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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흔치 않은 만큼 다소 낯선 일일지도 모른다. 2006년 이후 12년 만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며 진정한 의미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팀을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는 프리에이전트(FA)가 트레이드됐기 때문에 의아한 부분도 존재한다. KBO리그 설립 36년 만에 처음으로 두 구단과 선수가 함께 협상해 일어난 이번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무엇이며 왜 성립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먼저 선수가 원소속팀과 FA 계약을 맺고, 이후 그 계약을 안고 트레이드되는 것을 뜻한다. 넥센과 롯데의 채태인 사인 앤드 트레이드
(본지 11일 단독보도)역시 채태인과 채태인의 원소속팀인 넥센이 FA 계약을 맺고 바로 넥센과 롯데의 트레이드로 채태인은 롯데 유니폼을 입는다. 만약 넥센이 채태인과 2년 총액 1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면 롯데는 채태인의 계약을 고스란히 가져간다.
때문에 형식상으론 넥센과 채태인의 FA 계약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롯데와 채태인의 FA 계약이다. 이번 사인 앤드 트레이드 역시 롯데 구단과 채태인 측이 FA 계약을 논의했고 넥센은 롯데와 트레이드로 받을 선수에 대해서만 얘기를 나눴다. 넥센과 롯데가 채태인을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롯데로 보낸다는 큰 틀의 합의를 이루면서 흔치 않은 구조의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거래로 롯데와 넥센, 그리고 채태인이 받는 이익은 분명하다. 먼저 롯데는 FA 채태인을 아무런 보상없이 영입했다. 만일 롯데가 외부 FA 영입으로 채태인을 데려올 경우 롯데는 FA 규정에 따라 보상선수+채태인의 연봉 2배, 혹은 채태인의 연봉 3배를 넥센에 보상해야 했다. 이미 채태인을 제외한 채 2018시즌 구상을 마친 넥센은 롯데에서 선수를 받는다. 넥센은 채태인의 반대급부로 젊은 선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18시즌 명단에 이미 제외된 채태인을 넘기며 유망주를 더할 수 있다.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채태인이다. 미아가 될 위기서 벗어나 새롭게 롯데 유니폼을 입고 고향인 부산에서 새 출발한다. 협상도 롯데와 했기 때문에 FA 계약으로 이적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그동안 프로야구에선 2000년 LG와 한화부터 2006년 두산과 현대까지 총 4차례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4번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 모두 등록 마감일까지 원소속구단에서 미아 위기에 처한 FA 선수를 일단 구제한 후 타구단과 그 선수를 거래하는 형태였다. 이번 채태인의 롯데행처럼 넥센과 롯데, 그리고 채태인까지 모두가 합의한 상태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채태인 사례로 진정한 의미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성립된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한편 이미 KBO리그 외 다른 스포츠, 다른 리그에선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종종 있었다. 한국프로농구(KBL)의 경우 2013~2014시즌 후 김태술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전주 KCC로 이적했다. 리그의 규모가 큰 미국프로농구(NBA)에선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빈번하다. KBL과 NBA 모두 샐러리캡이 존재하기 때문에 FA 영입도 선수단 연봉이 샐러리캡 한도에 근접해 있으면 쉽지 않다. 때문에 외부 FA 영입을 원하는 구단이 FA 원소속팀에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제의하며 샐러리캡 내에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만든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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