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

전인장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

[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삼양라면’으로 유명한 라면 명가(名家), 삼양식품이 잇단 오너 일가의 경영 비리로 얼룩졌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있는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 부부가 나란히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이동수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전인장 회장(55)과 김정수 사장(55)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전 회장과 김 사장은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통해 약 50억원을 빼돌려 자택 수리비 등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 부부는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 중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이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는 삼양식품에 납품하지 않고도 대금을 받았고, 이 같은 수법으로 페이퍼컴퍼니에 지급된 돈은 고스란히 전 회장과 김 사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전 회장은 부인 김 사장을 페이퍼컴퍼니 직원으로 등록해 매달 4000만 원씩 월급 명목으로 받아 총 약 50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이같이 빼돌린 회삿돈으로 부부의 자택 수리비로 쓰거나 개인 신용카드 대금, 전 회장의 자동차 리스 비용 등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전 회장은 특경법상 배임죄도 적용됐다. 그는 2014년10월부터 2016년7월까지 삼양식품 A 계열사의 자회사인 B 외식업체가 경영 악화로 변제 능력이 없는 것을 알고도 A사의 돈 29억5000만 원을 빌리도록 해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회장 부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횡령한 돈을 회사에 모두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삼양식품이 일부 사업을 분리해 전 회장의 장남 병우(24)씨 이름으로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넘기는 수법으로 편법 승계 작업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 된 상태다.

한편 삼양식품의 오너 일가 경영 비리 의혹은 이번 뿐이 아니다. 전 회장이 지난 2010년 단독경영에 나선 이후 삼양식품은 계열사 부당지원, 오너 일가 부당이익 편취 등 잇단 구설에 휩싸이며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오너 일가의 비리 혐의로 끝 모를 이미지 추락 속에 매출 마저 정체되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삼양식품은 수년 째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에서 11%대에 머물며 농심, 오뚜기에 이어 3위로 밀려난 지 오래다. 최근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불닭볶음면’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오너 일가의 경영 비리 의혹으로 또 다시 발목이 잡히게 됐다.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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