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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코미디는 대중에게 꼭 필요하죠. 밝은 콘텐츠로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
tvN은 “즐거움엔 끝이 없다”라는 슬로건에 부합되도록 수년간 신선한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오며 tvN 표 즐거움을 만들었다.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실험적인 시도와 수많은 제작자들의 힘이 있었다. 그 안에는 안상휘 CP(책임프로듀서)의 일조도 컸다.
코미디쇼 ‘SNL 코리아’ 시리즈부터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혼술남녀’, ‘빅 포레스트’, 토크쇼 ‘인생술집’까지. 모두 안CP를 거친 프로그램들이다. 최근에는 지난 2일 종영한 코믹 판타지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이하 ‘천리마마트’)로 시청자와 만났다. 시청률은 평균 2%대(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로 아쉬운 성적표였지만 원작 웹툰의 B급 재미와 드라마적 장치를 적절히 녹여 호응을 얻었다.
안CP는 “웹툰을 원작으로 둔 드라마 중에서 성공작은 많지 않다. 또한 원작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힘들다는 우려도 있어 제작은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천리마마트’ 원작 웹툰을 보고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는 도전 정신이 생겼다. 백승룡 PD도 자신감을 보였고 마음이 맞아 탄생하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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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도전 정신’으로 첫 발을 뗐지만 제작 과정에서 작가 교체라는 어려움에 닥치기도 했다. 캐릭터 구현에 고민도 있었으니 그 대상은 빠야족이었다. 안CP는 “웹툰 속 빠야족은 어두운 피부톤에 의상 또한 남다르다. 자칫하면 인종차별 논란이나 외국인 비하 등의 이슈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이 빠야족을 거부감 없이 보실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다. 다행히 적절한 분장으로 잘 표현됐고 특히 최광제를 중심으로 빠야족을 맡은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줬다”라고 떠올렸다.
‘천리마마트’의 또 다른 실험적인 요소는 주1회 드라마라는 점에 있었다. 앞서 안CP는 지난해 ‘빅 포레스트’로 주 1회 제작 경험을 가졌던 바. 다시금 금요드라마를 맡은 소회가 궁금했다. 안CP는 “두 작품 모두 스토리상 매 회를 끊어가는 접근이 더 수월해 에피소드 방식으로 풀어봤다. 효과음, 뮤직비디오 등을 삽입하는 시도를 하며 드라마에 적용할 수 있는 장치를 꽤 많이 차용해봤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보통의 드라마는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했지만, 그렇지 못해 개연성은 떨어졌다. 주 2회가 되어야 화제성도 오래갈 수 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을 것 같다. 초반보다 후반에 힘이 떨어진 느낌도 들었다”라며 아쉬운 지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전보다 짧아진 분량을 찾는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괜찮게 와닿지 않았을까. 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답답하게 여겨졌을 것”이라며 명암을 고루 자평했다.
안CP는 드라마와 예능, 다양한 장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크게 보면 다채롭게 손을 대는 듯해 보이지만 모두 코미디라는 한 뿌리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안CP는 “제가 맡았던 프로그램은 ‘인생술집’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본을 베이스로 두는 코미디에서 출발한다. 여러 장르에 임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코미디로 비롯된 프로그램들로 한 우물을 파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안CP가 인터뷰에서 많이 언급한 단어와 집중한 이야기는 ‘코미디’로, 대화 곳곳 코미디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심었다. 그가 코미디를 놓을 수 없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필요성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건 웃음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지만 웃음과 거리가 먼 작품들도 많다. 해피바이러스를 드리는 게 저의 소명인 것 같다”.
실제로 안CP가 거친 프로그램은 대부분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포인트들로 가득하다. 또한 유독 신동엽과 수차례 함께해 보는 재미는 더욱 배가됐던 바. ‘SNL 코리아’도 그랬고 ‘인생술집’, ‘빅 포레스트’까지. 안CP는 신동엽이 최고의 파트너이자 방송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를 듣고 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신동엽은 방송을 풀어가는 재능이 탁월하다.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정확히 알고 선도 잘 지킨다. 남다른 소화력도 있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이 19금 농담을 하면 싸늘한데, 신동엽이 하면 웃음으로 번진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이다. 배려심도 많아 출연자들도 세심하게 챙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저와 성격도 비슷하다. 특정 말을 동시에 꺼내는 경우도 있어서 신동엽이 저한테 ‘형, 뭐 하다가 이제 나타난 거야’ ,‘나랑 생각이 그렇게 똑같아?’라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찰떡같은 합을 가진 안CP와 신동엽. 또 재회해 웃음을 전할 수 있길 기대하게 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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