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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뮤지컬 ‘레드북’에서 역대급 여성 캐릭터가 탄생했다.

현재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드북’에서 배우 유리아가 자아찾기에 나서는 주인공 안나 역으로 열연하며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유리아는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앙코르 무대에 올라 사랑스럽고 정의로우며 용감하고 다정한 안나를 자신만의 색채로 만들어내고 있다.

‘레드북’은 이야기, 노래, 배우의 3박자가 꼭 맞아 떨어지는 수작이다.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이 가장 큰 미덕으로 여겨질 만큼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여자가 글을 쓰다니”, “여자가 직장을 갖다니”, “여자가 이혼을 하다니” 등등 각종 편견이 여성들을 옥죄는 시대에 안나는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하거나 자신을 희롱하는 남자들에게 도발하는 발칙함을 갖고 있다.

자신에게 유산을 남긴 바이올렛 할머니의 손자인 변호사 브라운에게 호감을 느껴가던 안나는 “꿈을 찾아보라”는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로렐라이 문학클럽에 들어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을 통해 브라운에 대한 사랑을 묘사한 뒤 이 소설을 읽은 브라운 안나는 변호사 브라운과 다투게 되고 헤어지지만 결국은 브라운을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레드북’에서 유리아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안나를 구축해 무대 위에서 마음껏 표현하고 있다.

유리아는 “중학교 때 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수많은 오디션을 통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고백을 통해 현재 ‘레드북’에서 무르익은 연기와 노래를 선보이는 것이 노력의 산물임을 알렸다. 특히 거침없는 가창력과 사랑스러운 연기는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전문적인 교습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연습해 이같은 결과를 얻어 더욱 찬사를 받고 있다. ‘사랑은 마치’나 ‘낡은 침대를 타고’ 같은 넘버들은 유리아의 매력과 더해져 한 번 듣고 나면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된다.

조연들과의 하모니도 빛난다. 로렐라이 문학클럽의 왕언니 도로시와 사마귀의 교미 장면을 연기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폭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부잣집 외로운 할머니 바이올렛과도 유쾌한 장면을 연출한다.

뮤지컬 ‘레드북’은 어쩌면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2018년 대한민국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빅토리아 시대 보다 발전한 현대에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혐오와 억압과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오늘을 살아가는 남녀 커플이라면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6 창작산실 뮤지컬’ 부문 선정작인 뮤지컬 ‘레드북’은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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