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델타-대한항공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최근 글로벌 1위 항공사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4.3%를 깜짝 매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그레이스홀딩스)와의 지분전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델타항공에 직접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에 투자해 지분 4.3%를 확보했고, 향후 지분율을 10%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경우 KCGI(15.98%)에 이어 3대 주주가 된다. 즉 조 회장에게 우호적인 지분은 40%에 육박하는 만큼 KCGI의 의결권 약세가 불가피해진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글로벌 항공사 동맹체인 ‘스카이팀’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지난해 5월에는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현황은 고 조양호 전 회장 측 우호지분 28.93%, KCGI 15.98%, 델타항공 4.3%, 국민연금 4.11% 등이 됐다. 여기에 델타항공이 계획대로 지분을 10%까지 끌어 올리고 조원태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상속받으면,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은 40% 수준에 이르게 된다.

향후 KCGI가 추가 지분을 확보해도 조원태 회장에 대한 경영권 견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컨설팅에 나선 미래에셋대우가 KCGI의 대출 기간 연장을 거부함으로써 KCGI의 한진그룹 견제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한진칼 지분 확보와 관련해 델타항공 측은 스카이팀의 창설 멤버로서 20년가까이 맺어온 긴밀한 제휴관계를 기반으로 성사됐다고 강조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는 지난 21일 “델타와 대한항공은 세계 최고의 태평양 횡단 조인트벤처로서 최대 규모의 노선망, 최고의 고객 서비스 그리고 아시아와 미주를 잇는 최상의 연결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덕분에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는 기존에 델타항공이 맺은 파트너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해왔으며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며 “이번 투자는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의 가치를 높이고 파트너십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델타항공의 이번 행보가 향후 사업 전략을 위한 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델타항공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항공사들에 지분을 투자해, 특정 기종 구매를 권고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내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느냐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2020년 3월로 끝나는 상황에서 KCGI가 오너 일가의 경영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또다른 어떤 제재 장치를 꺼낼지 주목되고 있다. 앞서 KCGI는 한진그룹이 고 조양호 회장에게 지급한 퇴직금·퇴직위로금 지급 절차, 조 회장의 선임 과정에 대해 문제 삼은 바 있다.

한편 델타항공의 지분매입을 발표한 지난 21일 기준 한진칼 주가는 전 거래일(4만400원) 대비 6100원(15.10%) 급락한 3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진칼 주가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2.56%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최근 지분경쟁으로 한진칼 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KCGI 측과 기존 오너일가와의 지분 격차가 좁혀질수록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면서도 “델타의 지분 투자를 오너일가의 우호지분으로 생각한다면 주가에 부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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