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많은 선수들이 현역 막바지에 “이제야 야구가 눈에 들어온다”고 아쉬움을 삼킨다. 은퇴가 다가오니 자신의 메커닉을 정확히 인지했고 수싸움도 능해졌는데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져 몸이 머리를 따라오지 못한다며 깊은 한 숨을 쉰다.
SK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37)은 예외다.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던 2017시즌을 뒤로하고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김강민은 지난해 후반기 타율 0.301 OPS(출루율+장타율) 0.920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57경기 동안 홈런 12개를 날렸고 도루도 8개나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선 더 강렬했다. 플레이오프 5경기 동안 타율 0.429 3홈런으로 펄펄 날면서 SK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올시즌에도 지난해 모습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김강민은 31일 키움전까지 타율 0.400을 기록 중이다. 개막전부터 8경기를 치렀고 1경기를 제외한 7경기서 안타를 날렸다. 특히 지난달 31일 고척 키움전은 완벽했다. 7회초 2사 만루에서 승기를 잡는 싹쓸이 3루타를 터뜨렸다. 이보근의 포크볼을 정확히 때려 외야진을 넘어가는 장타를 만들었다. 이날 김강민은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SK의 주말 3연전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국가대표 외야수로서 공수주에서 펄펄 날았던 모습을 재현 중이다.
경기 후 김강민은 “팀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안 좋았는데 나는 감이 나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3번 타자로 나가서 안타 하나라도 더 친다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팀에서 부담이 가장 없는 게 나인 것 같았다. 찬스가 오면 내가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를 내서 기쁘다. 오랜만에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냈으니까 이제부터 기세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원인에 대해 “지난해 2군으로 내려간 후 타석에서 여유를 갖는 것을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보다 간결한 스윙을 훈련했는데 이후 확실히 타격에서 정확도도 올라갔다”고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했다.
심리적인 부분도 강조했다. 김강민은 “예전보다 욕심을 많이 버렸다. 이제 나는 지금 우리 팀의 한동민이나 노수광처럼 한 시즌을 풀로 다 소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짧게 계획을 세우고 한 경기 한 경기를 잘 치르는 데에 집중한다”며 “시즌 시작부터 100경기 이상을 바라보면 나 스스로 지쳐서 무너질 수 있다. 한 경기씩 바라보고 힘들 때는 다른 선수들이 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치른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물론 신체적으로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구 선수들이 가장 먼저 신체적으로 떨어지는 부분이 스피드다.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캠프에서 순발력 유지에 신경썼다. 프로 입단 후 지금까지 5㎏ 밖에 안 늘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며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대한 길게 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
1
![[포토]7회초 싹쓸이 3타점 적시타 터트리는 김강민.](https://file.sportsseoul.com/news/legacy/2019/03/31/news/20190331010014936001172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