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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숲에 겨울이 왔다.
[슈바르츠발트(독일)=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독일인의 사랑. ‘검은 숲’을 다녀왔다. 이름하여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영어론 블랙 포레스트(Black Fores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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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로마인을 물리친 검은 숲, 이젠 스트레스와 피로를 물리치는 힐링 휴양지로 변모했다.
독일인에게 ‘검은 숲’이란 단어 뜻대로만 해석하면 안된다. 그들에겐 우리 백두산처럼 민족의 기원이다. 과거 유럽에서 독일은 ‘검은 숲’으로 불리웠다. 로마 중심적 사고에서 게르만 족은 검은 숲으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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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에게 검은 숲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가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검은 숲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실제 햇볕이 들지않을 정도의 ‘검은 숲’에서 대자연과 싸우며 살았던 강인한 게르만족은, AD 9년 반란 진압을 위해 라인강을 넘은 최강 로마 제국군과 한판 전쟁을 벌인 기록이 있다. 당시 게르만 족의 영웅 아르미니우스(독일명 Hermann)은 로마 집정관 바루스가 이끌던 당시 로마 보병 3개 군단 2만여명을 ‘검은 숲(토이토부르크 숲)으로 유인해 궤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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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관광지인 검은 숲, 겨울엔 스키 등 설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독일 남서부 슈바르츠발트는 가문비나무가 빽빽히 우거진 숲으로 여전히 ‘검은 숲’이란 지명을 당당히 지키고 있는 곳이다. 대자연 속에서 쉴 수 있는 사계절 휴양지로 독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 그곳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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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시민들. 대형 ‘유로’ 통화 심볼 상 앞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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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도심 전망을 즐기며 식사를 하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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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마인강 철교에 주렁주렁 달린 사랑의 자물쇠.
◇첨단과 전통이 공존하는 도시 프랑크푸르트

해가 저물 무렵, 아시아나 항공의 기체는 겨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착륙했다. 바삐 공항 문을 나섰다. 서울보다는 차갑지 않지만 금방 따른 생맥주 정도 온도의 공기가 코끝에 와 닿는다. 미세먼지가 없어 더욱 청량하다. 이틀을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머문 후 ‘검은 숲’으로 떠나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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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는 전통미와 현대미가 공존하는 곳이다.

전후 재건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은 독일의 경제 수도 역할을 하는 도시다. 인구는 70만 명에 불과하지만 독일 증권거래소와 은행 등이 몰려있다. 유럽연행(EU)의 금융 중심도시로 유럽중앙은행도 이곳에 있다. 대규모 공항시설과 철도, 도로가 집중해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어 각종 박람회가 끊이지 않는다. 다루기 어려운 티켓발권기를 활용해 촌뜨기 여행객들에게 걷는 과태료도 이 도시의 번영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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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마인 강의 야경.

구시가지 일부와 울퉁불퉁한 길바닥을 제외하면 신도시 느낌이다. 다른 유럽도시와는 달리 고층빌딩이 많다. 독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상업은행(Kommerzbank·높이 259m, 총 56층)도 이곳에 있다. 광장엔 두꺼운 코트를 입은 이들이 몰려나와 일광욕을 하고 있다. 지난번 독일 출장길에 배웠듯 호프(Hof·장소를 뜻한다)는 술집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곳곳마다 ‘종주국’답게 맥줏잔을 하나씩 놓고 앉았다. 유럽에서 부유한 도시 사람들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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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시내를 가로지르는 마인강.

투어는 고층빌딩가와 괴테 생가와 구도심 등을 둘러보는 등 반나절이면 끝난다. 돌아가는 길 멋진 다리를 찾았다. 마인 강을 가로지르는 철제 인도교와 자동차 다리가 있다. 특히 해질녘 철교 위에서 양쪽을 바라보면 아주 근사하고 춥다. 유리 마천루와 고딕양식의 성당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 금융도시 프랑크푸르트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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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중앙역.

MICE(Meeting, Incentives, Convention, 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가 발달한 도시답게 호텔 여건이 좋다. 특히 공항에 위치한 쉐라톤 호텔은 항공 및 철도 접근성이 아주 좋다. 호텔에는 쇼핑몰이 함께 있어 단순히 환승호텔이 아니라 도심과 다른 지방을 여행할 때 딱 좋다. 지하에는 맛있는 맥주와 소시지를 파는 그릴 바도 있어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기에도 딱이다.

역시 소시지는 독일인의 자랑이다. 처음 들어선 레스토랑에서 우리식으로 따지자면, 큰 맘먹고 주문하는 안주용 ‘모둠소시지’를 하나씩 놓고 먹고 있는 셈이다. 밀맥주와 라거, 필스너 맥주는 죄다 맛있어서 식사를 겸해 맥주를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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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츠발트는 글자 그대로 검은 숲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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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츠발트 유리공예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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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도 유명한 슈바르츠발트 케이크. 얼마전 중국 창사시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슈바르츠발트 케이크 만들기 행사가 열렸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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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티티제에 올라온 물안개,
◇흑림으로 떠나다.

검은 숲으로 떠났다. 공항에서 이체(ICE) 고속열차를 타고 프라이부르크(Freiburg)로 가야 한다. 독일인들은 공공장소에서 떠들지 않는 줄 알았지만 열차 안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우 시끄러웠고 번잡했다. 독일 열차는 연착하지 않을 것으로 상상했지만 매번 늦었다. 단, 서로 늦어서 환승시간을 맞추는 것은 정말 신기한 시스템이다.

알프스와 가까운 남서부 지방으로 가는 고속열차. 가로줄 무늬가 새겨지는 창밖은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일주일 전에 눈이 내렸기 때문이다. 산간 도시가 나타났다. 프랑크푸르트와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친환경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인들이 노년에 살고 싶은 곳으로 꼽는 곳이다. 스위스 국경까지 이어지는 우람한 산맥과 검은 숲의 중심도시다. 늠름한 산세로부터 도나우 강이 발원하고 뜨거운 온천이 솟아난다. 알파인의 발상지로 겨울이면 각국의 스키어들이 모여든다. 1930년대 최초로 스키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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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제 지역의 명소인 알레마넨호프 호텔.

빽빽한 전나무와 가문비 나무가 가득한 숲은 마치 이쑤시개통을 보는 듯하다. 사실 이름은 낯설지만 알고보면 한국인들에게 꽤 친근한 지역이 바로 이곳 슈바르츠발트다. 헨젤과 그레텔이 흰 조약돌을 떨어뜨리며 들어간 숲이 이곳이며, 70~80년대 ‘부잣집의 상징’이던 뻐꾸기 시계를 처음 고안해낸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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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르츠발트 티티제의 밤.

해발 840m 산정호인 티티제(Titisee) 호수가 있어 매혹적인 풍광 속에서 쉬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티티제 마을로 갔다. 뭔가 귀여운 이름이지만 규모는 웅장하다. 얼어붙어 새하얀 백지같은 호수가 펼쳐진다. 국내에선 보기드문 자연호로 규모는 1.3㎢로 우포늪 정도 된다.

눈이 많이 내렸지만 빽빽한 침엽수림은 예의 그 ‘검은 숲’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여름철 티티제에선 유람선도 타고 수상레저도 즐긴다지만 겨울엔 걷는 것 이외엔 딱히 할 것이 없다. 하지만 아침이면 하얗게 이는 물안개와 그 안개가 나무에 달라붙어 피어나는 상고대가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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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제에 맺힌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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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대자연 속에서 노르딕스키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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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엔 스노슈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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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트베르크 리조트에서 만난 어린 스키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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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의 역사를 지닌 다운힐 리조트. 펠트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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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슬로프에서 황제스키를 즐길 수 있다.
◇검은 숲의 겨울

겨울에는 나름대로 할 것이 많다. 슈바르츠발트에서 가장 높은(해발 1493m) 펠트베르크 산(Feldberg) 리조트에서 스키를 타거나, 인근 평원에서 설피를 신고 눈길을 걷는 스노슈잉을 해볼 수 있다. 14개의 리프트에 총연장 50㎞의 다운힐 슬로프를 품은 스키리조트는 무려 110년 역사를 지녔다. 1907년에 첫 리프트가 생겨났다. 정상에 오르면 스위스 베른의 아이거(Eiger·해발 3970m)가 보인다. 아이고, 그렇다. 이곳은 알프스로 가는 길목이다.

고등학교 시절 파마를 했다가 바리깡으로 앞 머리를 깎였던 내 친구가 떠오를만큼 산 정상은 온통 슬로프다. 사람도 별로 없고 초광폭 슬로프니만큼 마음껏 황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주변으로는 숲속과 길가를 넘나들며 한 바퀴 돌아오는 노르딕 코스도 있다. 노르딕은 분명히 힘들지만, 이를 즐기는 이들을 보니 살이 빠지는 운동은 아닌 듯 하다.

독일 뿐 아니라 스위스 등에서 많은 스키마니아들이 펠트베르크를 찾는다. 이곳에 둥지를 튼 토마 스키스쿨 역시 1937년에 생겨났다. 2차 세계대전 직전에 생긴 것 아니었나? 아무튼 이 유서깊은 스키 스쿨은 초보부터 고급과정까지 국가대표급 코치들이 직접 레슨해준다. 뭐 스펙만 보자면 레슨 후 당장 스키점프대라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호텔은 티티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언덕에 있다. 부티크 호텔인 알레마넨호프(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맥줏집이 아니다)는 근사한 독일 남부 풍 가옥이다. 60년 역사의 이 호텔은 위치도 시설도, 심지어 음식 솜씨도 좋아 이미 지역 명소로 꽤 유명하다.

슈바르츠발트관광국이 멋진 혜택을 주고 있다. 지역 내 호텔(약 300곳)에서 2박 이상 투숙하면 ‘더 레드 인클루시브 카드’를 준다. 이 레드 카드는 축구에서와는 용도가 퍽 다르다. 프라이부르크~티티제 간 열차 등 교통편은 물론, 로트하우스 양조장 투어, 슈타인바센 테마파크 입장, 펠트베르크 스키장 스키패스(겨울), 티티제 유람선(여름) 등 다양한 혜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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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르츠발트 관광국이 빌려주는 전기차. BMW i3

거기다 전기차 BMW i3를 카셰어링으로 빌려준다. 마지막 날 당연히 차를 빌렸다. 엔진 소리 없이 장난감처럼 스르륵 작동하는 전기차로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저수지도 가고 언덕도 올랐다. 처음 빌렸을 때 70㎞를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추워서 그랬는지, 거구의 사내 셋을 태워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배터리가 떨어지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3㎞ 미만으로 떨어지며 연신 경고음을 울렸다. 아뿔싸…. 음악도 히터도 끄고 보조배터리를 꺼내봤지만 소용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티티제 마을 벽에 있는 콘센트를 이용해 충전한 후 떠나는 열차 시간에 맞춰 돌아올 수 있었다. 독일에 체재 중 가장 스릴 넘쳤던 액티비티였다.

독일인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 곳, 슈바르츠발트. 알프스로 이어지는 길목의 이곳은 멀리 극동에서 온 외국인에게도 과분할 정도로 충분한 매력을 안겨줬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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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츠발트의 지역 맥주로 유명한 로트하우스. 양조장에서도 실컷 체험할 수 있다.

여행정보

●숙소=드루바 가족이 3대 째 운영하는 부티끄 호텔 ‘알레마넨호프(Alemannenhof)’는 티티제 호를 조망하는 최상의 위치와 전통 건축미를 자랑한다. 뒤편 언덕에는 별채가 있는데 취사시설을 갖춰 가족 여행객에게 좋다. 기념품 판매점과 뻐꾸기 시계 전시 판매장도 드루바 기업의 소유다. 블랙포레스트 유리공예 체험장에선 아름다운 공예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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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들여온 아시아나항공의 마지막 A380. 이제 3월이면 이 초대형 항공기가 인천~프랑크푸르트 구간을 운항하게 된다.

●가는 길=인천~프랑크푸르트 간 아시아나항공의 직항편은 최상의 스케줄을 자랑한다. 매일 오후 12시50분 인천을 출발해 당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다. 비행시간 약 11시간30분.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월부터 아시아나의 마지막 A380 여객기(6호기)를 이 노선에 투입한다. 지난해 연말 도입한 아시아나항공 A380 6호기는 퍼스트 12석, 비즈니스 66석, 이코노미 417석 등 총 495석으로 구성해 좌석 효율성이 좋다.

특히 세계 최대 32인치 개인용 모니터, 국내 최초 좌석입구 트윈 슬라이딩 도어 등을 장착한 ‘퍼스트 스위트’, 180도 풀 플랫 침대형 시트와 지그재그형 좌석배열을 적용한 ‘비즈니스 스마티움’, 슬림시트를 장착해 넓은 좌석 간격(34인치)을 제공하는 이코노미석 등은 편안한 장거리 여행을 보장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A380 취항으로 보다 많은 여행객이 프랑크푸르트~프라이부르크~슈바르츠발트~스위스 바젤~취리히 등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여행루트에 가까이할 수 있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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