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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컷 통과가 목표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 ‘골프 여제’ 박인비(31·KB금융그룹)가 국내 팬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심었다.
박인비는 9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파72·666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바꿔 4언더파 68타를 적었다. 오후 2시 현재 선두 이정민(27·한화큐셀)에 4타 뒤진 공동 2위다.
11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낚더니 13번홀(파4)까지 트리플 버디행진을 이어간 박인비는 14번홀(파4)에서 잃은 타 수를 17번홀(파3)에서 회복한 뒤 후반에도 1타를 더 줄였다. 그는 “너무 겁을 먹어서였는지 구름도 많이 끼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생각보다 덥지 않게 플레이 했다. 속으로 ‘하루 벌었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그는 “첫 날인데 버디도 많이 나오고 샷 감도 나쁘지 않았다. 1, 3번 홀에서 퍼트 실수와 티 샷이 디보트에 빠져 세이브를 못한 것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라운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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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오라CC를 찾은 박인비는 “미국에서는 남편과 캐디 등 셋이 다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외롭다. 한국에 오면 과분한 사랑을 주시는 팬들도 계시고 소중한 분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정신없지만 즐겁다. 심적으로도 편하다”며 “무엇보다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요일 대회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 내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30대로 접어든 나이라 조심스럽게 은퇴 시기를 고민할 때라는 평가도 있다. 그는 “언제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매년 생각이 바뀐다. 아직은 골프하는 게 즐겁고 실력도 세계수준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더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속내를 공개했다. 그는 “골프가 꼴도 보기 싫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게 도와줬다. 골프 자체보다는 골프를 하는 내가 좋다. 항상 정복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만드는 것도 골프를 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골프를 그만두고 싶을 때는 2016년이었는데, 그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박인비는 “그래서 아이러니”라며 웃었다. 그는 “3라운드 대회이기 때문에 선두와 더 크게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우승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국 팬들에게 또 한 번 큰 기쁨을 안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골프 여제’보다 그냥 박인비로 불리는 게 더 좋다는 여왕이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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