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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그룹 리듬파워(보이비, 지구인, 행주)가 9년만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의 타이틀은 ‘프로젝트A(Project A)’다. 일명 ‘가화삼보’ 혹은 ‘골든트리오’로 불린 성룡·원표·홍금보 주연 동명의 홍콩영화(1984년작)에서 제목을 따왔다.
“명절 때는 늘 성룡이었다. 성룡·원표·홍금보 3명이 함께 나온 영화 중 좋아하는 작품이 많다. ‘프로젝트A’, ‘쾌찬차’ 등. 우리도 그들처럼 3인조의 좋은 에너지를 내자는 의미에서 앨범명을 이렇게 붙여봤다.”(지구인)
그렇다면 셋 중 누가 성룡이고, 원표이고, 홍금보일까. 용인대 유도학과 출신인 행주는 “내가 셋 중에 운동신경이 가장 좋다. 그래서 내가 성룡이다”라고 운을 뗀 뒤 “왠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홍금보는 정해져 있었다”라며 보이비를 홍금보로 지목했다. 보이비는 “홍금보 처럼 바가지 머리를 할순 없지만 내가 홍금보를 하기로 했다”고 했고, 지구인은 “원표가 가장 날렵해서 내가 원표”라고 주장했다.
보이비는 “국내 힙합 신에 요즘 나온 그룹은 거의 없다. 우리 팀이 가진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팀에 애정을 드러냈다.
리듬파워는 2010년 미니앨범 ‘리듬파워’로 데뷔했지만 함께 한 시간은 더 길다. 인하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동창인 세명은 언더 시절 ‘방사능’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팀명이 방송불가 판정을 받는 바람에 ‘가능성’, ‘얄개들’, ‘크래파스’, ‘주라기’ 등 새 팀명을 고심하다 ‘방사능’ 시절 노래 제목이기도 했던 ‘리듬파워’로 팀명을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9년간 실패의 경험도 있었고, 영광의 순간도 있었다. 멤버들은 엠넷 ‘쇼미더머니’를 통해 인지도를 높였고, 실력을 검증받았다.
리듬파워 멤버로 가장 좋았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을 물었다. 행주는 “현 소속사 아메바컬쳐와 계약했을 때 말도 안되게 행복했다. 아메바컬펴에 들어와서 만든 앨범으로 (상업적인) 실패를 경험했을 땐 힘들었다”고 했다.
지구인은 “모든 행복은 처음엔 크다가 점점 반감된다. 홍대 앞에 진출해 힙합 클럽 주최 오디션을 붙어 공연을 할 수 있게 됐을 때 기뻤다. 서른 즈음이 가장 힘들었다. 보이비는 군대에 있는데, 팀이 정체돼 있다고 느꼈다.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 ‘내 동기들은 다 일을 하는데 나도 이제 다른 결정을 해야하나’ 불안감이 힘들었다. 물론 무든 사람이 겪는 수준의 고민이었다”고 했고, 보이비는 “위기는 2014년 4월 15일 현역병으로 입대한 날이다. 기쁜 순간은 2016년 1월 14일 병장 만기 제대일이었다”며 웃었다.
리듬파워는 위기도 경험했다. 싸운 기억도 있다. 보이비는 “군대에 있을 때가 위기였다. ‘쇼미6’ 나가서 지구인이 잘 되니까 나를 버릴 것만 같은 마음이 들어 괜히 시비를 걸었다”고 했고, 지구인은 “보이비가 휴가나왔을 때 감자탕과 소주를 나누며 화해했다. 그게 마지막 다툼이었다”고 되돌아봤다.
보이비는 “우린 ‘해체’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꺼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우리는 음악활동을 하는 팀 이전에 어릴 때부터 친구이니 우리가 헤어진다면 그건 해체가 아니라 절교다. 물론 팀 해체는 멤버들의 선택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대중이 우리를 찾지 않으면 할 이유가 없는 거다. 음악을 그만둬도 우린 친구일 것이다. 그래서 팀 해체는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절교는 아직 모르겠다”며 웃었다.
새 앨범 ‘프로젝트 A’는 올드스쿨, 그라임, 트랩 등 여러 장르를 수록하여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로 대중성과 리듬파워만의 정체성을 담아내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양동근(YDG), 제네 더 질라(ZENE THE ZILLA), 쏠(SOLE), 기리보이 등 개성파 피처링 군단으로 다채로운 사운드를 완성했다. 타이틀 곡은 자메이카 리듬과 영국 특유의 바운스를 섞은 반전 스토리의 ‘6am’이다.
지구인은 ‘리듬파워보다 멤버 개개인의 인지도가 높다’는 지적에 “리듬파워로서 작업을 내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다. 대중에게 팀 이름이 익숙하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비는 “2~3년 동안 팀으로 나온 노래가 싱글 2회 정도라서 팀 인지도가 낮아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에 대한 대답이 이번 앨범”이라며 활발한 활동을 다짐했다.
보이비는 “요즘은 생존과 발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새 앨범 수록곡 중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라는 트랙은 우리 이야기다. 잘됐다는 기준이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진짜 잘했다고 여겨지려면 5~10년 후에도 음악을 하고 있어야 하고 찾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부분에서 볼 때 리듬파워는 ‘될놈될’이다”고 자신했다. 지구인은 “이제 ‘리듬파워’를 알리는 것만 남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리듬파워 보이비(왼쪽부터), 지구인, 행주.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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