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4\' 이천수
이천수가 전남 나주 해피니스 CC에서 진행된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4’에서 절묘한 샷을 뽐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나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나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골프의 원리, 프리킥 찰 때와 아주 비슷하더라.”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10분 방송하는 JTBC 골프 채널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4’에서 스포츠팀 일원으로 참가중인 이천수는 이 프로그램이 골프 예능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선수 시절부터 악바리 같은 승부 근성과 더불어 톡톡 튀는 개성을 뽐낸 이천수에게 ‘레전드 빅매치’는 똑 들어맞는 프로그램이다. 낯선 종목에 발을 들였음에도 선수 출신답게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목표치에 도달했고, 간간이 자신의 예능 기질을 뽐낼 공간이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골프 마니아들은 이천수의 성장기에 놀라워했다. 시즌1 때 110타를 쳤던 이천수는 1년 6개월 만에 싱글까지 올라섰다. 시즌4에서도 연예인팀 고수인 이정진과 1대1 대결에서 승리했고, 골퍼의 자존심 대결 ‘장타 대회’에서도 267m를 날려 여홍철(272.5m)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 운영을 총괄하는 전력강화부장으로 내정됐다. 골프는 외도가 아닌 영양가 있는 재충전의 계기가 됐다. 이천수는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처음엔 축구했을 때처럼 승리욕을 앞세웠는데 골프는 그런 게 아니더라”며 “여유를 두고 겸손하게 공을 대하면서 실력이 늘었다. 축구 역시 어떻게 보면 멘털 스포츠인데 골프를 통해 또다른 눈을 뜬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레전드 빅매치 시즌1부터 출연하고 있는데, 시즌마다 실력이 부쩍 늘더라.

돌이켜보면 프로팀과 국가대표로 축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너무 여유없이 달려왔더라. 그런 마음이 처음에 골프채를 잡았을 때도 습관처럼 나왔던 것 같다. 골프는 멘털 스포츠인데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스스로 다운이 돼 스윙이 급했다. 축구처럼 무언가 정복해야 한다는 욕심도 나왔다. 그런데 골프는 그런 게 아니더라. 스스로 여유를 두고 겸손하게 바라보면서 원하는 스윙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즌1 때 골프 좋아하시는 분이 “이천수 별로던데…”라고 하셨는데 시즌2, 시즌3가 지나면서 “의외로 빨리 좋아졌다”, “샷이 좋더라” 등 칭찬해주셨다. 그제서야 골프의 진리를 깨닫게 됐다.

- 선수 시절엔 골프를 즐기지 않았나.

내가 뛴 팀의 일부 감독께서는 골프 얘기를 자주 하시는 분도 계셨다. 또 골프 하는 친한 선배도 내게 권유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관심이 없었다. 일단 가만히 서서 공을 치는 것 자체를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약간 후회한다. 조금 더 빨리 시작했을 걸 그랬다.(웃음)

- 골프의 매력은 무엇인가.

다른 것보다 앞서 말했듯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경쟁 세계에서 지냈다. 나 뿐 아니라 모든 프로 선수들이 프로가 되기까지 너무 바쁘게 달린다. 축구 자체만 보더라도 이제는 그런 오기로만 되는 게 아니다. 기술과 전술이 평준화 돼 가는 시점에서 멘털은 경쟁력의 큰 요소가 됐다. 골프는 경기 행위에서 집중력도 요구되지만, 그 외에 많이 걷고 자연을 즐기면서 회복도 하고 자기를 찾는 시간이 되더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러한 시간을 가졌다면 축구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 지도자가 된다면 선수들에게 골프를 권할 것인가.

물론이다. 나이를 떠나서 선수들에게 하루 정도는 온전히 자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골프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느 정도 공간을 비워야 또 새로운 축구가 들어가는 것 아니겠냐.

[포토]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4\'  이천수
이천수가 인터뷰 중 축구 선수로 골프 스윙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 야구 선수는 스윙 메커니즘이 골프와 비슷해서 유리하다는 주장을 한다. 반면 축구 선수는 하체가 안정돼 있어서 스윙에 유리하다고 하는데.

하체 밸런스가 좋아서 골프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특히 나같은 경우엔 선수 시절 프리킥을 많이 찼는데 손과 발 사용은 다르지만 정지된 공을 때리는 원리가 비슷한 것 같다. 구질의 원리라고 해야 할까. 프리킥을 찰 때 밀지 않고 회전을 시키는 것처럼 골프 역시 페이드샷, 드로우샷처럼 원하는 스윙 궤적에 따라 그림을 그린다. 공을 대는 타이밍도 비슷한데, 골프 할 때 프리킥 찼을 때를 많이 떠올린다.

- 레전드 빅매치 ‘개근 멤버’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보다 종목별로 많은 형이 출연했다. 유상철, 송진우, 이병규 등등. 이곳이 기운이 좋아서 그런지 백수였던 형들이 프로그램 출연 이후 좋은 대우를 받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더라.(웃음) 이곳에서 다시금 여유를 찾고 종목별 좋은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자기를 돌아본 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보기 좋았다. 앞으로도 그러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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