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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국아, 너 에이스지?”
지난 23일 문학구장. SK를 상대로 고전하던 LG 에이스 류제국이 살짝 흔들리자 LG 양상문 감독이 마운드를 걸어와 한 첫 마디였다.
“네.”
감독이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고 강판될줄 알고 마음 상했던 류제국은 쉼호흡을 하고 짧게 답했다. 양 감독은 류제국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에이스가 이런 상황도 못막으면 억수로 쪽팔린데이. 에이스 답게 한 번 막아봐라. 맞으면 할 수 없지만, 네 공이면 충분할 거다.”
경기 시작부터 사실상 ‘멘붕’ 상태였던 류제국은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나니,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포수와 타자 딱 둘만 보였다”고 말했다.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SK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류제국은 마운드를 직접 방문한 양 감독과 대화를 구체적으로 들려줬다. 7-4로 추격당한 5회 무사 2루 위기였는데, 루크 스캇에게 던진 초구 직구가 몸쪽 볼이 되자 양 감독이 직접 마운드를 방문한 것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한 마디 하고 내려가시자 ‘아 무사 2루구나’라는 현실이 정확히 인지되더라. 이제부터 절대 맞으면 안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스캇에게 볼넷을 내준 뒤 이재원에게 우중간 2타점 적시 2루타를 내주고 7-6 한점차까지 쫓겼지만, 김강민 박정권 나주환을 중견수 플라이와 삼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고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그렉 매덕스가 ‘야구는 멘탈게임이다. 특히 투수에게 멘탈은 필요한 경기력 중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 이유를 알겠더라.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너무 많아도, 벤치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들어도 소위 멘붕이 온다. 이른바 ‘갑’ 정신을 갖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던져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첫 승을 올렸다”며 웃었다. 9경기만에 뒤늦게 첫 승을 따낸 류제국은 기쁨의 미소 대신 큰 한 숨으로 그간 마음고생을 대변했다. 직구 평균구속이 145㎞ 가량 됐고, 체인지업도 평소보다 빠른 136㎞까지 나왔다. 그는 “안타를 맞은 구종 중 체인지업이 많았는데, 평소보다 구속이 빠르고 높아 걸려들었다. 팔 상태가 너무 좋아도 생각대로 야구가 되질 않는다는 것을 배운 경기였다. 이제 첫 승을 했으니, 제구뿐만 아니라 구속까지 신경써야겠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으로 상대에게 지지 않는 것, 케세라세라 정신으로 마운드에 서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련함과 아쉬움이 교차되는 표정으로, 팀의 4연승 도전 경기를 지켜봤다.
문학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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