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
오리온 제주용암수 생산 공장(왼쪽)과 제주도개발공사. 제공| 각 사

[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국내 생수 시장이 해마다 성장하는 가운데 제주에서 ‘먹는 물’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오리온은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여부를 놓고 엇갈린 주장으로 갈등을 빚고 있으며 제주 삼다수는 노조 출범과 함께 제품 생산을 멈춘 상태다.

◇오리온 용암수에 “국내시판 중단” 최후통첩

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오리온이 이미 (제주에) 공장을 지었다는 이유 만으로 국내 생수시장을 노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리온 측이 제출한 당초 사업계획서 등에는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에 대한 제주용암수 수출 계획만 담겨 있었다”면서 “오리온 관계자들과 두 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에 대해 묵시적 동의나 긍정적인 언질을 준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리온 경영진이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면서 “은근슬쩍 제주도를 무시하며 기정사실로 밀고 가려 한다면 물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양 측의 갈등은 오리온이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 계획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제주도청은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를 허가한 적 없다며 반발했으나 오리온은 국내 판매를 강행했다.

오리온은 국내 시판 없이 해외 진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오리온 측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해 지난달 31일까지 보완하라고 요구했으나 오리온 측은 제출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1월 말까지 사업계획서 보완을 재차 요구한 뒤 이를 전달하지 않거나 사업 내용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용암해수 공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새해부터 노사갈등에 흔들리는 제주 삼다수

25년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 온 제주 삼다수도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제주도개발공사 노동조합은 2일 오후부터 제주도청 정문 앞 도로에서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사는 동절기 공장 설비 정기검사를 마치고 공장가동에 돌입할 계획이었으나 총 파업으로 전체 4개 생산라인 중 L2, L3, L5라인 등 3곳의 생산이 중단됐다.

공사는 지난 25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왔다. 제주도개발공사 노조는 지난 2018년 10월 삼다수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2월 출범됐다. 이후 공사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총 19차례에 걸쳐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총파업에 나섰다. 노조 측은 이경호 공사 사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며 야간근로수당 확대(통상임금 2배 지급), 성과장려금 도입, 인사위원 추천권 확대(1인→2인), 근속승진 도입 등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공사가 비축한 제주삼다수 물량은 11만2000t 가량이다. 공사는 삼다수 유통판매사인 광동제약이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6만t을 확보해 당분간 육지 물량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2개월 이상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주개발공사 노조에는 물류관리팀 직원들도 포함돼 유통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제주용암수를 수원지로 하는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로 물 시장점유율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삼다수 노사 갈등이나 오리온-제주도 측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점유율은 물론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vivid@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