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대표이사 사진
김민철 야나두 대표. 제공 | 야나두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스타트업은 너무 큰 그림(빅 픽처)을 그리고 사업을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큰 땅을 먹으려고 하지 말고 작지만 확실한 땅을 먹는 게 중요합니다.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한 뒤 확실하게 내가 먹을 수 있는 시장을 잡고 들어가야 합니다. 업계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대형 업체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지도 파악해야 하고요.”

김민철 야나두 대표는 지난 21일 한류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의 성공과 투자,그리고 인수합병(M&A) 전략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김 대표는 우선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첫 단계에서 주의할 점을 거론하며, 제출용 시험 답안지(OMR카드)에 사용하는 수정 테이프 화이트를 개발한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그 제품은 답안지의 객관식 번호가 적힌 동그라미 안에만 찍혀 지워지는 전에 없던 새로운 개발품이었다. 그는 “누군가는 ‘이런 제품이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릴까’ 의아해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며 “아주 명확하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시장을 잡은 것 같아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어떤 아이템으로 사업을 할 지 정했으면 통계청이 내놓은 각종 리서치를 기반으로 현재와 미래의 시장 크기를 예측하라”며 “특히 이웃 나라인 일본 시장의 트렌드와 시장 점유율을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지금은 ‘국민 안마의자’로 불리는 ‘바디프랜드’를 예로 들었다. 바디프랜드가 사업 초기 대규모 투자를 받을 당시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1%가 안됐지만 일본에서는 시장 규모가 11%를 넘겼다. 김 대표는 “그 당시 생활가전 업계나 소비자들은 안마의자 시장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짐작하지 못했다”며 “일본의 문화가 몇 년 뒤 벤치마킹 돼 국내로 흘러 들어온다는 점을 간파한 투자였다”고 분석했다.

◆ 처절한 실패의 밑바닥에서 깨달은 ‘나도 할 수 있다’

김민철 대표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이들에게 이런 ‘날 것’의 조언을 건넬 수 있는 건 그가 망해봤던(?) 경험 덕분이다. 사실 김민철 대표는 ‘야나두’가 첫 사업이 아니었다.

“동아대를 졸업하고 처음 시작한 일이 오락실 캐셔였습니다. 그 시절(IMF를 겪은 대졸 세대)엔 지방대 졸업생이 일반 직장에 취업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죠. 저는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지만 취업하는 것은 쉽지 안았습니다. 100톰 넘는 이력서는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러면 차라리 눈에 띄는 이력서를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그 길로 눈에 띄는 특이한 이력서를 만들었다. 이력서 사진은 웃통을 벗고 있는 사진을 넣었고, 경력란에는 ‘마라톤 완주’를 적어 넣었다. 어느 날 그에게 기회가 왔고, 그 길로 10년간 직장인으로 살았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취업 되기도 했고, 중소기업에서 이른 나이에 팀장을 달며 빠르게 성장하기도 했다.

“회사생활이란 게 그렇듯 회사 정책이나 방향이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맞더군요. 퇴사와 창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기 위해 회사원의 삶을 끝내고 사표를 던졌습니다.”

김 대표는 야구를 좋아했고 ‘롯데 자이언츠’ 광팬이었다. 그는 롯데자이언츠 팬들을 위한 야구신문 ‘갈매기 타임즈’를 창간했다. 그리고 8개월 만에 폭삭 망했다.

“롯데 자이언츠 팀에는 신문지 응원이라는 게 있는데 신문지를 공짜로 나눠드리면 굉장히 잘 받아 갑니다. 그런데 읽지는 않고 찢어요. 10부 들고 가서 찢고, 30부 들고 가서 또 찢고. 그렇게 2010년 6월 30일, 제 첫 사업은 빛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직원들이 다 떠나고 혼자 텅 빈 사무실에서 1만장에 가까운 야구장 사진을 보던 중 누군가 머리띠에 선수 이름을 적어 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다음날 바로 색종이를 직접 오려 머리띠를 만들어 노점에서 팔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판매 개시 첫 날 매출 50만원, 2년 만에 3억원을 벌었다.

그는 이름머리띠 판매 수익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EBS ‘토목달(토익 목표 달성)’에 투자했고, 연 매출 2억원에서 시작해 2년 반 만에 누적 매출 150억원을 달성했다. 그리고 론칭한 브랜드가 ‘야나두’다.

“저는 ‘야나두’를 만들기까지 27가지 사업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3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습니다. 실패를 할수록 실패에 익숙해질 법도 한 데 오히려 두려움이 커져만 갔습니다. 실패하기 싫어 도전을 망설이고 아침에 눈뜨기 조차 무서운 날들이 찾아왔습니다.”

사업에 실패해 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얘기다. 김 대표는 그런 날들이 이어지자 마인드를 바꿨다. 그는 ‘이건 실패가 아니야, 이건 성공을 위한 실험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는 “아주 작은, 누구나 이룰 수 있는 쉬운 것들부터 도전했다”며 “‘하루에 세 번 양치하기’, ‘하루에 세 끼만 먹기’ 같은 단순한 작은 성공을 쌓아가며 ‘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EBS와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됐을 때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토목달’이 적힌 명함을 지하철, 버스에 꽂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땐 당장 돈이 벌리지 않아도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처럼 이렇게 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담아 자기 체면을 걸었다”며 “‘야나두’는 단순한 교육기업이 아닌 인간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깨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야나두’는 지난해 온라인 영어회화 시장에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2016년 약 30억원 매출로 시작해 단 2년 만에 매출 450억원을 올리는 브랜드로 성장시킨 것이다. 2017년에는 국가기관 조사 소비자만족도 1위를 거머쥐었고, 동종업계 네이버 트렌드 1위, 동종업계 최초 SNS 팔로워 29만명(페북 24만, 밴드 5만), 1년 간 회원 수 295% 증가 등 기록을 세우며 국내 영어 교육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 “돌진하라” 중국 경제통 ‘백규’와 닮은 사업가 마인드

그는 이렇듯 빠른 성장세를 타며 기업을 성장시키게 된 이유에 대해 “경영자의 마인드와 자세가 중요한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김 대표는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며 “굳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못 버는 기업을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드는 경영철학이 과연 기업인으로서 옳은 일인가”에 대해 심도 깊은 성찰을 해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어를 못하던 이들이 ‘야나두’의 수강생이 되어 영어를 정복하면 우리 회사도 성공하는 것”이라며 “수강생들을 어떻게 영어의 바다에서 살아남게 할 지를 생각하는 기업의 사명을 달성하면 이익은 당연히 따라온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 경영에 시간을 투여한 만큼 고부가 가치가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 기업인으로서 기쁨이라는 것.

오락실 캐셔에서 빠른 시간 안에 국내 대표 영어 브랜드를 만들어낸 대표의 히스토리를 듣고 보니 김민철 대표는 중국의 경제통, 춘추전국시대의 대표 비즈니스맨으로 불리는 ‘백규’와 닮았다.

사마천은 백규를 두고 사업가의 원조라고 극찬하기도 했는데 백규는 “내가 사업을 하는 것은 이윤이나 여상이 정치를 한 것이나 손자나 오자가 군대를 지위한 것, 상앙이 법을 제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업에 대한 명확하면서 강인한 철학이 있었다.

백규가 큰 포부를 품고 나라를 다스린 정치가나 천군만마를 지휘한 전략가 못지않게 기업을 경영했다는 점, 맹수가 먹이 냄새를 맡고 순식간에 덮치듯 돈 벌 기회를 예리하게 파악해 잡았다는 점, 시세의 변화를 잘 읽고 대처한 점, 기회를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은 점이 야나두를 이끌어 온 김민철 대표와 무척이나 비슷하다.

그는 또 “사람의 일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단 한 번만 주어진다. 이 소중한 삶을 갉아 먹는 일을 하면 안 된다”며 “지금은 온라인 외국어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전 인류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깨우는 ‘휴먼 디벨로프 앤 케어(Human Development&Care)’를 목표로 전 세계 자기계발 시장에서 1위를 꿈꾼다”고 포부를 밝혔다.

◆ 기업도 사람이 하는 일, 그 끝은 모든 이들의 발전

김 대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자기계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인류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도우미’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론칭한 ‘야나두 클래스’와 오는 7월 론칭 예정인 ‘유캔두’를 준비했다.

야나두 클래스는 자기계발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고 자기계발에 대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수강생이 될 수 있는 일종의 ‘강사-수강생 매칭 플랫폼’이다. 강사는 자신의 노하우를 수업으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수강생은 강사로부터 받는 과제와 피드백을 통해 꾸준히 자기계발을 해나갈 수 있는 구조다.

7월에 정식 론칭 예정인 ‘유캔두’는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유저를 모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김 대표는 “유캔두는 어학·운동·취미 등 자기계발과 연관된 다양한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자기계발의 종합 플랫폼’으로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이 15명으로 늘 때까지는 사장 혼자 100명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이후 사장이 없어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교육하는 것이 사장의 임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입사 1~4년 차까지는 일을 할 거냐, 안 할 거냐를 두고 판단을 하고, 5~7년차는 일을 잘하냐, 못하냐를 두고 판단한다. 7년차 이상이 되면 일을 쉽게 할 수 있느냐, 어렵게 하느냐를 기준으로 삼아 평가해 인재를 선별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직원과의 소통이다. 그에 따르면 직원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 자신이 추구하는 회사의 비전을 직원들이 ‘척 하면 알아듣는 것’이야 말로 회사가 급속히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표는 직원들이 투여하는 시간과 열정이 고부가 가치로 환원될 수 있도록 인도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주변의 지인이나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며 “주변에 친한 친구 6명을 떠올려 보라. 그들의 평균이 당신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평균을 낮추는 사람과는 멀리하고 긍정적이고 성실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여러분의 인생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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