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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미니멀한 악기 구성, 읇조리는 듯한 보컬, 서정적인 감성. 싱어송라이터 자이언티(Zion.T)가 최근 발표한 ‘5월의 밤’에는 그만의 인장(印章)이 깊이 새겨져 있다. ‘양화대교’, ‘꺼내먹어요’, ‘노래’ 등과 비슷한 느낌의 곡이다. 자이언티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이 노래로 자신의 음악 인생 한 챕터를 마무리하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최근 만난 자이언티는 “2011년 가요계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활동해 왔다. 내년이면 년도의 앞자리가 바뀌지 않나. 해가 지나가는 의미가 있고, 한 시대의 10년 주기를 마무리짓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초반의 자이언티는 훵키한 노래와 톡톡 튀는 개성 있는 이미지였고, 이후 ‘양화대교’(2014년)로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꺼내먹어요’(2015년)를 통해 달콤한 이미지도 생겼다. 그렇게 카테고리화 할 수 있는 여러 모습이 있는데 올해 지나가기 전에 기존 내 이미지를 한번 털고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5월의 밤’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EP앨범 ‘ZZZ’ 이후 약 1년여 만의 신곡이다. “공백기 길어지면 욕심이 생길 수 있다. 오랜만에 내는 건데 더 멋있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고, 모험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그런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았다. 해는 바뀌려 하고, 주변에서는 ‘왜 일 안하냐’, ‘자이언티 군대 갔냐’(주: 2011년 육군 만기전역)는 말이 들려서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새 노래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내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감사하다. ‘아직 내가 궁금한가’란 생각도 든다. 아직 찾아주고, 궁금해해주니 고맙다. 이번 노래는 해가 가기 전에 그런 요청들에 보답하고자 한 노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5월의 밤’은 자이언티가 과거 자신의 연애 초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쓴 자작곡이다. 자이언티는 “‘5월의 밤‘이란 제목으로 노래를 내는 데 대해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내년 5월까지 발매일을 미루지 않아준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고맙다. 노래 내용은 개인적 경험담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지내다 권태를 겪고, 마지막에 다다라서 느낀 어떤 감정과 관계를 대하는 나의 자세가 담겨진 노래“라고 말했다.

자이언티는 “관계는 돌고 돈다. 모두의 이야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연애의 어느 시점에 들어도 이해되고 공감되면 좋겠다. 누군가는 이 노래를 들으며 5월의 밤에 만난 인연을 떠올릴 수 있고, 5월에 헤어진 연인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목엔 ‘5월’이라 명시돼 있지만 상관 없이 들을 수 있다. ‘사랑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그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음악적으로나 활동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자이언티의 음악 인생은 이 노래 이후 어떻게 변하게 될까. 자이언티는 “스타일면에서, 사람 목소리 는 변하진 않는다. 내 목소리가 하나이다 보니 똑같은 스타일의 노래를 반복하다 보면 듣는 이가 지루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다양한 장르, 기존에 호흡을 맞춰봊 않은 아티스트와 협업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자이언티는 가수 뿐 아니라 기획자로, 프로듀서로서 여러 각도에서 많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평상시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돌아다닌다.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연령대 다른 10대 후반, 20대 초반도 만나 은근슬쩍 나에 대해 물어본다. 나에 대한 반응에 늘 감사함을 느끼지만 온라인에서 악플을 보고 마음 아프기 싫어서 주로 오프라인에서 물어보는 편이다. 그리고 여러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 심심한 노래도 만들어보고, 향신료를 뿌린 노래도 만들어보며 다양한 사례로 데이터를 얻고 싶어한다.”

자이언티는 “가수의 수명은 길지 않다. 언제까지 내가 노래할 수 있을까 싶다. 꽤 일찍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존경하는 아티스트 형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삼십대 초반으로 돌아보면 중학생, 고등학생 보기에 나는 기성세대”라면서 “내가 새롭게 시도하는 것들을 궁금할 사람이 줄어들면 줄어들지, 늘어나긴 힘들 거 같다. 새 시도 강행하지 않는 이상 그럴 것이다. 이번에 ‘5월의 밤’ 싱글을 낸 것도 오랜만에 부드럽게 돌아와서, 앞으로 어떤 활동의 발판 만들기 위해서다. 기지개를 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업계가 질릴듯 말듯 하지만 이 업계에서 일하는 게 즐겁고 좋다. 날이 지날 수록 분명해지는 점도 있고, 모호해지기는 점도 있다. 시대흐름을 완전히 읽을 수는 없다. 다가올 걸 알 수 없으니 모호한 건데 경험한 부분들에 있어서는 분명해지고, 여러 사례와 데이터를 축적하고,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노력해볼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더블랙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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