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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흐리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선지 25분여 지나자 루즈니키스타디움의 웅장한 자태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나흘 앞둔 10일. 루즈니키스타디움은 꽃단장을 마치고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아직 일부 장외 공사는 한창이었는 데 중국 부동산 그룹 완다를 비롯해 비자카드, 코카콜라 등 국제축구연맹(FIFA) 후원 기업의 홍보 부스가 대부분이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개막을 코앞에두고 개막전이 열린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 등 일부 경기장은 지붕 공사도 채 마무리하지 못하는 등 늑장 공사로 빈축을 산 적이 있다. 그와 비교해서 루즈니키스타디움은 이미 지난해 11월 월드컵 대비 재개장 기념 경기(러시아-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친선전)를 치르면서 여유 있게 월드컵을 대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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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루즈니키스타디움은 축구를 넘어 모스크바 시내의 또다른 문화 중심지”라며 “월드컵을 통해 내부 시설 뿐 아니라 주변 환경 개선으로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 루즈니키스타디움은 1956년 개장 당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1992년까지 ‘레닌 중앙 경기장’으로 불렸는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세 차례 개보수를 거쳤는데 2010년 12월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메인 스타디움을 두고 경쟁하다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루즈니키스타디움으로 최종 결정됐다. 기존 육상 트랙을 제거, 8만1000석의 대규모 축구 전용 구장으로 거듭났다.
모스크바 대표 관광지인 참새언덕이 근처에 있을 정도로 비교적 시내 중심에 있다. 접근성이 뛰어나다.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서도 불과 25㎞ 떨어져 있다. 승용차로 25~30분이면 도달한다. 지하철 스포르티브나역, 보로비요비 고리역, 루즈니키역에서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 교통 체증으로 인한 우려도 적은 편이다.
루즈니키스타디움 내부에 들어섰을 땐 이미 월드컵이 시작됐다. 장내에선 파란색 미디어 버스가 운행 중이었고, 미디어센터 2~3층엔 외신 기자들도 오가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도 5~10명씩 동선별로 꼼꼼하게 배치돼 처음 찾는 미디어 관계자에게도 불편함이 없다. 이날 장내에서는 붉은색 유니폼과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팀끼리 열띤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개막전 리허설이었다. 한 관계자는 “지역 사회인 축구 팀을 초청해서 모의 개막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개막전 장내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았는 데 뛰는 선수들은 일반인이었으나 호명하는 이름은 실제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선수였다. 한가지 눈길을 끈 건 전광판에 전반 34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러시아 간판 공격수 표도르 스몰로프의 멀티골로 러시아가 사우디에 2-0으로 앞서는 것으로 표시됐다. 장내 아나운서는 스몰로프의 이름을 연호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선수 교체 상황까지 연출하는 등 텅빈 관중석에도 실제 개막전같은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14일 밤 12시(한국시간) 뚜껑이 열렸을 때 러시아인의 희망대로 개막전 스토리가 쓰일까.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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