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손연재가 4일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지난 4일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 손연재(23·연세대)가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필승주체육관은 지난 2010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던 손연재를 처음 만났던 장소였다. 학교를 마치고 체육관에 도착해 피곤한 표정으로 인터뷰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당시만 해도 유망주 정도였던 그는 한국 리듬체조에 여러가지 최초와 최고의 기록을 남겨두고 물러났다.

손연재가 시니어무대에 선 것은 2010년 이후 7년 가량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 자력출전을 이뤘을 때는 역대 한국 선수중 가장 높은 순위였다. 올림픽 메달은 없지만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다.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대회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도, 종목별 점수가 18점대 후반에 도달한 것도 손연재가 처음이었다. 한국 리듬체조가 국제무대에서 지금껏 변방이었고 손연재가 처한 환경도 좋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기록들을 남겼다. 어린 꿈나무들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국내에서 리듬체조를 주제로 갈라쇼를 여는 등 리듬체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데도 손연재의 역할이 컸다.

관심을 많이 받았던 탓인지 선수생활 내내 악성 댓글과 험담에 시달리기도 했다. ‘피겨 여왕’으로 평가받은 김연아와 비교되며 손연재가 거둔 성과들은 폄하되곤 했다. 종목이 다르고 동·하계로 활동시기가 나뉜 둘이 직접 경쟁을 벌일 일은 없었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와 스타성을 겸비한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많지 않았던 때 둘은 광고업계의 관심을 얻으며 경기장 밖에서 경쟁구도가 만들어지곤 했다. 김연아가 가전제품 모델을 하면 경쟁사에서 손연재를 (박태환과 함께)모델로 내세우는 식이었다. 광고업계를 기준으로 김연아와 손연재의 스타성을 비교하는 논리는 일견 합당하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성과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김연아가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만큼 선수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반면 손연재가 선수로서 이룬 성과들도 그 자체로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 선수로서 손연재가 같은 종목의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지적은 옳지만 김연아와 비교해 저평가될 이유는 없다.

손연재는 은퇴기자회견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안 좋은 시선이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 때마다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안 좋은 시선도 감사했고 선수로서 정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면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손연재 본인은 선수생활 은퇴보다는 우리 나이 24세의 대학생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출발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리듬체조의 발전을 위해서, 또 후배들이 국제무대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밝혔다. 체육관 밖에서의 새 인생을 시작하는 그에게 마지막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면 좋겠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국가대표 선수에서 물러났으니 비난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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