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신혜연기자] 레이싱 세계에서 당당히 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한 퍼플 모터스포트 소속의 권봄이 선수. 사선을 넘나드는 극한의 속도 경쟁에 뛰어든 권봄이 선수는 남성 레이서에 뒤지지 않는 열정으로 포디엄 최정상을 넘보고 있다. 또한 여성의 한계를 넘어선 그의 도전 정신은 국내 모터스포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권봄이 선수는 지난 2011년 레이싱 세계에 입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가 주최하는 '모터스포츠 종합 시상식'에서 3년 연속 '올해의 여성 드라이버상'을 수상하고 포디엄 자리에 오르는 등 국내 모터스포츠 역사의 한 획을 써 내려가고 있다. 차량 전복으로 목 부상을 당하며 선수 생활에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레이싱에 대한 의지로 부상을 극복, "내일이 없는 것처럼 레이싱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올 시즌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Q 2016 시즌을 종합 3위로 마무리한 소감.


2016 시즌 최종 2위를 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3위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0월 23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이하 KIC)에서 개최된 'CJ 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GT2 클래스 파이널 라운드 결승전에서 추돌 사고가 있었다. 8랩에서 같은 팀인 한민관 선수와 추돌을 하면서 정말 난감하고 죄송했지만 다행히 한민관 선수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같은 팀 선수와 추돌 사고를 내 스스로가 원망스러웠고, 경기가 끝나고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3위를 기록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었다.


Q 추돌 사고와 부상, 어떻게 이겨냈나.


가끔 '내가 레이싱을 왜 시작했지'라는 후회도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다. 어떨 때는 경기장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공포감 때문에 괴로울 때도 있고 무서울 때도 있지만 차가 너무 좋고 레이싱이 너무 좋다. 레이싱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워 재활 훈련을 꾸준히 받았고, 앞으로도 재활 훈련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또한 응원해주는 동료들과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든든하다.


Q 사고로 인한 두려움과 슬럼프는 없었나.


2016년에 실수를 많이 해서 팀에 민폐가 되는 것 같아 2016 시즌이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을 스스로 했었다. 더 이상 시트를 차지하고 있는 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많은 선수들에게도 민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이널 라운드를 끝내고 모든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축하 파티에서 김용준 부사장님이 "봄이야, 우리 내년에도 열심히 해보자"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 순간 너무 울컥했다. 포기하려고 했던 내게 정말 감사하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셨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동료들, 후원자들이 있기에 버틸 수 있고 큰 원동력이 된다.


Q 금녀의 벽을 깨고 레이싱에 도전 중인데, 힘든 점은 없을까.


남성 선수들이 많은 레이싱 세계에서 선수 생활하고 있는 내게 대단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스스로는 절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레이서들이 대단하고 정말 열심히 한다. 많은 분들이 과분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레이싱을 떠나 어떤 직업이든 힘든 점도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고충이 있듯이 나도 고충을 겪기도 하고 남들처럼 도전하는 것뿐이지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여성, 남성 레이서를 통틀어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Q 국내 대표 여성 레이서로 불리는데 대한 생각.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쑥스러울 때도 있다. 얼마 전에는 지인이 미술 학원에 '여성 레이서 권봄이'라는 제목으로 그림이 걸려 있더라고 알려주셨다. 어떤 아이가 여성 레이서를 그리면서 나를 떠올려서 그림을 그렸더라. 그 사진을 보는데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너무 벅차올랐다. 여성 레이서로서 관심을 더 많이 받게 되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Q 레이서라는 직업을 선택하기까지.


어렸을 때부터 승부욕이 남달랐다. 쌍둥이 동생과 항상 경쟁했고, 친오빠에게도 지기 싫어했다. 또한 인형보다 차를 좋아했다. 하지만 카트나 레이싱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진 못 했다. 그러다 우연히 카트를 접하게 됐고, 조금은 상투적일 수 있지만 운명이란 걸 느꼈다. '난 레이싱 아니면 안 되겠다' '레이싱에 올인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운 좋게 감독님들과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레이싱에 입문하게 됐다. 처음에는 연습을 하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부터 골프장 일 등 여러 가지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 스무살 때부터 레이서가 되기 전까지 수많은 직업들을 거친 것 같다.


Q MBC '무한도전', XTM '더 벙커' 등에 출연하며 레이서를 알리는데 앞장서기도.


레이서라는 직업과 한국 모터스포츠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흔쾌히 방송 출연을 승낙했다. MBC '무한도전' 출연 이후 지금까지도 '유재석의 멘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정말 잘 하시더라. 집중해서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자극을 많이 받았다. 이후에 XTM '더 벙커'를 통해서도 얼굴을 많이 알리고 뜻깊은 경험들을 많이 했는데, 당분간은 레이싱에 집중하고 싶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레이싱 성적을 내고 챔피언이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노력하고 싶다.


Q 평소 의지하는 동료 선수는.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장현진 선수와 김종겸 선수 등에게 많은 조언을 받고 의지를 한다. 김종겸 선수는 네 살 동생이지만 오빠같이 듬직하다. 카리스마도 있고 레이싱에 대한 신념도 확고해서 배울 점이 많다. 또한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시고 키워주신 여러 감독님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또한 함께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제일제당'의 오일기 감독님, '팀 코리아 익스프레스' 김동은 선수와도 잘 지내고 있다.


Q 2017 시즌을 위한 준비.


정말 내일이 없는 것처럼 레이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와 부상으로 겁이 생기고 무서워지더라. 이번 부상으로 평생 재활 훈련을 해야 해서 요즘도 재활센터를 다니면서 재활 훈련 중이다. 또한 감사하게도 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동계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가끔 어지러울 정도로 살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체력을 기르고 있다. 살이 안 쪄서 조금 고민인데 살 찌우기 위해 운동하고 식단 조절을 하고 있다.


Q 2017 시즌의 목표.


그동안 2위, 3위는 많이 해봤지만 아직까지 포디엄 우승은 하지 못 했다. 모든 레이서들이 그렇겠지만 정말 포디엄 우승이 간절하다. 지난 시즌에 혼자 긴장하고 흥분해서 실수하고 스핀을 많이 했다. 스스로 한계를 많이 느끼기도 했는데 다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2017 시즌 우승을 목표로 전진할 생각이다.


Q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언제까지 후원을 받고 계속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래도록 하고 싶다. 물론 실력이 없는데 억지로 그 자리를 지키는 건 커나가야 할 선수들에게 민폐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놓아야 할 때가 올 테지만 바람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 후에도 계속 달리고 싶다.


뉴미디어국 heilie@sportsseoul.com


사진 | 서한 퍼플모터스포트 제공, MBC, XTM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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