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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은둔 고수가 등장했다. 소위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고 홈 스쿨링으로 골프를 익힌 홍서연(18)이 선수등록 2년 6개월 여 만에 KLPGA 준회원 선발전을 수석으로 통과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홍서연은 지난 12일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휘닉스 평창 마운틴, 레이크 코스(파72·6163야드)에서 열린 KLPGA 2019 제2차 준회원 선발 실기평가 본선에서 3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라운드까지 10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던 김연희(18)에 1타 차 역전 우승으로 수석의 기쁨을 누렸다. 홍서연은 오는 22일부터 충남 태안에 위치한 솔라고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올리는 솔라고-파워풀엑스 점프투어 9차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프로 생활에 돌입한다. 홍서연은 “점프투어부터 착실히 단계를 밟아 정회원 자격을 얻어 오는 11월 열리는 정규투어 시드전(퀄리파잉 테스트)에 응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점프투어 3차대회(9~12차)에 모두 출전해 평균타수 74타 이하, 상금랭킹 상위 14위 이내에 포함되면 정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야말로 기적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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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골프를 먼저 익힌 홍서연은 2015년에서야 18홀 정규 라운드를 처음 나섰다. 딸이 세계적인 골프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란 부친 홍기성 한국골프기술소재연구소 대표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행보였다. 홍서연은 “어릴 때부터 집에서 각종 도구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했다. 직업선수가 돼야겠다는 목표보다 골프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며 웃었다. 2000년대 중반 ‘골프 신동’으로 유명한 지상파 예능, 교양 프로그램에도 출연했고 골프 갈라쇼를 론칭해 골프관련 각종 이벤트 때마다 초청된 유명 인사였다. 2015년에는 스크린골프대회에서 이글 3개와 버디 15개 등 21언더파를 몰아쳐 스크린골프 최저타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한 될 성 부른 떡잎으로 성장했다.
남다른 재능에 기초까지 탄탄히 닦은 홍서연은 “처음 필드에 나갔을 때 낯선 것조차 재미있었다. 실수도 했지만 훈련했던 것과 비슷한 샷을 하기도 해 다음 라운드가 기다려졌다. 집에서 혼자 훈련하다가 지칠 때면 아버지께서 파3 연습장에 데려가셔서 기분전환을 하도록 도와주셨다”고 돌아봤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40야드(약 220m) 가량을 꾸준히 보낼 수 있을만큼 체력과 근력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필드에 내보내지 않는다는 부친의 남다른 철학 덕분에 2017년 3월에서야 대한골프협회(KGA)에 선수 등록을 했을 정도였다. 홍 대표는 “골프 종목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로 개발한 훈련 프로그램과 도구로 감각 훈련만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각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몸에 배는 게 중요했는데 어렵고 힘든 과정을 딸이 잘 버텨줬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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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1년 3개월 여 만에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KLPGA 정규투어 무대를 밟은 홍서연은 2018년 11월 열린 태국 세계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15-18세부문 여자부 개인전에서 3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4월 인천 드림파크CC에서 열린 US여자오픈 아시아 예선에서는 2라운드 합계 2언더파 142타로 선두 정지유에 1타 뒤진 공동 5위에 올랐고, 지난달 춘천 제이드팰리스에서 열린 한화클래식-에비앙챔피언십 아시아챌린지 2019에서도 챔피언조로 최종 라운드를 치르는 등 빠르게 필드에 적응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연습라운드 없이 곧바로 실전을 치른다는 점이다. 수석으로 준회원 자격을 얻은 휘닉스도 코스 경험을 하지 않고 출전했다. 홍서연은 “어릴 때부터 스크린골프로 훈련을 했는데 요즘은 센서 등 장비가 좋아져서 필드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거의 쇼트 게임 훈련을 했기 때문에 쇼트 게임에 자신있다. 스크린에서 코스 매니지먼트 훈련을 하고, 아버지께서 구해주시는 야디지 북으로 코스를 파악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부친은 “스윙에 대한 이해도와 샷에 대한 감각만 다져져 있으면 연습라운드를 굳이 하지 않아도 자신의 기본 스코어는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확신을 실력으로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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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냉엄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아마추어 때보다 경쟁 강도가 훨씬 셀 수박에 없다. 카트없이 걸어다녀야 하는 터라 체력도 다져야 한다. 홍서연은 “이제 세미프로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즐기면서 골프를 했지 스코어에 연연하거나 샷이 안된다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이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프로가 돼서도 크게 문제가 안될 것”이라며 “골프를 포기하지 않는 것, 어떤 상황에서든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통해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아도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어릴 때부터 수 많은 방송에 출연하면서 담력을 키워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재미있다. 경쟁도 각기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모여 라운드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크게 압박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자신했다.
지난해부터 명 지도자로 손꼽히는 한연희 전 국가대표팀 총감독에게서 세밀함과 정교함을 가다듬고 있다. 탄탄한 기초에 기본기의 세밀함을 더하다보니 기량도 일취월장 했다. 딸바보인 홍 대표도 “감독님께 딸을 맡겼으니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 유연성과 어릴 때부터 익혀왔던 감각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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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연은 “착실히 단계를 밟아 올림픽 무대를 밟아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이 목표에 홍서연이 그리고 있는 미래도 자연스레 담겨 있다. 은둔 생활을 청산하고 세상으로 나온 ‘골프 신동’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골프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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