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SK 최정, 사인 들고 포즈
SK 최정. 2019. 7. 21. 창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최정(32·SK)이 휄체어 테니스 선수로 변신한 김명제(32·스포츠토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두 선수는 고교 3학년이던 2004년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 대표팀으로 함께 출전했고 룸메이트가 되며 절친이 됐다.

프로에서도 촉망받던 두 선수는 2009년 서로의 운명이 갈렸다. 김명제는 2009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경추부상을 당했고 결국 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장애를 얻었다. 더이상 야구를 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최정은 꾸준하게 발전하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사고 후 김명제는 한동안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은둔했다. 그러나 휠체어 테니스에 몸을 싣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난해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테니스 복식에서 은메달을 따며 제2의 인생을 알렸다. 그의 재기엔 최정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김명제에게 최정은 친구이면서 본보기였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김명제는 4안타를 치고도 분을 삭히기 못해 방에서 방망이를 부러뜨리는 친구의 모습을 목격했다. 이유는 생각했던 스윙이 안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훈련을 하러 나가는 최정의 모습은 김명제에게 깊이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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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제가 경기도 광주 시민체육관 테니스코트에서 훈련하고 있다. 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이제 5년차 휠체어 선수가 된 김명제는 최근 오른손으로 들었던 라켓을 왼손으로 바꿔잡았다. 일상생활도 아닌 운동선수가 손을 바꿔 라켓을 잡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고 도전이다. 그러나 다친 경추신경으로 오른손의 근력이 점차 약해졌고 핀으로 고정한 손목상태도 나빠졌다. 라켓에 아무리 손을 단단하게 결박해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김명제는 결단을 내렸다. 오른손을 버리고 한계를 왼손에 자신의 미래를 걸었다. 목표를 향해 열의를 불태우던 룸메이트 최정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김명제는 배수진을 치고 다시 기본부터 시작했다. 땡볕에서 하루 2000개씩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내년 패럴릭핌 출전희망을 접고 더 멀리 보기로 했다.

최정은 “평소에도 휠체어 테니스를 할 때 어떻게 할지 그 방향이나 고민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데, 얼마전에 라켓을 왼손으로 바꿔든다고 들었다”며 “나는 명제의 도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정은 김명제가 다른 우완에 비해 왼손을 잘 사용하는 걸 기억했다. 그는 “명제가 야구할때도 다른 오른손잡이 선수들과 비교하면 왼손으로 더 정확하고 멀리, 빠르게 공을 던졌다. 내 경우에도 왼손으로 타격 훈련을 할 때 컨택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며 “명제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더 좋은 성적을 내길 응원한다”라고 했다.

좌완으로 변신하는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묻어났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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