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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조원태 체제 출범 이후 대한항공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대한항공은 첫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 직위체계를 간소화하고 임원 수를 20% 줄이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올해 조원태 회장에게 있어 대한항공은 나날이 난감하고 어려운 과제들이 연속적으로 불어닥쳤다. 외부적으로는 유가상승과 함께 탑승객 감소, 화물 사업 악화가 극심해졌고, 한진칼 2대주주인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 진행중이다. 내부적으로는 상속을 둘러싼 남매간 지분과 역할분담 문제 등 겹겹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대한항공은 대내외적인 위기에 비교적 선제대응을 알맞게 해오며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대한항공은 올해 철저히 수익 중심의 사업을 펼치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영환경에 대비해오고 있다. 앞서 조원태 사장은 지난달 29일 임원인사 이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대한항공 중심의 항공사업에 주력하겠다”면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큰 폭의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을 비롯해 서용원 한진 대표, 강영식 한국공항 대표 등 고 조양호 회장의 측근 등이 대거 물러나고 임원의 수도 20% 이상 감축되는 등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임원들이 빠진 공석에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해 역동적인 조직문화 정착, 미래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이와 함께 사장 이하 임원 직위체계를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 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의 축소하고, 불필요한 결재 라인은 간소화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
창립 50주년을 맞아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이 역대 유니폼 11종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대한항공

또한 올해부터 본격화된 LCC와의 극심한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단거리 노선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대한 공급을 늘리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미주 노선에 대한 수익이 많이 창출되고 있는 만큼, 해당 노선에 대한 공급을 늘리며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또한 향후에는 조인트벤처 협업을 늘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조 회장은 이와 관련해 “가능하면 델타항공 말고도 다른 조인트벤처와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 시스템도 수평적이고 유연하게 바꾸는데 힘쓰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는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로서, 대한항공은 새로은 100년으로의 도약을 위해 직원들의 행복 지수와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각고의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점심시간 자율선택제, 노타이 정착, 사무용 기기 전면 교체 등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부문에서 변화를 꾀한 대한항공은 최근 근무 복장 전면 자율화 제도를 도입하는 파격을 선보이면서 직원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직원 자녀 1600여 명을 회사로 초대해 엄마·아빠가 일하는 회사를 소개하는 ‘패밀리 데이’ 행사를 마련하는 등 직원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승무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위시 데이’ 제도르 ㄹ운영하는 한편 단거리 왕복 연속 근무 축소, 야간비행 휴게 여건 개선, 스케쥴 변동 최소화 등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임직원들의 행복 지수 높이기에 적극적인 이유는 회사와 직원과의 소통 접점 확대를 통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 기업 경영에 있어 핵심 경쟁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임직원들이 더욱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문에서 변화를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조원태 보잉계약
대한항공은 6월 18일 저녁 (현지 시간) ‘파리 국제 에어쇼’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보잉787-10 20대, 보잉787-9 10대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이 보잉787 항공기 모형을 들고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산 무니어 보잉 상용기 판매·마케팅 수석 부사장, 캐빈 맥알리스터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CEO,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존 플뤼거 에어 리스 코퍼레이션 사장. 제공|대한항공

최근에는 IT시스템에도 관심을 가지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7월부터 20년 가까이 써오던 대한항공의 마이크로소프트 기반의 업무 시스템을 버리고 클라우드 기반의 구글 G스위트로 변경하면서 모든 팀원이 동시에 같은 작업을 공유할 수 있도록 업무 구조를 변경했다.

이는 기존의 수직적 업무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소통을 강화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면서 내려진 조치다. 이를 통해 기존의 개인중심적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소통과 조직력이 강화되는 구조로 변화할 수 있게 됐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한국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SM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 그룹 ‘슈퍼M’과 손잡고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이색적인 영상을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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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지난 11월 6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슈퍼엠(SuperM)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위촉했다. 또한 슈퍼엠 멤버들의 모습을 래핑한 보잉 777-300ER 항공기 1대도 함께 공개했다. 제공|대한항공

이처럼 그룹의 주요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이 나는 대한항공 위주의 경영 집중 등은 순탄하게 해결해오고 있지만 조 회장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숙제는 경영권을 방어하는 일이다. 당장 조 회장은 내년 3월 한진칼 사내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조원태 회장의 행보를 가장 불편하게 보고 있는 곳은 한진칼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다. 대한항공에 있어 경영권이 KCGI에게 넘어가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재 조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삼남매의 지분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이들의 원만한 협의가 중요한 시점이다. 고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한진가 오너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6.52%, 조 회장과 특수관계들을 포함한 지분율은 28.94%다. 조회장의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6.49%,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47%, 이명희 고문은 5.31%다. 한진일가에 적대적인 KCGI는 현재 지분 15.98%를 보유하고 있다. KCGI 공세를 막기 위해서는 가족을 우군으로 확보해 우호 지분을 늘려야한다.

지난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조 회장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경영권 방어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지분으로 볼때 가족간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어머니 이명희 고문이 지분 상속 비율이 가장 높은 만큼 향후 후계구도 변화에 중요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외에도 3대 주주이자 우호적 관계를 이루고 있는 델타항공 등이 추가 지분 확보를 할 경우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CGI와의 소송은 현재 진행중이다. 앞서 지난 9월 KCGI는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를 비롯한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1600억원 규모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에 대한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KCGI 측 의견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해 12월 차입금 상환자금 및 운영자금 확보를 이유로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늘렸는데 이 행위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며 이로 인한 이자 비용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진그룹 측은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차입금 증액으로 정상적 경영활동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가 무산됐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세간의 여론이 악화되는 점을 우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경우 현재 지난 6월 한진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으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나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인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인사가 나기 전부터 재계에서는 삼남매 경영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삼남매 경영이 본격화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그룹 총괄 역할을, 조 전 부사장이 KAL호텔네트워크 등 호텔사업 부문을,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진에어 등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시기적으로 복귀하는데 있어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더 우세해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조 전 부사장 복귀 시 KCGI 등의 공세가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왜냐하면 KCGI가 이를 빌미로 내년 3월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조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을 반대할 여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남매간 갈등 의혹에 대해서 조 회장은 부인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내부 지분 싸움보다는 KCGI와 같은 외부 공격을 방어하는 일이 시급한 만큼 가족간 잠정합의를 봤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환율 및 유가 변수를 비롯해 일본 여행 보이콧, 보잉기 안전사고 문제 등 다양한 외부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조 회장의 리더십이 어떤 방향으로 발휘되느냐가 중요하며, 삼남매간 원만한 합의와 역할분담을 통해 대내외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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