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QLED 8K 98형 국내 판매(2)
삼성전자 QLED 8K 98형 TV. 제공|삼성전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삼성전자에 이어 최근 LG전자까지 8K TV를 본격 판매하면서 화질경쟁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8K TV가 출시된지 6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입력할 콘텐츠가 거의 없어 시장 확대까지는 상당 기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8K TV는 8K(7680X4320) 해상도로 기존 4K TV 해상도 보다 픽셀이 작아 화질이 뛰어나다. 해상도는 UHD로 알려진 4K(3840×2160)보다 4배, 풀HD보다 16배 높다. 특히 화면이 커지고 있는 최근 대형화 추세에 맞춰 화질이 2배 이상 개선된 8K TV가 차세대 TV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 예상 출하량 30만대지만 실제 판매량 미비
ㅇㅇㅇㅇ데이터
자료|IHS마킷.

8K TV는 2017년 샤프가 가장 먼저 선보였으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부터 처음으로 QLED 8K TV 판매에 나섰다. 출시와 함께 삼성전자는 올해를 8K TV 원년으로 삼고, 98형에서 65형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8K TV 시장이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8K TV 출하량은 2017년 2400대에서 시작해 2018년1만8600대로 전년대비 670% 수준으로 증가했고, 2019년 30만8900대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는 142만8300대로 36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TV 시장 규모가 연간 약 2억대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출하량은 전체의 0.7%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가 되려면 상당기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부터 국내 최초로 8K QLED TV를 내놓은 삼성전자의 경우 그해 1만1500대에서 올해 1분기에는 1만300대 수준의 판매량에 그쳤다. 특히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했던 유럽시장서는 전년 대비 올해(1분기) 판매량이 8900대에서 4000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8K TV 전망치인 30만대 달성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판매량 점유율은 4K UHD TV와 비교해 성장세가 더욱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8K TV 판매량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부터 최근까지 1%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0.06%에서 올해 1분기 0.04%로 감소했고, 올해 2분기에는 0.02%로 전 분기보다 감소했다. 4K UHD TV가 지난해 4분기 69.7%에서 올해 2분기 75.7%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과 비교해 대조적이다.

[사진1]LG전자, 세계최초 8K 올레드 TV 예약판매
LG전자의 8K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제공|LG전자

◇“부족한 콘텐츠 등 문제로 시장 확대 오래 걸릴 듯”

전문가들은 8K TV 판매량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콘텐츠 부족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전세계에서 4K콘텐츠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에도 8K콘텐츠를 거의 유통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일부 디스플레이업체에서 올려놓은 샘플 동영상 몇개가 8K 콘텐츠의 전부다.

일반 사용자용 기기 중 8K 촬영을 지원하는 기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4K 관련 콘텐츠가 이제서야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8K 디스플레이는 콘텐츠의 양 뿐 아니라 질에서도 한참 뒤쳐진다. 특히 8K TV에서 8K 해상도 미만의 콘텐츠를 재생하면 화질 열화(주변환경에 의해 기록이 상태변화 등의 손상을 입는 것)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TV 제조사들은 화질이 떨어지는 동영상 콘텐츠를 화질이 좋아보이도록 보정해주는 업스케일링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순수 8K 콘텐츠의 화질을 구현하기엔 한참 모자란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준 해상도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8K 해상도 TV에 그보다 낮은 4K 해상도 콘텐츠를 재생하기 위해 업스케일링 기술을 활용해 화소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게 되는데 이 때문에 본연의 8K 영상보다 화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8K TV를 연결하기 위한 표준 규격도 부족하다. 현재 폭넓게 사용하는 HDMI 2.0 규격은 4K 60프레임의 해상도까지만 지원하고 있고, 올해 초에 겨우좀더 개선된 형태의 HDMI 2.1을 채택했다. 하지만 여전히 8K 영상은 초당 60프레임까지만 가능해 끊김없는 고주사율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 한계가 있다.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실시간으로 끊김없이 8K 영상을 보려면 최소 120Mbps(초당 15MB) 이상의 대역폭이 필요한데 대부분 사용자가 이용중인 100Mbps급 인터넷 연결망에서는 8K영상 자체를 제대로 재생할 수 없다. 더욱이 방송 표준도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이 4K UHD 방송을 시작했고, 이제서야 보급이 활성화되는 단계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유튜브, 넷플릿스 등도 8K 콘텐츠를 전혀 확보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8K TV 시장은 아직 불이 붙은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다만 TV제조사들은 이 시장이 열릴 걸 대비해 8K TV 라인업을 늘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중국업체들도 LCD 기반의 8K TV 라인업을 내놓는 만큼 지금보다는 수요가 늘겠지만, 시장이 활짝 열리기까지는 상당기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8K TV는 최소 판매가격이 500만원 수준으로 아직까지 수요가 많지 않다”면서 “월드컵,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나 8K콘텐츠 증가, 가격 하락 등 요인이 맞물리면 1~2년 내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경선 IHS마킷 이사는 “8K TV의 가장 아픈 지점은 바로 콘텐츠 부족”이라며 “모든 산업 생태계가 동시에, 한꺼번에 만들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듯이 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을 꼭 콘텐츠 여부로 판단하기에는 섣부를 것 같다. 8K 시장이 열리는 시점은 콘텐츠 시장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적인 성장이 수반돼야 하며, 무엇보다 디스플레이 초대형 성장과 패널 가격 하락이 수요를 늘리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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