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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스포츠서울 이동현통신원·박준범기자] ‘발롱도르’ 최종 후보자의 자격을 손흥민(27·토트넘)이 증명했다.
손흥민은 23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 홈 경기에서 시즌 4~5호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팀의 5-0 대승에 기여했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 사슬도 끊어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델리 알리, 에리크 라멜라와 2선에 자리한 손흥민은 경기 시작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의 선제골로 토트넘이 1-0 앞서 있던 전반 16분 자신의 시즌 4호골을 작성했다. 라멜라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쇄도하던 손흥민이 왼발로 밀어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44분 탕기 은돔벨레의 패스를 이어받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은 손흥민은 또 한 번 왼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멀티골을 작성했다. 손흥민의 번개 같은 스피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두 골을 추가한 손흥민은 유럽 무대 통산 121골을 기록하게 됐고, 차범근이 갖고 있는 한국인 유럽 최다골과 타이를 이뤘다. 후반 23분 에릭 다이어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온 손흥민은 홈팬의 기립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벤치로 들어갔다.
지난 22일 프랑스 유명 축구지 ‘프랑스 풋볼’이 발표한 발롱도르 30인 후보에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손흥민은 하루 뒤 열린 이날 경기에서 두 골을 몰아치며 왜 자신이 후보에 포함됐는지를 알렸다. 득점이 전부가 아니었다. 번뜩이는 움직임과 수비수들이 따라오지 못할 수준의 순간 가속도가 더욱 압권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골키퍼 위고 요리스와 함께 발롱도르 후보가 된 ‘유이한’ 선수다. 필드플레이어로는 손흥민 한 명 뿐이다. 토트넘 에이스이자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전 공격수 케인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하나인 크리스티안 에릭센도 하지 못한 걸 손흥민이 해냈다. 즈베즈다전만 놓고 보면 손흥민만 들어간 것이 맞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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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지난 시즌 리그 4위와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기록했던 토트넘은 올시즌 출발이 부진하다. 프리미어리그 9경기에서 3승에 그치고 있고,리그컵에선 3라운드에서 4부리그 콜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2일 열린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에선 7골을 대거 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뮌헨전 패배의 충격 여파는 브라이튼(0-3 패), 왓포드(1-1 무)전까지 연결된 상황이었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팬들의 지지도 떨어졌다. 이번 즈베즈다전은 그래서 더욱 중요했다. 자칫 토트넘의 장기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면이었다. 손흥민은 어김없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급한 불을 껐고 팀을 살렸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발돋움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토트넘이 올시즌 유일하게 다득점 경기(4-0 승)를 했던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는 팀 득점에 모두 기여하며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해낸 바 있다. 5골차로 대패했지만 독일 분데스리가1 최강팀 바이에른 뮌헨을 맞아서도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에 더해 득점까지 성공하며 경쟁력을 보인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자신의 장점인 스피드를 십분 활용해 유럽 무대를 휘젓고 있다. 여기에 골결정력이 높아졌다. 드리블 실력도 톱클래스다. 영국 매체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손흥민의 스피드와 에너지는 건드릴 수 없다”고 평가할 정도다. 사실 손흥민이 발롱도르를 수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손흥민이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최종 후보 30인에 오른 자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즈베즈다전 멀티골이 손흥민의 ‘월드클래스’ 실력을 말해준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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