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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2020년 도쿄올림픽 개막까지 약 500여 일을 앞둔 상황에서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수영 여자의 에이스인 이케에 리카코(18)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지난 12일 이케에가 자신의 트위터에 그 사실을 공표한 직후 모든 매체가 긴급 속보를 내보냈고 저녁 뉴스의 주요 헤드라인으로 다뤄졌다. 다음날 아침에도 각종 매체에 이케에의 백혈병 진단 소식이 가득했다.
2000년 7월생인 이케에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15년에 일본 대표로 선발돼 2016년 리우 올림픽에 50, 100, 200m 자유형과 50, 100, 200m 접영, 400m 릴레이에 출전했다. 비록 100m 접영에서 5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지만 한 선수가 7종목이나 출전한 것은 일본 수영 사상 최초였다. 올림픽 이후에도 일본 선수권에서 5관왕, 지난 해 8월에 열린 아시안 게임에서 금 6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해 일본 여자대표 중 처음으로 대회 MVP를 수상했다. 아직 18세이니 도쿄 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물론 개최국의 히로인이 되는 것 또한 확실시되던 유망주가 난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모두가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이케에가 진단받은 것은 혈액의 암이라고 불리는 백혈병이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완치될 확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때 불치병으로 통했다. 20세 미만의 젊은이가 가장 걸리기 쉬운 암이라고는 해도 불과 몇 달 전까지 기록을 경신해온 천재 수영선수에게 병마가 찾아왔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에 일본 열도가 충격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필자 역시 비슷한 기분이다. 필자와 같은 도쿄 에도가와구 출신인 이케에는 집 근처 수영장에 다니던 15세 무렵부터 동네에서 제법 유명했다. 같은 고교에 다니던 지인은 “학교에서는 잘난 척하지도 않고 선배들에게도 예의 바르게 인사를 잘했다. 학교 행사 때 도쿄올림픽의 희망이라며 표창장을 받을 때도 쑥스러운 듯 웃던 귀여운 후배였다”고 했다. 그런 유망주가 갑자기 백혈병을 선고받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안타깝다.
그러나 불과 15세에 세상에 나간 뒤 더 높은 곳을 목표 삼아 노력을 거듭해 온 18세 소녀는 상심한 기색도 없고 자포자기하지도 않았다. 발표 직후 이케에는 트위터에 ‘치료에 전념해 하루라도 빨리 더욱 강해진 이케에 리카코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일본이 충격으로 동요를 숨기지 못하던 동안에도 ‘신은 견디지 못하는 시련은 주지 않는다. 내게 넘지 못할 벽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트윗을 남기며 씩씩하게 완치를 목표로 치료에 임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런 그를 향해 일본 전체가 응원을 보내고 있다. 같은 수영 대표선수들은 물론 체조계의 에이스인 우치무라 코헤이, 테니스의 니시코리 케이, 피겨 스케이팅의 기하라 리카 등 종목을 뛰어넘어 많은 선수들로부터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졌고 서른 살에 백혈병을 앓았던 일본의 국민배우 와타나베 켄도 “지금의 의학기술과 스스로의 생명력을 믿고 앞을 향해 천천히 치료에 전념해달라”고 응원을 보냈다.
일본에는 켄 외에도 백혈병을 극복한 유명인이 많다. 스포츠계에서는 일본 청소년 대표 출신에 U-17 월드컵에도 출전한 하야카와 후미야가 2016년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후 2년의 투병 생활을 거쳐 현재 팀에 합류했다. 이케에 또한 이제부터 항암제 치료와 같은 투병 생활을 잘 견디면 분명 완치할 것이라 모두가 기대하는 분위기다. 도쿄올림픽 전에 일어난 일본의 ‘비극’은 과연 ‘기적’으로 변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도쿄 올림픽 수영 스타디움에 선 이케에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앞날이 창창한 10대 청소년이 건강한 일상을 되찾는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번역:이하나)기사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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