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즐거운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이 영화를 했어요. ”

배우 이성민은 요즘 신바람나게 영화 홍보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수 십여 매체의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고, 주말에는 동생들(?)과 무대인사를 다닌다. 또 시간이 나면 아내와 딸을 위해 요리를 하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한 요즘이다. 물론,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빼놓을 수 없지만, 지금처럼만 즐길 수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단다.

이성민은 “출연 배우, 우리 동생들이 너무 밝고 건강해서 행복했다. 앞으로 제가 하는 영화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면서 “그것이 어두운 장르거나 아니거나 상관이 없다. 모두 자유롭고 편안하게 즐기면서 (일을)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성민이 이렇게 신바람나게 웃는 이유는 자연스럽게 출연작과 연결된다. 이성민 외 신하균, 이엘 등과 함께 한 ‘바람 바람 바람’(이병헌 감독)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 분)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신하균 분),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분) 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 분)가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되는 상황을 그린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물. 한결 가벼운 이미지의 이성민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소재를 코믹하게 그려낸다는 것에 불편한 시선도 있었지만, 이병헌 감독 특유의 감성과 재치 밒 배우들의 호연으로 올 봄 극장가의 흥행 강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바람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포스터. 사진 | NEW

이성민 역시 “자칫 영화의 소재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야 안심을 했다. (신)하균이가 ‘영화 너무 귀엽고 유쾌해요’라는 말을 했다. 너무 안도를 했다”면서 “오히려 아내가 ‘더 과감하게 표현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아’라고 해서 힘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평범한 가장을 주로 맡았던 이성민이 바람둥이 역할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 이성민은 롤모델로 2012년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카사노바 장성기 역을 맡은 류승룡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그런 역할은 이대근 선생님을 넘어서 새로울 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류)승룡이가 참 잘했던 게 떠올랐죠. 그래서 그 캐릭터를 생각하고 또 봤어요. 그런데, 내가 맡은 석근은 조금 더 담백하게 풀린 것 같아요.(웃음) 솔직히 말해 ‘카사노바라’라기 보다, 그냥 ‘난봉꾼’ 이었어요.”

영화에서 그 누구보다 능글능글하고, 실랄하게(?) 바람을 피운 이성민은 “절대 현실과 겹치는 부분은 없다”며 호언장담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족을 얘기를 꺼냈다.

“집 안과 밖에서의 나에 대해 구분을 확실하게 해요. 딸 아이도 이 부분에 익숙해졌고요. 심지어 제가 티비에서 턱시도를 입고 나오면 ‘헐~’이라며 비웃어요. 그러면서 저는 ‘늘 애기하지만, 내가 저래서 우리가족이 먹고 사는거야’라고 한 마디 농담을 던지죠.”

누구보다 딸과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애쓰고, 지금까지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배우 이성민이 당당하고 자신있게 연기를 할 수 있던 것 모두 가족덕분이었다. 그런가운데 가족들도 혼란스러웠던 시기도 있었다. 바로 2012년 방송된 MBC드라마 ‘골든타임’ 당시의 말이었다.

“드라마가 갑자기 잘되서 인기를 얻었을 때 저 뿐 아니라 가족들도 혼란스러웠어요. 온갖곳에서 나에 대해 얘기를 했죠. ‘골든타임’을 끝나고 엄청난 변화 속에서 아내와 저 모두 힘들었어요. 그때 부부가 함께 마음을 다잡았죠. 빨리 제자리로 돌아왔고, 정상적이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어요. 오히려 서로를 걱정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작품과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최근 연극계에서 영화계로 번진 미투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이성민 역시 오랜시간 연극에서 자리를 잡고,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을 넓히며 스타로 성장해온 배우기 때문이다. 또 고등학생인 딸이 연극쪽에 관심을 갖고있는 만큼, 배우에 앞서 아빠 이성민으로 최근의 일들에 고민은 어쩔 수 없었다.

이성민은 “(미투에 대해)생각을 깊이 했다. 연극하는 현재의 배우들과도 얘기를 나눴다. 참 부끄러운 일이었다. 특히 현직에 있는 친구들은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관객수에도 영향을 미쳤으니까. 다시는 이런 일들이 안생기기를 바라고, 건강한 연극 창작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게 진짜 나의 바람이다”면서 “건강한 곳도 많다. 그런데 인식이 무서운 것 같다. 하루빨리 건강한 문화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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