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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를 비롯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그문트 바우만, 장 지글러,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아네트 메사제, 윌리엄 켄트리지, 키키 스미스, 제프 월, 무라카미 다카시 등을 모두 만나본 사람은 세계에서 몇 명이나 될까?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전해준 삶의 비밀을 글로 전해주는 이가 있다.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전문 인터뷰어 안희경(44)이다.
안희경은 세계적인 석학들과 만나 대담을 나눈 책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오마이북)에 이어 최근 세계적인 미술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나눈 책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아트북스)를 펴냈다.
또 경향신문에 연재 중인 ‘문명, 그 길을 묻다-세계 지성과의 대화’를 통해 스리랑카의 간디로 불리는 지도자 아리랴트네 박사 등 12명의 석학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올 연말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석학들 인터뷰를 위해 아시아를 찾았다가 한국에 잠시 들른 안희경은 한 명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는데 세계적인 석학들을 무더기(?)로 만나는 비법과 즐거움에 대해 털어놓았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뒤 동국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불교방송 PD로 일하다 31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뒤 전문 인터뷰어로 활동하기 시작한 안희경은 비법을 묻는 질문에 “정성껏 메일을 쓰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이를 정하고 나면 인터뷰를 하고 싶은 이유와 묻고 싶은 질문, 자기 자신의 세계관 등에 대해 장문의 편지를 쓴다. 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수락의 답장이 온다는 설명이다. 인터뷰가 힘든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짜릿함을 느낀다. 윌리엄 켄트리지는 전세계 매체 중에서 딱 3곳만 인터뷰를 하면서 안희경에게 시간을 내줬고, 노암 촘스키는 다른 일정을 조정해 인터뷰 시간을 할애했다.
인터뷰 날짜가 정해지면 인터뷰 질문을 짜느라 밤을 샌다. 세계적인 석학이나 유명 아티스트에게 물어볼 말이 너무 많다. 그러나 한정된 시간에 인상적인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고르고 또 고른다.
“아무래도 영어로 하는 인터뷰다 보니 긴장하게 된다. 번역일을 하면서 영어와 우리말의 차이를 익혀둔 게 영어 인터뷰에 도움이 됐다”는 안희경은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란 상대의 삶과 내 삶이 만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가 어디서 왔건 누구이건 미디어 종류를 상관하지 않고 오직 이슈로만 이야기한다. 또 인터뷰가 시작되면 굉장히 집중한다. 얘기하다보면 주제의 핵심으로 깊이 들어간다. 그분들은 내가 기대한 것 이상의 것을 열어준다.”
세계의 석학과 아티스트를 만나느라 밤 비행기를 참 많이도 탔다. 육아를 병행하느라 밤 비행기로 이동해 인터뷰를 하고 다시 밤 비행기로 집으로 돌아온다. 글을 쓸 때는 녹취록을 들으며 어떤 단어로 바꿔야 할지 고민하며 밤을 지샌다. 그럼에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의 맨처음 수혜자는 자신이라는 안희경은 “그분들을 만나면 엄청난 에너지를 받는다. 부처님을 보기만 해도 지혜를 얻는다는 말처럼 한두 시간의 만남이 내 생활을 변화시킨다. 피터 싱어를 만나고 고기와 유제품을 끊었고 공정무역이나 텃밭, 힘있는소비자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인터뷰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다.
“미국에서 놀랐던 것은 대중들이 매우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석학들을 인터뷰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토론을 이끌어내고 한뼘 더 깊게 사고해볼 수 있게 하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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