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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위하이(중국)=스포츠서울 | 글·사진 조윤형기자]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은 어느 순간부터 ‘너무도 빠른’ 속도의 세상을 지향했다. 하지만 목적지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유유자적 선박 여행은 하이 스피드의 세계 속에서 낭만과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선사한다.
카페리사 위동항운은 1992년 정식 수교 이전인 1990년 한중간 최초로 인천과 웨이하이를 연결하는 카페리 항로를 개척해 단절됐던 인적·물적 교류의 물꼬를 텄다. 서로 다른 정치 체제와 전쟁의 아픈 상처 속에서 40년 간 교류가 없었던 양국 간 직항로를 개설, 사람과 물자를 나르면서 쌓은 신뢰가 바탕이 돼 정식 수교에 이르렀다 할 수 있겠다. 한중 교류 속 황금 가교 역할을 자처한 위동항운의 사명감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러한 교류에 힘입어 인천항은 한중 카페리 항로의 최대 중심 항이자 모항으로 성장했다. 위동을 필두로 총 9개 카페리 선사가 10개 항로를 개설, 운영중이다. 이는 전체 한중 카페리 항로 중 수송 화물 18%, 여객 14%의 점유율이다. 작은 어촌이던 웨이하이 시는 현재 카페리 2개 항로를 보유한 인구 280만 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위동 페리가 취항하는 산둥성에선 다양한 테마의 여행 루트를 계획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산둥성에는 춘추전국 시대의 역사적 배경인 여행지가 분포돼 있어 교육적인 면에서도 좋다. 장보고의 적산법화원, 양사언의 시조에 나오는 타이산(泰山),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 샘물의 도시 지난(濟南), 제나라의 800년 수도 쯔보(淄博) 등이 있다. 여행과 관광을 통해 장보고가 남긴 해양개척, 공자·맹자의 고향에서의 유교 문화 체험 등 역사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고품격 여행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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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중국’ 칭다오와 웨이하이
중국인이 최고 성인으로 꼽는 공자의 고향으로 유명한 산둥성. 찬란한 역사를 가졌다. 이곳엔 각각 특색을 지닌 10개의 문화 관광지가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최근 한국인 트래킹 관광객을 위한 코스로 산둥성과 산시성 경계에 위치한 ‘중국 그랜드캐니언’ 태항산대협곡, 중국 5대 명산 중 하나인 타이산(태산), 칭다오의 라오산(노산) 등이 인기다. 실제로 국내 산악회 단위로 산둥성의 다양한 산행 코스를 찾고 있으며, 재방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칭다오와 웨이하이가 품은 도시적 매력도 놓칠 수 없다.
나이 스물 다섯, 처음 중국 땅을 밟았다. 개인적으로 첫 해외 출장이라는 특별한 상황도 있었지만 광활한 대륙의 기운을 몸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다. 또 비행기가 아닌 배로 떠난다는 낯섦에 더욱 들떴다. 사실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멀미와 사고에 대한 우려는 닻을 올리고 힘차게 전진하는 위동페리의 위풍당당한 물살 앞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멀미액은 꺼내지도 않았다. 충분히 안정적이었다. 깔끔한 화이트톤 객실 또한 안락했다. 선내에는 기자가 이용한 로얄(2인실) 외에도 프레지던트, 디럭스 로얄, 스페셜, 비즈니스, 이코노미 등 가족 및 친구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객실이 있다. 실제로 다양한 연령대가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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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방의 주요 관문 산둥성에 당도한 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웨이하이였다. 웨이하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지난 2006년 완공된 행복문이다. 항구 남쪽 해상공원에 위치한 행복문은 우리 독립문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규모에서 위엄이 쏟아진다. 이를 통과하면 베이징, 홍콩 등 중국 주요 도시와의 거리를 표시한 반구 모양 만복도가 있다. ‘행복문을 지나면 복이 온다’는 속설로 인해 만복도 위는 늘 인산인해다. 이외에도 역사테마파크 화하성, 적산법화원 등 다양한 관광지가 산재했다.
중국내에서 ‘가장 살기 좋은 청정도시’로 선정될 만큼 깨끗하고 맑은 웨이하이는 산뜻한 환경을 가진 도시로 널리 알려졌다. 산둥반도 최동단 도시인 웨이하이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다. 선입견과는 달리 공기 깨끗한 도시로 유네스코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중국 내륙보다 청정한 공기질과 수질을 자랑한다. 작은 어촌마을에서 급성장한 신흥도시답게 곳곳에 도시 미관도 깔끔하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들과 중국 최고급 온천리조트인 천목온천, 탕박온천, 대규모 골프장 등 힐링 인프라를 잘 갖췄다. 천목온천은 해수온천으로 유명하고 탕박온천은 깨끗한 수질로 손꼽힌다.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기에 제격인 여행지로 위하이를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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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웨이하이와는 달리 현대적인 칭다오도 매력적인 기항지다. 과거 독일 조차지로서 ‘중국의 작은 유럽’이라고 불릴 만큼 특색 있는 칭다오는 아름다운 건물과 잔교 등 역사적 볼거리들이 많다. 특히 칭다오 맥주 박물관은 100년 역사의 건물과 설비를 이용해 칭다오 맥주의 발전 과정과 양조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곳에서 마시는 생맥주가 맛있다고 했다.
광활한 중국의 자연환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누런 강물, 푸른 바다, 빨간 해홍나물, 갈색 갈대 등으로 뒤섞인 황하 하구는 그야말로 오색찬란했다. 거친 상류와 달리 잔잔하고 고요함으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돋구고 있다. 철새의 낙원으로 알려진 이곳엔 백조와 두루미 등 367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마지막 일정으로 중국의 동악으로 불리는 타이산을 방문했다. 중국 5대 명산 중 으뜸인 타이산은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그리 높지는 않다. 해발 1532m. 하지만 압도적인 절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역대 중국 제왕들이 제사를 올린 장소이며 산봉우리 112개, 절벽 92개, 계곡 102개가 있다. ‘하늘 아래 뫼’이지만 관광버스를 이용하니 더 쉽다. 도화욕에 도착하면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먹거리 역시 다양하다. 우리나라와 서해를 공유하는 산둥성은 바지락 등 어패류나 해조류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중국 내륙에서의 ‘잊지못할’ 식재료에 감명(?)받았던 기억이 있다면 산둥성에서 깨끗하게 트라우마를 씻어낼 수 있다.
◇느린 대신 여유로운 선박여행좁아터진 3-2-3열 항공기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 선박 여행에 있다. 여기다 가벼운 가격 역시 지갑에 여유를 더한다. 무엇보다 단순한 이동을 넘어 배 안에서 여유있는 공간과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비행기는 공항에 내려야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지만 배는 탑승 순간부터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위동 페리는 흥미로운 일정을 위해 여러 이벤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카페테리아, 노래방, GS편의점, 야식 코너, 면세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선박 내 현대아산 면세점도 입점했다. 다양한 할인 제도 및 유명 브랜드가 있어 탑승객들이 편안하고 여유롭게 쇼핑을 하며 여정을 즐길 수 있다. 주류 및 연초류를 공항이나 시내 면세점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미식을 위해 레스토랑 케이터링(Cater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워홈 등 신뢰도 높은 식자재를 사용한다. 위생적인 조리 환경 속 탑승객 기호와 행사에 맞는 특식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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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이동 시간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야간에 이동하면 하룻밤 숙박 비용을 아끼고 아침부터 바로 여행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항공기가 수용하기 어려운 기업연수 세미나, 학생 단체 등 100명 이상 단위 대형 단체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이동 중 선내의 세미나실과 같은 넓은 공간을 이용, 다양한 일정을 미리 소화할 수 있다. 여유로운 공간을 보유한 선박 여행의 장점으로 오직 운송만이 목적인 항공여행과는 차별화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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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선박안전운항 규정 역시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 위동항운에 따르면 위동 페리는 선박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불법 증축이나 개조를 하지 않았다. 여객 정원의 130%에 이르는 구명 설비를 보유 중이며 정상 작동을 위한 주기적 점검과 훈련을 수시로 실시 중이다. 컨테이너 적재 시에는 승인된 안전기준 매뉴얼에 따라 철저하게 고정시킨다고 설명했다.
yoonz@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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