자 오재일이 있었다. KS 4경기에서 타율 0.333(18타수 6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우승을 이끌었고, 생애 첫 KS 최우수선수(MVP)영예도 안았다. 잠깐의 활약이 아니다. 지난 25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구춘대회 세이부전에서도 홈런을 뽑아내며 여전한 타격감을 자랑했다.
그런 그에게도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큰 체구와 거포형 타자라는 인식으로 인해 ‘둔하다’는 이미지가 박혀버렸기 때문이다. 오재일은 “내가 몸집이 크다보니 느리다는 선입견이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오재일 스스로는 체구에 비해 빠른 발을 가졌다고 자신했다. 느리다는 이미지가 조금은 억울한 이유다. 그는 “사람들이 다 내 달리기가 느린 줄 알더라.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두산 내에도 자신보다 발이 느린 선수가 꽤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한테 달리기로 지는 선수들이 있다. (정) 수빈이같이 빠른 선수들만큼은 아니지만 엄청 둔하고 그런 이미지는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재일은 ‘느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비력 강화를 택했다. 공격에서는 충분한 실력을 입증했으니, 주 포지션인 1루 수비를 보완해 수비도 잘하는 중심타자로 우뚝 서는 게 목표다. 그는 “수비할 때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순발력 훈련을 하고 있다”며 남다른 의욕을 드러냈다.
올시즌에도 두산 1루를 책임지는 오재일의 수비 부담은 지난해보다 조금 더 무거워졌다. 그는 “1루 수비가 쉬워 보이지만, 사실 1루에서 안 좋은 그림이 나오면 내야 전체가 어수선해진다. (1루에서)실책이 나와버리면 내야가 통으로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최근 왼손 타자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1루 쪽 타구가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는 “(1루 타구가 늘어난걸) 체감한다. 요즘 들어 왼손 타자에게 커터나 투심을 많이 던져서 예전보다 땅볼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그래서 수비 훈련에 조금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오재일은 “수비 연습에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것은 아니지만, 할 때 최대한 열심히 한다. 코치님께서는 타격 훈련에 집중하라고 하시는데, 나는 최대한 같이 하는 쪽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 강점이 수비다. 내야진이 다 너무 잘해서 나도 잘해야 한다”며 묵직한 각오를 덧붙였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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