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충무로의 새로운 루키가 등장했다. 바로 배우 이재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재인은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에서 같은 날 태어난 ‘그것’과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사는 금화 역을 맡아 1인 2역의 연기를 펼쳤다. 올해 열여섯의 신예 배우지만 이재인은 미스터리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인물을 표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바하’ 역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얼떨떨하다”고 수줍어한 이재인은 “좋은 반응과 함께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는 것에 대해 뿌듯하기도 하고 자부심도 생긴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고 책임감도 생긴다. 관심을 받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이번 ‘사바하’를 통해 무대 인사, 인터뷰 등 영화의 홍보 일정을 처음으로 소화하고 있는 이재인이다. 모든 것이 신기하다며 눈을 반짝인 그는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알아주시는 것을 보니 기뻐서 눈물이 난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이상한 기분도 들고 감사드렸다”고 말했다.

이재인은 오디션을 통해 ‘사바하’에 출연하게 됐다. 어린 나이의 신인이지만 역할을 위해 남다른 준비를 해갔다. 이재인은 “지정된 대본이 짧아 자유연기를 준비해갔다. 앞부분의 읽는 느낌을 보여드리기 위해 시를 준비했다. 학교에서 배웠던 시 중에 분위기가 잘 맞는 시들을 골라 읽고 외웠다. 영화가 쌍둥이의 이야기다 보니 직접 독백을 써서 준비해봤다. 쌍둥이자리 별자리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 이야기를 짧게 써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사바하’는 관객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할 만큼 쉽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다. 어린 이재인에게도 쉽지는 않았을 터다. 이에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비유나 표현 같은 부분이 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해를 하고 상황을 파악해야 연기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께 여쭤보고 의지를 했다”고 어른스런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감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 금화였던 만큼 이를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이재인은 “금화는 눈빛으로 많이 표현이 돼야 했다. ‘그것’에 대한 감정이나 내면의 고민이 많았다. 쌍둥이 언니가 싫고 증오스러운 마음이 있지만 한편으론 혈육 간 사랑 같은 것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것 같았다. 쌍둥이의 유대감이 있고 특별한 느낌이 느껴졌던 것 같다. 또 대사나 눈빛, 직접적인 것으로 전달하지 않고 감정을 억누르는 캐릭터기 때문에 무표정을 하되 눈빛이나 숨소리 같은 디테일한 것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화는 다리를 저는 캐릭터여서 그런 부분도 어색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한쪽 신발에 깔창을 더 깔거나 하며 연습을 했다. 어색해 보일까 걱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인
배우 이재인  사진|카라멜이엔티 제공

역할을 위한 이재인의 열정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방언 기도 연기를 위해 직접 유튜브를 찾았을 뿐 아니라 당초 예정되지 않았던 ‘그것’의 1인 2역까지 소화하게 됐다. 그는 “‘그것’의 배우를 뽑는 것에 있어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았다. 제가 생각했을 때 쌍둥이란 것이 둘만이 가지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 아무래도 제가 금화와 ‘그것’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서로의 주고받는 느낌과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1인 2역은 어떨지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었는데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두 캐릭터를 연습했다. 특수 분장이 굉장히 특이했다. 털도 붙여보기도 했고 손톱도 굉장히 길어 준비하는데 오래 걸렸다. 울음소리도 제가 직접 했었다”고 회상했다.

울음소리 연기를 위해 직접 동물 울음소리부터 아기 울음소리까지 찾고,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탓에 차에서 연습을 하는 등 연구가 계속됐다. 특히 이재인은 ‘그것’ 연기를 위해 직접 삭발은 물론 눈썹까지 모두 미는 투혼을 발휘했다.

“삭발에 대해선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10초 정도 고민 했는데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생각했다. 새로운 경험이고 특별한 캐릭터다 보니 한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삭발의 순간이 오니 신기하기도 하고 슬프지는 않았다. 이왕 내 머리를 내 손으로 밀어보자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고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다. 삭발을 해보니 머리를 감을 때는 편했는데 춥기도 했다. 머리보다도 눈썹을 민 것이 심란했다. 촬영 후 바로 개학을 해서 가발을 쓰고 학교에 다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매일 가발을 쓰고 눈썹을 그리다 보니 통달했다. 그런데 여름이 힘들었다. 점심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벗기도 했다.”

중학생 소녀에게 있어 엄청난 열정이 가득한 작품이었지만 이재인은 오히려 “저보다 스태프 분들이 많이 고생하셨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노력과 애정이 담긴 ‘사바하’를 통해 이재인은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중요한 포인트를 맡고 그것을 끌고 나가는 방법을 배웠다. 마음속으로 감정이 가득 차있지만 표현과 눈빛을 전달하는 방법을 연습했고 그런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고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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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카라멜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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