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LG 조윤준, 백업의 무서움을 보여주리라~!
LG 트윈스 포수 조윤준이 1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앞서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조윤준은 이날 전담 포수 정상호의 체력 안배를 위해 선발 출장했다. 2017.06.01.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LG 포수 조윤준(28)에게 2014년 4월 3일 잠실 SK전은 악몽이었다. 2014시즌 두 번째 포수로 1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한 조윤준은 포일과 악송구 등을 범하며 최악의 경기를 했다. 당시 조윤준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누구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밤 12시를 넘겨 잠실구장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원인 없는 실수는 아니었다. 조윤군과 호흡을 맞춘 외국인투수 코리 리오단에게 이날 경기는 KBO리그 데뷔전이었다. 한국야구를 적응하는 과정이었다. 야간 경기 시 유독 어두운 잠실구장 홈플레이트를 응시했지만 포수 사인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고 사인미스가 꾸준히 나왔다. 땅볼 타구가 나왔을 때 포수와 콜플레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리오단은 5이닝 5실점으로 아쉬운 데뷔전을 치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리오단이 다음 등판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반등에 성공한 반면 조윤준은 불운이 반복됐다. 퓨처스리그 경기 중 홈에서 상대 주자를 태그아웃시키다가 큰 무릎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다.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나니 예상치 못했던 트라우마가 찾아왔다. 어느 순간 투수 송구에 애를 먹었다. 아무리 잘 던지려 해도 공은 투수 글러브와 동 떨어진 곳을 향했다. 진단 결과 입스(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각종 불안 증세)였다. 포수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이대로라면 포수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수시로 송구 메커니즘을 바꿨다. 미국으로 날아가 입스 극복에 일가견 있는 전문가도 만났다. 하지만 투수 송구만은 고쳐지지 않았다. 프로 입단 당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도루 저지 능력은 회복했지만 투수에게 공을 전달하려 할 때마다 몸이 반응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5시즌 후반기 퓨처스리그 경기 중 2루 슬라이딩을 하다가 또 부상을 당해 시즌아웃됐다.

조윤준이 끝없는 악몽에 시달리는 사이 LG 포수진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4년말 군복무를 마친 유강남이 주전급 포수로 도약했고 2016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포수 정상호가 FA 계약을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2016년부터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조윤준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절망이란 두 글자가 선명히 다가왔지만 포기는 없었다.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쉬지 않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취침 전에 미국 포수들은 어떻게 투수에게 공을 전달하는지 꾸준히 돌려봤다. 옆이나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는 귀를 닫았고 자신을 향해 정면에서 다가오는 소리에만 집중했다. 조윤준은 지난 겨울 올시즌을 준비하며 “입스를 막연하게 거부하고 내게서 떼어놓기 보다는 입스를 더 좋아지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든 투수에게 공만 잘 전달되면 되는 것 아닌가. 2군에서 감독님, 코치님, 트레이너님들 등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계신데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해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SS포토] LG 허프와 조윤준, 이것이 남자들의 포옹이다!
LG 트윈스 선발 허프가 1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6-1로 앞선 9회 마지막 타자를 뜬공을 잡아내며 완투승에 성공한 뒤 조윤준 포수를 끌어안으며 감격을 나누고 있다. 2017.06.01.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아직 정답을 손에 넣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조윤준은 무릎을 이용한 하체 회전으로 투수에게 공을 전달한다. 경기 후 무릎이 만신창이가 되지만 이 정도 고통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다시 1군에 올라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팀에 도움이 된 것 만으로도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지난 5월 30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6월 1일 잠실 넥센전에선 720일 만에 1군 경기에 선발출장해 데이비드 허프의 완투승을 도왔다.

비록 지난 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모처럼 찾아온 한 달 동안의 1군 생활에는 마침표가 찍혔다. 그러나 조윤준의 야구인생에 찍힌 것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다. LG 양상문 감독은 “윤준이가 한 달 동안 1군 무대서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언제든 다시 1군에 올라와도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힘든 시간을 겪었던 선수인데 1군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기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다른 팀 지도자들도 윤준이가 투수에게 던지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선수의 마음을 생각해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나 또한 말을 아끼고 있었는데 이제는 괜찮을 것 같다. 입스를 극복한 윤준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윤준은 1군 무대를 등지고 이천으로 향하며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보람된 한 달이었다. 이제 더 독하게 마음먹고 다시 콜업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입스도 더 좋게 변하게 할 것이다”고 활짝 웃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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