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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이천수(38) 인천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은 최근 몇 달 사이 눈에 띄게 흰머리가 늘었다.
이 실장은 최근 어느 때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2020년 구상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업무량도, 신경쓸 일도 많은 탓에 집에도 잘 못 들어갈 정도로 분주하다. 선수에게 12월은 휴가를 즐기는 시기지만 이 실장은 선수 영입 등의 문제로 더 정신이 없다. 한 시즌 내내 잔류라는 과제를 앞에 두고 마음을 졸이던 그는 한숨을 돌릴 사이 없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만난 이 실장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일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늘도 공개 테스트가 있어 가봐야 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전력강화실장, 팀 색깔을 만드는 자리”이 실장의 주 업무는 선수 스카우트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유스팀 관리부터 코칭스태프와의 커뮤니케이션, 사무국에서의 행정 등 크고 작은 일이 모두 이 실장의 몫이다. 이 실장은 “제가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를 생각해보면 입단할 때 감독을 가장 늦게 만났던 기억이 난다. 협상, 미팅 등은 보통 테크니컬 디렉터와 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사실상 그 역할이다. 단순히 선수만 영입하는 일이 아니라 팀 전체의 색깔과 방향을 정하는 일도 해야 한다. 감독이 떠나도 팀의 철학을 유지해야 좋은 팀이다. 그 팀을 만드는 게 제 일이다. 굉장히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실장이 최근 가장 크게 신경쓰는 일은 유스팀의 경쟁력 강화다. 이 실장은 “중학교 팀인 광성중을 더 좋은 팀으로 만드는 일이 지금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면서 “제가 찾아보니 광성중에서 대건고(18세 이하 유스팀)로 진학하는 비율이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더라. 그 비율을 높여야 한다. 고등학교의 경우 이미 기업구단과 경쟁하기 힘든 수준이라 우리는 광성중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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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사, 국내 팀으로 팔고 싶지 않다”
이 실장은 올해 1월9일 인천 사무국에 입성했다.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늦게 팀에 들어왔음에도 문창진이나 이재성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이슈를 뿌렸다. 이 실장은 “저도 큰 기대를 하고 영입했는데 부상 변수가 정말 컸다. 전반기에는 우리가 구상했던 베스트11을 단 한 번도 가동하지 못했다. 전임 감독도 그 문제로 힘들어했다.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2020년은 다르다. 이 실장은 한 시즌 동안 눈여겨 봤던 선수들을 낙점해 영입 리스트에 올려놨다. 지난 시즌보다 미리 팀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다. 인천 사정상 비싼 선수를 데려오긴 어렵지만 실력을 갖춘 알짜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 보강을 노린다. 이 실장은 “저는 한 시즌 동안 영입하고 싶은 선수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놨다. 각자의 팀에서 완벽한 주전으로 뛰지 못하지만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데려오려고 한다. 1부리그에 인천이 남을 수 있는 전력을 만들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인천 팬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스트라이커 무고사의 거취다. 인천의 핵심 공격수인 무고사는 국내 복수 클럽의 관심을 받는 선수라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인천은 일단 무고사를 비롯해 케힌데, 마하지, 부노자 등 외인 4명을 모두 지킬 계획이다. 이 실장은 “무고사는 이적시키지 않는다는 기조를 세웠다. 이제 와서 무고사를 이적시키면 모든 게 흔들릴 수 있다. 12월 말인데 팀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를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국내 구단으로 팔고 싶지 않다”라며 이적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어 “무고사는 인천을 좋아한다. 팀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크다. 태국 전지훈련지로 바로 합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거부한다, 2020년엔 강등 걱정 없이 편하게”인천의 별명은 ‘잔류왕’이다. 늘 강등권에서 싸우지만 아슬아슬하게 살아남는 본능에서 비롯됐다. 한편으로는 유쾌하지 않은 별칭이다. 늘 강등 걱정을 하는 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이 실장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는 “잔류왕이라는 별명은 싫다. 이제 더 이상 드라마는 보고 싶지 않다”라면서 “2020년에는 팬이 강등 걱정 없이 편하게 가을에도 축구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내년에는 시즌 막판이 아니라 초중반에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 스플릿 라운드에 들어가는 시점에는 강등권에 비해 많이 앞서가고 싶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울 수 있지만 2019년에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했다. 현실적으로 접근하겠다”라는 목표를 설명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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