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가 16번 홀 티샷을 하고 있다
제주도가 집인 임성재는 제주의 바람과 한라산 브레이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서귀포의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리는 더 CJ컵의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슈퍼루키’ 임성재(20·CJ대한통운)가 안방에서 ‘대형사고’를 칠 준비를 하고 있다.

1998년생 임성재의 집은 제주도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지만 4살 때 제주로 이사해 17년째 제주도민으로 살고 있다. 제주에서 7살때 골프 클럽을 잡은 그는 주니어 시절 제주가 낳은 골프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07년 대한골프협회(KGA)에서 공인한 국내 최연소 홀인원 기록(9세 113일)을 세웠고 12세 때는 국가상비군에 발탁됐다. 아마추어 시절 전국 대회에서 16승을 쓸어 담은 그는 고등학교 2학년때인 2015년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일본프로골프(JGTO) 퀄리파잉(Q)스쿨을 동시에 통과해 일찌감치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는 2부 투어인 웹닷컵 투어에서 상금왕에 오르며 당당히 PGA투어에 입성했다. 그 힘겨운 과정에서도 힘들 때면 잠깐의 짬을 내 집이 있는 제주도에 머물곤 했던 그는 그때마다 큰 힘과 용기를 얻고 다시 꿈을 향해 달려가곤 했다.

그런 임성재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PGA 투어 공식 데뷔전을 공동 4위로 마친 그의 두번째 대회가 바로 고향이나 다름없는 제주도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는 18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의 클럽 나인브릿지(파72·7184야드)에서 열리는 2018~2019 PGA 투어 시즌 3번째 대회 더 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50만달러·우승 상금 171만달러)에 초청선수로 출전한다.

임성재선수와 전년도 우승자인 미국의 저스틴 토마스
임성재(왼쪽)가 CJ컵 공식포토콜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저스틴 토머스와 우승 트로피를 들고 18번홀 브릿지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성재는 “PGA 투어를 집이 있는 제주도에서 하게 돼 너무 설레고 기쁘다. 8개월 만에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을 먹으니 힘이 난다”고 활짝 웃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임성재는 집에서 경기장을 오가는 홈 어드밴티지를 톡톡히 받고 있다. 임성재는 “비록 클럽나인브릿지에서는 공을 자주 쳐보지 못했지만 다른 한라산 코스에선 많은 경험이 있다. 여러 선수들이 소위 ‘한라산 브레이크(오르막과 내리막 구분이 힘든 일종의 착시현상)’를 어려워하는데 나는 눈에 보이는 대로 홀을 공략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워낙 많이 경험했기에 변화무쌍한 제주의 바람은 오히려 그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PGA 투어가 ‘새 시즌에 주목할 신인’ 중 첫 손가락에 꼽은 선수답게 그는 첫 날 PGA 투어의 거물급들과 한 조에 편성됐다. 세계 3위 브룩스 켑카(28), 4위 저스틴 토머스(25·이상 미국)와 이틀 동안 한 조에서 플레이 한다. 켑카는 올해 US오픈,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오른 톱스타다. 토머스는 지난해 창설된 CJ컵의 초대 챔피언이자 2017 올해의 선수 경력을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선수다. 이에 대해 임성재는 “조편성 결과에 당황스럽고 긴장되기도 했지만 세계 최고 선수들에게 배울 기회가 왔다는게 감사하다. 100m 안쪽의 웨지샷과 그린을 놓쳤을 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며 의욕을 보였다.

임성재의 올 시즌 목표는 세계랭킹 30위 진입이다. 어릴 적부터 TV에서 꿈꾸던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고 싶어서다. 현재 그의 랭킹은 94위로 다소 멀어보이지만 언제나 기대했던 것 이상의 활약을 펼쳤던 임성재였기에 무리한 욕심은 아닌 듯 싶다. 제주도의 팬들도 부쩍 성장해서 돌아온 스무살 임성재를 반갑게 맞아주며 뜨거운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안방 팬들 앞에서 켑카나 토머스 뿐 아니라 제이슨 데이, 마크 리슈먼, 애덤 스콧(이상 호주),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이언 폴터(잉글랜드) 등 세계적 강호과 겨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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