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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룻푸릇 봄기운이 돋아나던 지난 달 말 이천실크밸리골프클럽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느 회원제 골프장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코스 컨디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골퍼의 부담은 확 낮춘 이 골프장은 ‘착한 골프장’, ‘돈 값 하는 골프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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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지만 간단치 않은
지난 해 8월 개장한 실크밸리의 첫 인상은 편안했다. 국내 골프장들은 대부분 산악지형에 조성돼 코스의 한 쪽은 산이 병풍처럼 휘두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만 실크밸리는 임오산 자락의 부드러운 구릉지에 조성된 까닭에 언듈레이션이 심하지 않다. 시야가 탁 틔어있고 타 골프장에 비해 30~50% 정도 페어웨이가 넓다. 3개 코스 27개의 홀 가운데 22개의 홀은 티박스에서 그린을 바라볼 수 있고 숨어있는 벙커도 없다. 해저드도 IP지점과 제법 떨어져 있어 마음껏 드라이브샷을 날릴 수 있다. 최근 이천권에 새로 오픈한 골프장 가운데 마이다스 골프&리조트 등 페어웨이에 양잔디를 깐 골프장이 제법 있는데 실크밸리도 그 중 하나다.
국내 최고의 코스 설계자로 꼽히는 송호씨의 작품답게 샷 밸류, 공정성, 밸런스, 안정성, 다양성, 심미성, 기억성 등을 두루 갖췄다. 편안하게 샷을 할 수 있지만 전략적으로 공략하지 않으면 타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아 비기너는 물론 상급자들에게도 높은 만족도를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클럽하우스가 골프장의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고 라커룸도 널찍하고 쾌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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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골퍼들도 비거리 걱정 끝
라운드를 준비하는 동안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여성 골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평일 라운드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성 골퍼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궁금증은 잠시후 자연스럽게 풀렸다. 거리에 고민 많은 골퍼들, 특히 여성 골퍼를 배려해 티박스의 위치를 적절히 배치한 까닭이었다. 실크밸리의 전장은 짧은 편이 아니다. 실크코스의 전장이 3275m, 밸리코스 3313m, 레이크 코스 3270m로 골프대회를 개최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장타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비거리에 맞춰 티박스를 선택하면 거리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들도록 설계됐다. 특히 레이디티의 경우 백티에서 100m 이상 앞으로 당겨놓은 홀도 있어 어지간한 여성 골퍼들은 남성 동반자들보다 훨씬 앞에서 두 번째 샷을 날리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여성친화적인 골프장이라는 점을 이렇게 확실하게 보여주는 골프장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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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음식은 더 착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더 마음에 드는 대목은 ‘가격 경쟁력’이다. 그린피 정상가는 주중 13만5000원, 주말 18만원~19만5000원이지만 인터넷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양한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주마다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3월 한 달 동안 주중에는 시간대에 따라 8~9만원, 주말에는 13~16만원에 18홀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식당과 그늘집의 음식 가격도 합리적이다. 새벽 골프에 나선 이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콩나물 국밥이 8000원. 골프장 식당의 메뉴판에서 보기 어려운 ‘착한 가격’이다. 차돌박이 숙주쌈과 된장찌개 세트는 4인 기준으로 6만원이니 4명이 어지간한 골프장의 단품 메뉴를 선택한 가격보다도 싸다. 전통의 맛을 살린 오향족발인 실크족쌈, 오징어와 골뱅이의 조화가 돋보이는 실크뱅이, 해물과 삼겹살을 두루치기한 해물 품은 양념구이 등 셰프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특별한 음식들이 미각은 물론 시각과 후각까지 자극한다. 직접 담근 깍두기와 나물 등 밑반찬도 정갈하고 입에 딱딱 붙는다. 짜거나 자극적이지도 않은 음식들은 라운드를 앞둔 골퍼들에게도 부담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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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권에서는 접근성도 OK
조성한 지 오래되지 않은 탓에 코스와 코스를 차폐할 수 있는 나무가 적었고 그린에 모래가 다소 많아 그린 스피드가 조금 느린 편이었지만 라운드의 즐거움에 손상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행정구역 상으로는 이천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충청도 쪽에 가깝다는 점이 부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청을 기준으로 골프장까지 최단 거리로 90㎞ 정도. 그러나 고속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절약되는 편이다. 시내를 관통해야 하는 서울 서부지역에서의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잠실을 비롯한 서울 강동권이라면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을 것 같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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