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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홍자매’라는 브랜드를 내세웠다면 얼마든지 더 규모를 키웠을 회사다. 드라마 제작사 본팩토리의 이야기다. 지난 2008년 설립된 본팩토리는 2009년 SBS ‘미남이시네요’를 시작으로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MBC ‘최고의 사랑’(2011), KBS2 ‘빅’(2012), SBS ‘주군의 태양’(2013), MBC ‘맨도롱 또똣’(2015)까지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들과 여섯 편의 작품을 같이 했다. 그런 본팩토리는 문석환-오광희 두 공동대표가 총 5000만원으로 시작한 자본금을 지금까지 유지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 이 업계에 이런 회사는 거의 없을것”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설립 10년차에도 차근차근 내실만 다지고 있는 본팩토리의 이야기를 두 공동대표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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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本)을 차곡차곡 쌓으니 자신감은 덤
과거 각각 다른 회사에서 드라마 프로듀서로 일하던 두 사람은 MBC 드라마 ‘어느 멋진 날’(2006)을 비롯해 MBC ‘개와 늑대의 시간’(2007) 등으로 협업을 하면서 서로를 알게 됐다. 그때 서로 뜻이 너무 잘 맞아 ‘동업’까지 생각하게 됐다. 그때로부터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초심은 두 사람에게는 변하지 않은 철학이 되고 있다.
오광희(이하 오)=문 대표가 회사를 먼저 설립하고 나는 나중에 조인했다. 철학이 비슷해서 암묵적으로, 막연하지만, 같이 하자는 마음을 갖게 됐지만, 당시에는 경험도 부족하고 네트워크도 부족했다. 그래서 현실화 하는데는 5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1년부터 정말로 회사를 같이 하게 됐다.
문석환(이하 문)=오 대표가 합류하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긴 했는데, 그때에도 회사 운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오 대표와 했다.
오=회사 이름도 같이 지었다. 본은 근본 본(本)자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뜻이다. 그런 취지로 일하고 있고, 그런 뜻이 서로 잘 맞는다. 우리는 상장사나 큰 투자를 받은 회사가 아니다. 그래서 작품이 좋으면 (제작)하고, 아니면 무리해서 하진 않는다. 다른데서 대규모 투자를 받았거나 상장을 준비하고 있거나 하면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다. 이 업계에서 기획사를 차린다고 하면 ‘누구한테 투자받았냐’는 이야기부터 한다. 하지만 우리는 나랑 문 대표랑 각각 2500만원으로 투자해서 시작했고, 지금까지 자본금 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철학이 있는거다.
문=우리가 너무 힘들면서도 너무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우리는 투자 받은 게 없다. 100% 우리 지분이다.
오=만일 우리가 홍 작가들로 돈을 벌려고 했으면 여러가지 다른 방식을 취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기본이 뭐냐, 철학이 뭐냐가 중요하다. 난 은행원 출신이고 파이낸스 전공이다. 또, CJ엔터테인먼트 전략기획실에서 자회사 관리를 해봤다. 그때 보니까 이 업계에 거품이 많았다. 회사가 철학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문=무슨 드라마를 하는 회사이냐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 욕심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방법은 콘텐츠에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 우리는 드라마 하면서 번 돈은 100% 드라마에 재투자했다. 돈을 벌었다고 사무실을 넓히거나 부동산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예술, 아트를 한다는 게 아니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게 정말 큰 돈이 될 거라 생각한다.
오=히트작이 많으니까 우리 사무실에 오는 사람들은 이 건물을 샀냐고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무실만 전세로 쓴다. 장부를 까야해서 비밀이지만, 이익잉여금이 수십억대다. 외부 투자를 받지 않은 회사 중에서 이익잉여금이 이렇게 많은 회사는 우리밖에 없을거다. 그래도 우리가 번 돈은 작가 및 기획개발비 등 재투자로만 쓴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은 지분 M&A가 아니라 콘텐츠에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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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상장사는 대본이 재미없어도 매출 때문에 작품을 해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본이 재미없으면 작품을 안 한다. 그냥 방송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무슨 자신감이냐 싶지만,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책임감이다. 재미 없는 걸 하면 더 큰 리스크가 온다.
오=재미가 없는데 하는건 사기다. 누군가는 피해를 봐야한다.
문=정말로 어떤 드라마를 보면 시청률을 떠나서 누구 하나는 크게 피해를 봤겠다 싶은 게 있다. 그렇게는 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우리 회사와 함께 해서 크게 돈을 번 곳도 있고, 적게 번 곳도 있다. 하지만, 손해본 곳은 한 곳도 없다.
오=플러스를 낸 기록이 많다는 의미다. 그런게 쌓이니까 본팩토리가 한 로맨틱 코미디는 판권을 좀더 쳐준다는 데도 있다.
문=우리도 자신감 있는 콘텐츠는 세게 부른다. 그런데 출발점은 기본이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손해를 끼친 사람이 없다. 10년 가까이 그렇게 일했다. 큰 목표는 있지만, 기본체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10년을 기본체력을 쌓았다. 드라마제작사로서 본질적인 것에 충실해왔고,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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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와 특수관계? 서로 응원하는 파트너십
두 공동대표의 운영 철학이 그렇다 해도 로맨틱 코미디물로는 손에 꼽히는 스타작가인 ‘홍자매’가 2009년부터 본팩토리와만 일한 덕분에 본팩토리가 지금의 위치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올해도 홍자매와 새 드라마를 내놓을 계획이다. 다른 드라마 제작사나 기획사처럼 스타작가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도 아닌데, 내리 여섯 작품을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얼까.
문=‘홍자매’와 오래 일했지만, 매번 드라마를 할 때마다 계약한다. ‘미남이시네요’ 때부터 계속 하나씩, 한편 끝나면 다시 한 편, 그렇게 계약해왔다. 다른 작가들처럼 대본 몇부 계약을 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오=다른데 안 가고 우리랑만 하는 이유는 나도 묻고 싶다.
문=소통이 잘 돼서 그러지 않을까 싶다. 잘 맞고, 서로 편하니까. 그러고 보니 홍작가도 말해준 적이 있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한다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드려고 노력하는 제작사라고. 그래서 우리와 계속 같이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들과 작품을 하면서 우리 회사도 많이 성장했다.
오=우리에게는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들과 작품을 하면서 실제로 많이 배웠다. 드라마에 대한 눈높이도 많이 높아졌다. 대본이나 기획, 캐릭터 작업 등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문=제작사와 작가의 개념보다는 거의 파트너 같은 느낌이다. 서로를 위하는 관계다. 홍작가들도 우리 회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고, 우리도 홍자매 작가가 더 훌륭한 작가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게 파트너십인 것 같다. 그리고 홍 작가는 한 번에 원고료를 100%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많은 편의를 봐준 작가들이다. 스타작가들은 요즘은 드라마 시작할 때 한꺼번에 원고료를 다 받으려 한다. 하지만 홍자매는 그러지 않았다. 우리에 대한 배려가 없었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웬만한 회사들이면 홍작가를 잡고 있다고 하면서 외부투자부터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작가의 기획방향대로만 드라마를 만드려고 했다. 작가들이 그런 우리를 알아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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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로코 고집? 보편적 감성의 소통 기대
본팩토리가 홍자매 작가와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조성희 작가의 MBC ‘그녀는 예뻤다’(2015)로도 히트를 쳤고, 이달 말에는 김경민 작가의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도 내놓는다. 그래도 비교적 젊은 취향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은 비슷하다. 나름 트렌디한 드라마로 공략하는 타깃이 있는 것일까. 더욱이 본팩토리는 ‘미남이시네요’로 일본시장에서도 대박을 낸 경험이 있다.
오=특정시장을 공략하고 드라마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게 먹힐거야’, ‘내년 트렌드는 이걸꺼야’ 하면서 드라마를 하지는 않는다. 작가를 잡아서 드라마를 만드는데 몇개월이 걸리는데, 그런 걸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니 중국시장, 일본시장 이런 걸 생각하고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다. 우리는 ‘미남이시네요’를 비롯해 ‘주군의 태양’, ‘그녀는 예뻤다’ 모두 보편적인 정서에 어필해서 잘 된 거라 생각한다.
문=일본에서 가장 처음 인기를 끈 건 ‘겨울연가’였는데, 그 드라마도 일본시장을 공략한 건 아니었다. ‘대장금’도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지녔다. 드라마는 보편적인 정서로 보는 거다. 우리가 재미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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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녀는 예뻤다’는 중국에서 리메이크해서 후난TV에서 꽤 인기를 끌었고, 베트남에서도 리메이크했다. 일본에서도 리메이크 얘기가 오가고 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이야기라서 가능한 거 같다. 우리는 꼭 트렌디 해야한다거나 특정층을 노린다기보다는 그냥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걸 생각하는 것 같다.
문=젊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건, 지금은 아니지만, 일을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우리도 둘 다 젊은 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재밌고, 우리 또래 여자들이 재밌어 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또 해외에서 리메이크를 한다는 건 각 나라의 문화를 떠나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감정들이 원활하게 소통됐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그냥 나 혼자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재밌어 할 드라마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다 하는 제한은 딱히 없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사진|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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