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아무도 안 살거든? 거기 들어가지 마. 다쳐."


고시원 주인이 4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위선적인데 이번엔 음산함까지 스며있어 더욱 싸늘하다.


기묘의 극치를 달리는 이 고시원은 한 달에 19만 원으로 너무 저렴한 데다, 입구부터 방까지 건물 내부는 을씨년스럽고 음침하기 그지없다. 서울로 상경한 작가 지망생 윤종우(임시완 분)가 선택한 보금자리는 하필 이곳 303호였다.


왜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 건지. 입주 첫날부터 느껴진 찝찝함과 의심의 눈초리는 점점 확신이 되어갔다. 윤종우는 고시원 사람들이 자신을 염탐하거나, 이유 없이 욕을 하고 비웃는 등 이상 행동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한다. 지인들에게 괴로움을 호소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것 같다"는 염려와 지적이 뒤엉킨 반응 뿐. 미칠 노릇이다.


OCN '타인은 지옥이다'는 윤종우가 낯선 고시원에서 타인들로 인해 겪게 되는 미스터리한 일을 그린 작품. 누적 조회수 8억 뷰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끈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리메이크가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로 재탄생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가상 캐스팅 바람이 불기도. 또한 지난 3월 제대한 임시완의 복귀작인데다 이동욱의 컴백작으로 더욱 입소문을 탔다.


여기에 이정은, 이현욱, 박종환, 이중옥 등 조연 배우들까지 원작 캐릭터들과 엄청난 싱크로율을 보여 이미 "성공적인 캐스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자재는 완벽하다. 이제 김용키 작가의 너무도 서늘해 압도적이기까지 했던 그림체와 탄탄한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낼지 감상하는 일만 남았다.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 늦여름 스릴러를 만끽하고 싶다면 이 드라마가 손색없을 듯하다. 이번 달 '게기자의 뭐볼래' 추천작은 10부작 드라마로 다시 태어난 '타인은 지옥이다'다.


◇ 임시완X이동욱, 스산한 케미+연기 변신 커밍순


앞서 공개된 티저 속 두 사람은 고시원에서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다소 추레한 차림에 백팩을 메고 고시원에 입성한 임시완은 기존 멤버 이동욱을 마주하고, 이동욱은 신입 임시완에게 "새로 오신 분이죠?"라며 다가간다. 반가워하는 듯하지만 마음을 간파하기 힘든 표정과 비릿한 웃음이 시선을 저릿하게 한다. 단 몇 초의 짧은 영상이지만 형언하기 힘든 분위기가 전개를 궁금하게 했다.


2010년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임시완은 조연을 거치면서 점차 배우 이미지를 굳혀갔다. 특히 영화 '변호인', tvN '미생'을 대표작으로 만들면서 연기돌의 편견도 깼다. 때문에 그가 제대 후 선택한 작품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린 건 당연지사.


짧은 티저이지만 윤종우와 하나가 된듯한 모습을 보여, 더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기대하게 했다. 타인 때문에 괴로워하고 날카롭게 변하기도 하는 윤종우를 어떻게 완성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동욱이 연기하는 서문조는 웹툰에 없는 인물로 원작에서 재해석, 재탄생됐다. 고시원에 거주하는 치과의사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경우라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시원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지 물음표가 쏟아지는 대목. 뛰어난 화술과 예술적 감성을 가진 서문조의 특징이 극에 어떻게 스며들지도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또한 이동욱의 필모그래피에서 스릴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미스터리한 서문조를 어떻게 풀어갈지 소화력이 궁금해진다. 워낙 다양한 장르를 오고 갔기에 기우보다 기대가 앞선다. 더욱이 스스로 "'이동욱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전한 만큼, 캐릭터 구축에 관심이 모아진다.


◇ "이 싱크로율 무엇" 원작 그림체와 완벽


어딘가 모르게 얼굴에 그늘이 진 주인공 윤종우(임시완 분)부터 친절한듯 하지만 의중을 읽을 수 없는 고시원 주인 엄복순(이정은 분), 한여름에도 긴 옷을 입는 비밀스러운 남자 유기혁(이현욱 분), 웃는 얼굴에 말까지 더듬어 어리숙하게 보이지만 180도 다른 면모를 지닌 변득종(박종환 분), 윤종우를 몰래 쳐다보며 불길한 분위기를 풍기는 홍남복(이중옥 분)까지.


배우들은 원작 캐릭터와 찰떡인 비주얼을 드러냈다. 티저 공개만으로도 긴장감을 준 건 싱크로율 영향이 컸다. 모두 짧은 분량에서도 캐릭터 특징을 적확하게 묘사해, 웹툰이 생명을 얻고 꿈틀대는 듯한 착각을 줬다. 원작 김용키 작가 역시 배우들과 웹툰 캐릭터의 높은 싱크로율에 감탄을 표했다.


개성파 배우들 집합체라는 점도 시선을 끈다. 특히 이정은은 최근 영화 '기생충'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바. 또 다른 연기 변신을 알렸다. 여기에 이현욱, 박종환, 이중옥도 다양한 작품들에서 연기사를 갈고닦은 터라 신스틸러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 이창희 감독X정이도 작가, 시너지를 기대해


'타인은 지옥이다'의 연출은 영화 '친구집', '초능력자' 등을 연출한 이창희 감독이 맡는다. 드라마는 '타인은 지옥이다'가 처음이다. 이 감독은 '제1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영화 '소굴'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지난해 개봉한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주연의 '사라진 밤'으로 호평받았다.


이 감독은 원작이 흥미로워 영상으로 구현해내고 싶었다는 인터뷰로 연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몰입도를 높이는 것에 힘을 쏟았다고 전해 기대감을 더했다. 더욱이 '타인은 지옥이다'는 영화와 드라마 연출 요소가 결합된 '드라마틱 시네마'로 제작돼 이 감독의 노련미 그리고 도전의 컬래버레이션에 관심이 모아진다.


집필은 OCN과 인연이 깊은 정이도 작가가 맡았다. 정 작가는 OCN 초대 공모전 출신으로 지난 2017년 OCN 드라마 '구해줘'로 탄탄한 필력을 발휘했다. '구해줘'도 조금산 작가의 웹툰 '세상 밖으로'를 드라마화 시켰던 작품으로, 정 작가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힘을 실어 웰메이드작 탄생에 일조했다.


이미 웹툰의 드라마화를 경험했기에 농익은 흡인력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 감독과 정 작가가 걸어온 이력만으로도 '타인은 지옥이다'는 폭발적인 시너지가 점쳐진다.


한편 OCN 토일드라마 '타인이 지옥이다'는 '왓쳐(WATCHER)' 후속으로 오는 31일 오후 10시 30분에 첫 방송한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O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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