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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스포츠는 다양한 연령대를 품어야 더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다.
올해부터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2를 자체 제작해 중계한다. 이를 위해 송재익, 한종희 등 올드팬에게 익숙한 베테랑 캐스터들을 영입했다. 여기에 박문성, 이주헌 등 웬만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에 버금가는 대중성을 갖춘 해설위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효과는 크다. 10~20대부터 장년층까지 K리그가 품을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촌스럽고 지루한 중계가 아니라 더 흥미롭고 생생하게 K리그2를 전달하는 콘텐츠로 거듭난 모습이다.
◇ 어른들의 유명인 송재익송 캐스터는 1990~2000년대를 풍미한 베테랑 방송인이다. 1970년 문화방송(현 MBC)에 입사해 올림픽 8회, 월드컵 6회를 경험했다. “후지산이 무너집니다”, “보신각 종 치듯 한 헤딩골” 등 수많은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1942년생으로 우리나이 78세가 된 그는 10여년 전 현역에서 물러났으나 연맹의 러브콜을 받고 고심 끝에 중계진에 합류했다. 프로축구 중흥을 위해서다. 송 캐스터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든 게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라며 “연맹에서 K리그 발전을 위해 도와달라고 하더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의미 있는 일에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현역 시절 A매치나 월드컵, 올림픽 등 메이저대회를 주로 중계했다. 프로축구 중계는 흔치 않았다. 송 캐스터는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중계하는 게 익숙하지는 않다. 그래서 더 어렵지만 재미도 있다”라며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많이 하는데 이 기회를 통해 전국을 다녀볼까 한다. 직접 캠핑카를 끌고 경기장에 가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16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아산과 부천의 경기를 위해 하루 먼저 내려가 캠핑카에서 취침하고 당일 방송을 진행했다.
송 캐스터를 영입해 얻는 효과는 명확하다.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공략할 수 있다. 친숙한 그의 목소리가 TV와 인터넷을 통해 오랜만에 대중의 품으로 향하면서 K리그2의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다.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던 2부리그가 중계진의 유명세를 이용해 얻는 이익이다. 그 중에서도 올드팬이 K리그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송 캐스터는 “경기장에 오랜만에 가니 많은 분들이 알아보신다.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이가 있는 분들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도 한다. 전화도 많이 받았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지만 프로축구 인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 10~30대에겐 ‘연예인’ 박문성박 위원은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는 방송인이다. 유럽 축구 콘텐츠를 오랜 기간 중계했고, 인기 축구 게임에도 목소리로 참가했기 때문이다. 10~30대 사이에선 웬만한 프로축구 선수 이상의 대중성이 있다. 최근에는 뉴미디어인 1인 방송 중계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송 캐스터와는 반대 지점에 있는 캐릭터다. 그러나 박 위원이 현장에서 프로축구 중계를 하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그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진짜 2부리그냐고 묻기도 했다”라며 “K리그2 팬들은 방송 노출에 대한 갈증이 있다. 선수, 감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부리그도 재미있게 포장하면 좋은 콘텐츠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박 위원은 1인 방송을 시작했다. 주로 프리미어리그를 즐기는 해외축구 팬이 타깃이다. 박 위원이 K리그2 중계를 시작하자 프로축구에 큰 관심이 없던 해외축구 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 위원은 “내 방송을 구독하는 분들이 대부분 10~30대 젊은 층이다. K리그에 그다지 관심이 없거나 좋아할 만한 계기가 없던 분들인데 내가 중계할 때 지켜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그렇게 그 분들이 프로축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맹은 지난해부터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기 BJ 감스트를 홍보대사로 선임해 재미를 봤다. 박 위원 영입도 같은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박 위원은 “감스트를 통해 1인 방송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라며 “그 곳에 K리그를 소비할 소비자들이 있다. 나도 1인 방송을 하고 있는데 정말 체감하는 변화가 크다. 프로축구의 외연 확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1년간 즐거운 마음으로 K리그2 현장을 누비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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