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 1994년 릴레함메르. 허승욱이 설산을 가르며 내려왔다. 21위. 그가 세운 이 기록은 24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의 동계올림픽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은퇴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 스키를 대표하는 이름을 꼽으라면 허승욱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온다. 그만큼 허승욱은 한국 설상 종목의 얼굴과 같은 존재다.


1984년 전국동계체육대회에 참가하며 한국 스키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슈퍼대회전에서 1분 55초 13을 기록해 1분 53초 89를 거둔 40위 박재혁에 이어 41위에 올랐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후 개최 주기가 조정되면서 2년 만에 열린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그는 회전 부문에서 21위에 등극했다. 이는 역대 한국 선수 중 올림픽 최고 기록으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들에 대한 체계적인 훈련과 과학적인 관리가 부족했던 열악한 환경에서 일군 값진 성과였다.


허승욱은 1998년 나가노에서 선수단 기수로 당당히 등장해 회전에서 1분 58초 01로 23위에 오르며 한국 최고 스키스타의 명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는 또다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며 5회 연속 올림픽 참가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활약했다. 1990년 삿포로에서 회전 부문 동메달을 획득해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그는 1996년 하얼빈 대회에서 대회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1999년 아시안게임은 허승욱의 독무대였다. 슈퍼대회전과 회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대회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랜 기간 한국 설상을 지켜온 그는 2006년 제87회 전국동계체육대회를 고별 무대 삼아 22년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1999년 2월 1일 스포츠서울 6면>


허승욱 대회 첫 금 '환호'

알파인스키 男슈퍼대회전 한국 2연패… 최문성 銅


기다렸던 99강원동계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 알파인스키에서 터졌다.


한국의 간판 허승욱(27·윌슨코리아)이 31일 열린 대회 2일째 알파인스키 남자 슈퍼대회전에서 25명이 출전한 가운데 첫 번째로 나서 1분26초83의 기록으로 대회 첫 금이자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제2회삿포로대회(90년 일본) 회전에서 동메달, 제3회 하얼빈대회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허승욱은 이로써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염원을 풀었다.


지난 제3회하얼빈대회(96년 중국)에서 변종문(23·고려대3)이 한국 스키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낸 한국은 이 종목 2연패에 성공했다. 허승욱은 2일 대회전, 4일 회전 경기에 나서 또다시 메달을 노린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기수로 나선 허승욱(앞줄 오른쪽)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스키 역사상 최초로 2관왕을 달성했다.


제80회 동계체전에서 눈 위를 가르는 허승욱.


선수 생활 마지막 메이저 대회였던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허승욱은 지난 2014년 이규혁이 6회 연속 출전으로 기록을 깨기 전까지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올림픽 출전 기록(5회)을 갖고 있었다. 그가 역대 대회에서 목에 걸었던 금메달만 무려 43개에 이른다.


지난 2006년 은퇴 당시 "후배들이 내 기록을 깨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내비쳤지만, 그의 올림픽 최고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평창에서는 세 번째로 올림픽에 나서게 된 정동현이 허승욱의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허승욱은 MBC 해설위원석에서 정동현의 활약을 지켜볼 예정이다.


[평창PICK]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국 동계올림픽사를 빛낸 스포츠 영웅들을 재조명해보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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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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