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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 키움 감독, 맷 윌리엄스 KIA 감독, 허삼영 삼성 감독, 허문회 롯데 감독(왼쪽부터). 사진 | 스포츠서울 DB, KIA, 삼성, 롯데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경자년(庚子年)은 60년 만에 맞이하는 흰쥐 해다. 흰쥐는 쥐 중에 우두머리로 매우 영리하고 생존력이 뛰어나다. 쥐띠해는 풍요, 희망, 기회의 해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올해는 새로운 10년의 출발인 2020년이다. 올해 사령탑 데뷔를 앞둔 네 명의 KBO리그 신임감독의 얘기를 안들어볼 수 없는 이유다. 풍요와 희망, 기회를 강조한 손혁(키움) 맷 윌리엄스(KIA) 허삼영(삼성) 허문회(롯데) 감독의 속내를 엿봤다.

출발선에 서면 누구든 우승을 꿈꾼다. 당장 올해이든, 임기 내이든 ‘팀을 잘 이끈 명장’이라는 칭호를 받고 싶어 한다. 정상에 서려면 2010년대를 기준으로 두산을 넘어서야 한다. 강점을 극대화하면 두산을 넘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새해 시작부터 선수단에 심어줘야 한다. 서로 다른 성향 답게 다른 답변을 내놓았지만, 신임 사령탑 4총사는 “객관적으로 뒤지는 전력”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키움 손 감독은 “마무리 투수는 우리가 두산보다 낫다. 올해는 조상우에게 고정 마무리 역할을 맡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 감독의 올해 목표가 “지난해보다 한 발만 더 가자”인데, 한국시리즈 준우승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우승이다.

팀 재건 특명을 받은 하위권 신임감독들은 ‘미래’를 강조했다. KIA 윌리엄스 감독과 삼성 허삼영 감독은 “잠재력을 가진 원석이 (두산보다) 많다. 원석을 잘 다듬어서 기초와 기본기에 강한 팀을 만들어 이들로 최상의 전력을 꾸리는 게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둘 다 “특정선수를 콕 찍어 말하긴 어렵지만 능력있고 기대되는 선수가 정말 많다”며 머지 않은 미래에 두산을 넘어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재치있는 입담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허문회 감독은 “롯데가 두산보다 뛰어난 점은 연봉”이라며 웃었다. 그러더니 “코칭스태프의 노력여하에 따라 선수단이 연봉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한 기회로 젊은 선수들이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키겠다는 게 하위권 팀 신임감독 삼총사의 공통 포부다.

물론 구체적인 목표도 있다. 신흥명가 키움은 이미 한국시리즈 우승을 구체적 목표로 설정했고, 전통의 명가 KIA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들이 성공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로 확실한 도전의식을 심어주겠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롯데를 이끄는 두 명의 허 감독은 거창한 목표 대신 ‘차별화 전략’을 앞세웠다. 허삼영 감독은 “지금껏 하지 않았던 야구, 가진 전력으로 최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 되는 게 올해 목표”라고 설명했다. 허문회 감독도 “매 경기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첫 번째다. 하루하루 노력하다보면 좋은 결과는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흰쥐 해답게 풍요로운 미래를 예고했다. 신임 사령탑이지만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선수들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묻어났다. 손 감독은 “부상없이 자기 실력을 낼 수 있는 팀이 되면 성적은 보장된다고 본다. 성적을 내면 선수가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밝혔다. 윌리엄스와 허삼영 감독도 “미래를 밝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기량이 향상되고 이를 통해 얻는 성공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미래를 밝게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허문회 감독은 이번에도 약간 다른 결을 보였다. 그는 “팀 문화를 개선하는 게 풍요로운 롯데를 만드는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직관계를 최소화하고 코치들도 권위의식 없이 선수와 호흡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눈치보지 않고,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우리팀에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표와 포부에 겸손함을 유지했지만 승부에서 지고 싶은 감독은 한 명도 없다. 네 명의 신임감독이 펼칠 2020년대 첫 시즌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야구팬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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