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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는 지난 21일 알크마르(네덜란드)에 지면서 유럽 무대 도전을 끝냈다. 출처 | 안지 홈페이지 캡처

 

“우리는 아마도 강등될 것이다.”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를 이끄는 가지 가지예프 감독은 25일 홈에서 CSKA 모스크바에 0-3 완패를 당한 뒤 “우리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1부)에 잔류할 가능성을 20~30%에 불과하다. 아마도 강등될 것 같다”고 밝혔다. 2013~2014시즌 전체 30경기 중 22경기를 치른 가운데 안지가 거둔 성적은 1승9무12패(승점12)로 16팀 중 꼴찌. 강등 플레이오프라도 갈 수 있는 14위 볼가(승점18)와 간격이 6점이지만 지금 상태론 최하위 벗어나는 것도 힘들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환자처럼 강등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8개월 전까지 안지는 유럽 축구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다. 카스피해 연안 다게슈탄 공화국의 수도 마하치칼라를 연고지로 삼고 있는 안지는 2011년 초 러시아 억만장자 술레이만 케리모프가 구단을 인수하면서부터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겪었다. 이적료로만 총 2억 유로(약 3000억원)을 쓰며 구단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러시아 국가대표는 물론 사뮈엘 에투(카메룬)와 호베르투 카를로스, 윌리안(이상 브라질) 크리스토퍼 삼바(콩고민주공화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돈으로 사로잡았고,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지난 시즌 자국리그 3위에 오르며 2년 연속 유럽 무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지난 해 7월 히딩크 감독이 올시즌 두 경기를 마치고 전격 사임하는 순간부터 안지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이고르 데니소프를 한 달간 쓴 뒤 전 소속팀 디나모 모스크바로 다시 팔아치우는 해프닝을 벌였으며 에투와 윌리안은 첼시로 보냈다. 삼바, 알렉산더 코코린, 유리 지르코프 등 10여명의 주전급 선수들이 시즌 초반 한꺼번에 다른 곳으로 팔려나갔다. 지난 겨울 스완지 시티의 스페인 공격수 미추를 영입하면서 팀 재건을 모색한다는 소문은 소문으로 끝났다.
케리모프가 갑작스런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안지를 인수할 때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당시 그의 안지 인수 배경으론 두 가지가 꼽혔는데, 우선 다게슈탄 출신인 그가 고향에 대한 사회 환원 방법을 모색하다 축구단 인수를 선택했다는 설이었다. 실제로 그는 ‘블룸버그’에서 발표한 러시아 재벌 기부액 3위(2010~2012년 1900억원)에 오르는 등 사회·문화·의료 사업에 대한 씀씀이가 꽤 크다. 다른 하나는 유전을 중심으로 한 카스피해 지역 이권 획득을 위해 축구단을 이용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터운 그가 축구단 운영으로 대중의 시선까지 사로잡고 이를 개발권 획득으로 연결하는 시나리오였다.
지금으로선 후자에 가깝다. 케리모프는 지난 해 우량 비료회사인 우랄 칼리 투자에 손을 떼며 수 조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게슈탄 공화국 개발 프로젝트 총괄권을 손에 쥐면서 새 돈벌이를 찾기도 했다. 쓴 맛과 단 맛을 동시에 본 그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축하고, 이젠 필요 없어진 축구단을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축구가 자본의 이권 개입에 이용당하는 전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징후를 보이는 곳이 또 있는데, 유럽과 남미 현역 국가대표를 영입하며 ‘아시아의 엘도라도’로 불리는 중국이다. 중국 클럽의 투자가 축구를 좋아하는 시진핑 주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장외룡 전 칭다오 감독은 “중국이 투자를 늘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단주가 시진핑 주석과 중앙 정부 마음을 얻기 위해 투자를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축구를 좋아해서 돈을 쓰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몇 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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