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쵸케
출처 | 엘리우드 킵초게 SNS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인간의 한계로 여겨진 남자 마라톤 1시간대 기록 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엘리우드 킵초게(34·케냐)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8 베를린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01분39초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4년 전 같은 대회에서 데니스 키메토(케냐)가 작성한 세계 기록(2시간02분57초)을 1분 18초나 단축했다.

킵초게가 최초로 2시간 1분대 기록을 세우면서 세계 마라톤계는 꿈의 기록으로 여기는 ‘서브2(2시간 이내에 레이스를 마치는 것)’가 곧 현실이 될 것이라는 부푼 전망을 내놓고 있다. 1908년 미국의 존 하예스가 2시간55분18초의 마라톤 첫 공식 기록을 세운 이후 111년동안 53분38초의 기록이 단축됐다. 1967년 호주의 데렉 클레이턴(2시간9분37초)이 처음으로 2시간 10분의 벽을 뛰어넘은 뒤 50년이 지났지만 아직 2시간의 벽은 깨지지 않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 1시간대 진입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프마라톤 세계 기록은 2010년 제르세나이 타데세(에리트레아)가 기록한 58분 22초다. 수치만으로 보면 풀코스에서 1시간 56분대 기록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켄터키주립대 존 크릴 교수 팀은 날씨, 코스, 러닝화 등 최적의 조건으로 시뮬레이션 할 경우 마라톤 풀코스 한계 기록이 1시간57분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1시간57분에 풀코스를 뛰려면 매 100m를 16초63에 달려야 한다.

스포츠용품업체인 나이키는 첨단 과학을 동원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브레이킹 2’ 프로젝트를 가동한 바 있다.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킵초게를 주자로 내세워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몬자의 자동차 경주 서킷에서 마라톤 레이스를 개최했다. 오로지 킵초게의 1시간대 기록을 내기 위한 이벤트 대회였다. 세계 톱 클래스의 페이스 메이커가 20명이 투입돼 바람막이가 돼줬고 레이스 중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모터 사이클을 탄 스태프가 물을 공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결과는 ‘서브2’에 26초 모자란 2시간25초였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진 ‘서브2’는 킵초게의 비약적인 기록 단축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5000m 주자로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장기간 유지한 킵초게는 29세였던 2013년 4월 함부르크 대회를 통해 뒤늦게 마라톤에 입문했다. 그는 2시간5분대 기록으로 첫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데뷔와 동시에 톱 클래스 주자로 주목받았다. 킵초게는 트랙 장거리를 통해 스피드를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을 길렀고 이후 마라톤에 도전해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육상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준 엘에스지 감독은 “아프리카 출신 마라토너들은 30대 접어들면서 전성기에 돌입한다. 킵초게는 향후 2년 정도는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4년 만에 남자 마라톤 세계 기록이 작성된 베를린 대회는 러닝에 가장 좋은 영상 10도 안팎의 기온에다 굴곡이 많지 않은 완만한 코스로 인해 기록의 산실로 여겨지고 있다. 2003년부터 이 대회에서는 모두 7차례 세계기록이 작성됐다. 그로 인해 내년 혹은 2020년 베를린 대회에서 킵초게가 ‘서브2’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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