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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계획대로 아시안게임에 맞춰 지하철이 생겼으면 참 좋았을텐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대한 첫 인상은 극심한 교통체증이다.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자카르타 시내로 향하는 택시를 타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로를 빼곡히 메운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볼 수 있다. 차선이 불문명하고 신호등도 보기 힘든 도로 위에서 쉬지 않고 경적 소리가 울려퍼진다. 자카르타 인구 1000만, 근교 인구 3000만명에게 교통체증은 생활의 일부가 됐지만 자카르타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당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자카르타는 인도를 보기 힘들고 횡단보도도 얼마 없어 보행자에게 최악의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무단횡단을 하지 않으면 걸어서 이동하기는 불가능하다.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카르타 또한 서울, 뉴욕, 도쿄, 런던처럼 대도시에 걸맞는 지하철을 놓고 있다. 2013년 10월부터 자카르타 지하철(MRT) 1구간 착공에 들어갔고 오는 12월부터 시범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런데 처음에 그렸던 청사진과는 다소 다르다. 착공 당시만 해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에 앞서 자카르타 MRT 1구간 공사를 마칠 계획이었다. AG 기간 시범운행을 진행해 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었다. 교통체증은 물론 대기오염 문제까기 해결할 수 있는 최신식 전기열차로 자카르타의 도약을 자랑하려 했다.
그러나 공사 중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남부 자카르타 지역에선 철로 부근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해 철로 콘크리트가 훼손되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공사중 시설 붕괴도 빈번했다. 그러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강도 높은 감사를 단행했고 자카르타 MRT 완공일을 12월로 확정지었다. AG에 맞춰 최신 대중교통 시스템을 선보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이뤄지지 않았다.
AG 대부분의 경기가 열리는 겔로라 붕 카르노 스포츠단지 7번과 9번 게이트는 택시를 기다리는 선수단과 취재진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모든 경기가 끝나는 오후 9시에서 10시 사이에는 택시잡기 쟁탈전이 펼쳐지지고 한다.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도 교통체증이 심하고 택시가 한 곳에 몰려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9번 게이트 자원봉사자는 “내 진짜 업무는 AD 카드 확인이다. 그런데 대회가 시작하고 나서 선수단과 취재진을 위해 택시 잡는 게 주업무가 됐다.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꾸준히 택시를 부르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계획대로 AG에 맞춰 지하철이 생겼다면 참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늦었지만 지하철이 생기면 교통체증과 대기오염도 훨씬 나아질 것이다. 지하철 구간도 점점 확장되는 걸로 알고 있다. 자카르타 시민들 모두가 지하철이 개통되는 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MRT는 21세기 인도네시아 최대 프로젝트다. 오는 12월 15.7㎞ 구간을 시범운행하고 2025년까지 112㎞에 이르는 구간에 60개의 역을 건설한다. 자카르타 시민들은 자카르타 MRT를 통해 교통지옥에서 벗어나는 그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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