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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현장에서 우승의 염원을 달성하는 장면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자리는 아니다. 일단 먹통이 된 예매사이트 서버에 좌절하고 이후 천정부지로 오른 티켓 재판매 가격에 KO 펀치를 맞는다. 포스트시즌마다 반복되는 야구팬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정도가 더 심하다. 정규시즌 100만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한 인기팀 KIA와 두산이 격돌하면서 예매사이트 먹통 현상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티켓 재판매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프로야구 티켓 매매가 빈번한 한 사이트에서는 판매자들이 정가의 5배 이상은 보통이고 10배를 부르기도 한다. 매년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암표상의 대중화다. 인터넷을 통한 매매가 활성화되면서 굳이 야구장에 나가지 않아도 티켓을 되팔 수 있다. 때문에 PC방, 학교 등 서버가 빠른 곳에서 지인들을 동원해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되파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 또한 “매년 재판매되는 포스트시즌 티켓의 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암표상이 한정돼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티켓 예매 경쟁에 참가해 티켓을 손에 넣는다. 매매 사이트에 협조를 구하지만 현행법상 티켓의 개인거래는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에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포스트시즌마다 암표 단속을 위해 경찰관이 야구장 근처를 순찰하지만 최근 암표 거래의 비중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높다. 그러면서 돈을 받고 티켓을 양도하지 않는 사기 행위까지 부쩍 늘고 있는 실정이다. KBO는 이러한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보완하고 해결하기 위해 포스트시즌에 앞서 KBO 리세일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했다. 그런데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KBO 리세일 애플리케이션에선 재판매 티켓 가격의 한도를 130%로 제한한다.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기 위험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당시 단 2건에 그쳤던 거래가 1200건까지 늘어나며 대중화 가능성을 밝혔지만 갈 길은 멀다.
결국 암표를 근절하고 보다 많은 야구팬들이 정당하게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공식적인 티켓과 KBO 리세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구매한 티켓에는 구매자 실명이 들어가고 입장시 신분증을 확인할 수 있다는 문구만 포함되어도 대량의 암표를 막을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티켓 재판매 사이트 스텁허브(StubHub)에선 재판매된 티켓마다 고유의 바코드가 들어간다. 바코드에는 구매자의 이름이 포함돼 있고 경우에 따라선 신분증을 요구하는 대조작업이 이뤄진다. 입장객 모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모든 티켓에 구매자의 이름만 명시돼 있어도 암표나 비공식적으로 판매된 티켓의 비율을 낮출 수 있다.
공식적인 티켓 재판매가 활성화 된다면 이는 야구팬과 구단, 티켓 판매 업체 모두에게 이득이다. 스텁허브에서 재판매 비율이 가장 높은 이용자는 시즌권 보유자다. 시즌권을 갖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경기를 관람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관람이 불가능한 날에는 티켓을 재판매한다. 시즌권 보유자는 어차피 관람할 수 없는 한 경기 티켓을 되팔아 이득을 챙기고 티켓 구매자는 시즌권 보유자가 가진 좋은 자리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구단과 티켓 판매 업체는 수수료를 가져간다.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티켓을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경기의 경우 정가 60달러 티켓이 15달러 이하에 재판매된 경우가 빈번했다. KBO 관계자는 “포스트시즌 후에는 또 다른 티켓업체와 시스템을 구축해 10구단 모두에 애플리케이션을 통용시킬 계획이다. 2018년에는 포스트시즌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에도 KBO 리세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성화시키는 게 목표다. 시즌권 판매 주체인 구단과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재 한 두 구단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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