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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골퍼’ 윤채영(27·한화)이 데뷔 9년만에 늦깎이 첫 승을 신고했다.
윤채영은 20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GP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연장 첫 홀에서 짜릿한 버디퍼트를 떨궈 데뷔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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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영은 이날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로 김해림(25·하이마트), 장수연(20·롯데마트)과 동타를 이뤘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연장전의 기싸움은 팽팽했다. 윤채영이 두 번째 샷을 핀 뒤쪽 1.5m에 붙이며 버디 찬스를 잡자 김해림도 핀 앞쪽 2m에 멈춰세우며 응수했다. 장수연은 티샷을 왼쪽 러프로 보내는 바람에 세 번째 샷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는데 볼이 멈춰선 위치가 공교롭게도 윤채영의 뒤쪽이었다. 장수연이 파 퍼트를 넣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윤채영이 그린 상태를 머릿속에 입력하는 사이 김해림의 퍼트가 컵을 지나치고 말았다. 더욱 홀가분한 마음으로 퍼터를 잡은 윤채영은 주저없이 볼을 컵 속으로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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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13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이후 롤러코스터를 탔다. 14번 홀에서 보기를 범한 사이 박인비(26·KB금융그룹)와 장수연 등이 버디를 추가하며 5명이 공동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박인비가 가장 먼저 경기를 마친 사이 김해림이 15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퍼트 두 번으로 간단히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뛰쳐나갔다. 윤채영도 15번 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핀 2m 앞에 붙여 버디를 잡으며 다시 공동선두를 만들었지만 16번 홀에서 드라이브샷을 왼쪽 러프에 빠뜨린 뒤 두 번째 샷까지 그린 오른쪽 벙커에 떨어뜨려 보기를 적어냈다. 그 사이 장수연이 마지막 18번 홀에서 4m 짜리 버디 퍼트를 떨궈 공동선두 그룹에 합류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해림은 16 번 홀과 17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 퍼트를 놓쳐 자력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날렸고 챔피언조에서 뒤따라오던 윤채영은 17번 홀(파3)에서 8m나 되는 긴 버디퍼트에 성공하며 기사회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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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영은 “2라운드까지 보기가 없었기 때문에 오늘도 보기를 하지말고 멋지게 마무리하자고 마음먹고 나갔는데 첫 보기를 하면서 잠시 흔들렸다. 그래도 우승이 멀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돌이킨 뒤 “매년 시즌을 시작할 때면 올해에는 꼭 우승을 해야지하고 다짐했는데 9년만에 해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상위권에 많이 진입했지만 우승을 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에는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하는 생각은 버리고 내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마음먹고 어린 친구들과 독하게 훈련을 했다. 덕분에 한층 성숙해졌다고 느꼈고 이번에는 내 자신에게 기대를 하면서 시즌을 시작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윤채영은 “아직 우승 못한 후배들이 나를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끝까지 참고 버텼으면 좋겠다. 요즘 루키들은 포기가 조금 빠른 것 같다”고 밝힌 뒤 “우승은 해본 사람이 한다고 하는데 이제 첫 승을 거뒀으니 시즌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우승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우승했으면 더 좋을 것같다. 스폰서사가 후원하는 대회이기도 하지만 틈만나면 합숙하고 코스에서 훈련했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투자한만큼 거둬들이고 싶은 욕심이 난다”고 다음 목표를 분명히 했다.
제주 |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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