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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찬바람 불고 으슬으슬할 때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뜨끈한 국밥이다. 국밥 한 그릇 땀 흘리며 먹으면 몸도 마음도 든든해진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국밥에 담긴 문화와 시대와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있다. 한국음식문화포럼(김준, 박정배, 양용진, 이춘호, 최원)이 낸 책 ‘국밥’이다.
저자들은 음식이야말로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면서 “그 시대의 음식과 음식 재료, 음식 문화로 그 시대를 읽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밥에 대해 “국밥은 탕반(湯飯)의 연장선상에 있다. 탕반은 일명 ‘장국밥’으로도 불렸다. 그건 국에 밥을 만 형태다. 식은 밥을 가마솥 뜨거운 국물로 여러 번 토렴한 뒤 갖은 고명을 올려주는 형태”라고 정의했다.
지역마다 국밥의 식재료와 만드는 방식이 다른데 남도의 간국은 말린 생선을 넣고 간단하게 끓여내지만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설렁탕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주 육개장에 담긴 살뜰한 마음, 대구의 따로국밥은 왜 따로국밥이 됐는지, 부산의 돼지국밥의 탄생과 근현대사의 이야기 등 읽는 것만으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제주 편 저자인 양용진씨는 “제주 사람들에게 몸국과 제주 육개장은 격 없이 어우러지는 모든 어울림과 알뜰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제주의 전통음식이다. 국물 한 방울이라도 버리는 일 없이 온 동네 사람이 모두 귀한 고기 맛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 느끼한 맛을 담백하게 바꿔주고 그 양을 넉넉히 불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수백 년에 걸쳐 내려온 제주 사람들이 찾아낸 제주다운 음식”이라고 이야기한다.
부산 편 저자 최원준씨는 “부산의 근현대사는 이주의 역사였다. … 일제강점기 때에는 대륙 침략의 교두보로 조선 수탈의 전진기지로 타의에 의해 근대 문물이 유입되었고, 피난과 산업화에 의한 집단 이주는 여러 지역의 식문화가 부산이라는 장소에서 ‘새로운 음식’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부산 돼지국밥에는 이북의 고기 육수와 순대, 제주의 몸국과 고기국수, 밀양의 쇠머리 육수 돼지국밥, 일본의 돈코츠 라멘, 대구·경북의 따로국밥 등이 부산 돼지국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고 짚어냈다.
그런가 하면 전라도에서는 간국을 끓여먹었다. 말린 생선으로 끓인 국이다. 목포와 흑산도에서는 우럭간국을 먹고, 통영에서는 능성어간국을 먹는다. 제주에서는 옥돔과 돌우럭 같은 흰살생선으로 국을 끓인다.
그렇다면 따로 국밥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전쟁통에 국에 밥을 만 국밥이 대부분이었지만 식성이 까다로운 여배우들이 “할머니, 전 국하고 밥하고 진짜 따로 주세요”라고 주분하면서 따로국밥이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국밥에는 우리 민족의 나눔DNA가 담겨있다는 분석도 재미있다. 설렁탕 편의 저자 박정배씨는 “설렁탕은 한국의 고기문화에 대한 이해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음식이다. 귀한 쇠고기를 여러 사람이 나눠 먹기 가장 좋은 탕문화, 찬밥을 국에 말아 먹는 토렴문화, 뼈와 살과 내장 같은 소의 온갖 부위를 다 넣어 먹는 섞임의 음식문화가 설렁탕 한 그릇에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음식문화포럼은 전국 식문화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모임으로 지역음식의 네트워크화, 지역음식 정보의 교류 등을 목표로 한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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