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알쏭달쏭 비디오 판독, 전광판으로 다함께~!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27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1회 타석을 맞아 사구에 대한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하자, 전광판을 통해 해당 장면이 방송되고있다. 2018.03.27.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8시즌을 앞두고 비디오판독 화면을 야구장 전광판에 상영한다고 발표했다. 비디오 판독시 중계방송 화면을 현장에 상영하면서 관중들에게 판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야구팬도 KBO의 발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전까지 관중들은 비디오 판독이 이뤄질 때마다 스마트폰 야구 중계를 통해 판독 상황을 파악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현장 관계자들과 함께 상황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문제는 KBO가 발표에 앞서 중계방송을 제작하는 방송국에 어떠한 통보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A스포츠채널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나오고 깜짝 놀랐다. KBO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는데 올시즌부터 방송 화면을 전광판에 상영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B스포츠채널 관계자도 “개막 시리즈 때 알았다. 현장에서 전광판을 보니 중계방송 화면을 틀었더라. KBO로부터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했는데 중계 화면이 나와서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KBO에서 발표했을 때 당연히 KBO 비디오 판독센터 영상이 나오는 줄 알았다. 사실 우리는 비디오 판독시 리플레이를 틀어야 하는 의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마산구장 개막전에선 비디오 판독 상황에서 전광판에 중계화면이 송출됐으나 정작 중계화면은 리플레이를 틀지 않고 판독센터 판정을 기다리는 심판진의 모습을 비췄다. KBO와 방송국이 새로운 규정을 시행하기에 앞서 어떠한 의사소통도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KBO 관계자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방송국과 별도로 합의한 것은 없다. 다만 이전과 똑같이 진행이 되더라도 무리가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며 “야구장에서 홈팀이 홈런을 치거나 호수비를 하면 중계방송 리플레이 화면을 전광판에 상영하지 않나. 그것과 동일하게 봐주시면 될 것이다. 야구영상에 대한 저작권은 KBO와 각 구단이 보유하고 있다. 구단이 영상을 제작할 때도 방송사 중계화면을 쓴다. 저작권 범위로 생각하면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B스포츠채널 관계자는 “라이브로 진행되는 야구 영상을 쓰는 것은 동의한다. 중계사로서 야구가 진행되는 모습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비디오 판독에 사용되는 화면은 다르다. 별도의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고 우리가 이를 꼭 보여줘야 할 필요도 없다. KBO가 운영하는 비디오 판독센터에서 잡는 화면을 전광판에 틀면 될 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취재 결과 비디오 판독센터 영상을 구장 전광판에 송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필요한 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방송사와 계약업무를 담당하는 KBOP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와 방송사의 업무협약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방송사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맞는 것 같다. 프로스포츠와 중계 방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닌가. 동반자로서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방송사와 소통 창구를 열어놨음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아직 방송사가 이 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KBO와 방송사는 지난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두고 크게 충돌한 바 있다. 당시 KBO는 비디오 판독시 판독센터 영상과 방송사 영상을 모두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방송사는 이에 대해 합의한 부분이 없다며 비디오 판독이 진행될 때 리플레이 영상을 틀지 않았다. 몇몇 방송사는 비디오 판독이 종료된 후 판독센터의 판정을 시험하듯 리플레이 화면을 송출하기도 했다. 시즌 막바지 KBO와 방송사가 합의하고 판독센터가 방송사의 화면을 이용했지만 올해 전광판 상영문제로 양측이 다시 대립하고 있다. 한 스포츠채널은 지난해처럼 비디오 판독시 리플레이 영상을 송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BOP 관계자는 다섯 번째 중계채널 진입을 두고 “올시즌에는 SPOTV2에서 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한 종편 채널이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수지타산을 내보니 안 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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