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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패권을 내주기 전까지 삼성은 완벽한 투타 밸런스를 뽐냈다.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완패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주축 투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인한 후유증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삼성은 차와 포를 떼고도 늘 이기는 장기를 두는 고수처럼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강자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우승까지 노리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는 있었지만 그래도 여유있게 5강에 들어갈 수 있는 전력으로 꼽혔다. 삼성의 몰락을 예견한 이들은 아예 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빛이 강하면 그늘 또한 짙은 법. 추락하기 시작한 삼성에는 날개가 없었다. 새 홈구장인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지만 시즌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 왕조를 뒤흔든 도박 파문해외원정도박 파문의 후유증은 시즌 내내 이어졌다. 마무리투수 임창용을 떠나보내야 했고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윤성환과 안지만도 겨우내 충실하게 훈련에 매달리지 못했다. 시범경기와 개막전까지도 두문불출했던 윤성환과 안지만은 4월 6일에야 첫 선을 보였다.
윤성환은 5월까지 7승을 거두며 제 몫을 하는 듯했으나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사실이 공개된 뒤 연패의 늪에 빠지더니 이후 단 4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임창용을 대신해 마무리로 낙점됐던 안지만은 구속 저하가 뚜렷했다. 결국 심창민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기고 셋업맨으로 내려갔지만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했고 7월 중순에는 불법 베팅 사이트에 투자한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되면서 구단으로부터 퇴출 통보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후 윤성환과 안지만은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해 참고인 중지 처분을 받았지만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다. 시즌 준비 과정부터 순탄치 못했고 레이스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초반 경쟁에서 힘을 쓰지 못하면서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진 탓에 중반 이후 반등을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올 시즌의 삼성은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사자성어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상의 쓰나미가 연달아 덮쳤다. ‘꾸준함의 대명사’ 박한이가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은 좌완 차우찬은 가래톳 부상으로 2달 동안 전열에서 이탈했다. 한때 팀의 좌완 에이스 구실을 했던 장원삼이 어깨 통증으로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대체 불가 유격수 김상수가 발목 부상으로 빠지고 차세대 스타 구자욱도 허리통증에 시달렸다. 조동찬, 배영섭 등도 부상의 덫을 피하지 못했고 배영섭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톱타자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던 최재원마저 경기 도중 kt 장시환의 투구에 맞아 턱뼈가 부러져 시즌을 접어야 했다. 주전선수의 빈 자리를 채워넣기가 무섭게 백업선수들마저 쓰러진 탓에 삼성은 시즌 내내 베스트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러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외국인선수들의 성적도 최악이었다. 기량 미달은 그런대로 봐줄 만했지만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 가뜩이나 헐거워진 선수층을 갉아먹었다. 콜린 벨레스터는 4월 중순 팔꿈치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뒤 한 달 남짓만에 퇴출됐고 그를 대신해 합류한 아놀드 레온은 한 경기만 던지고 2군으로 내려간 뒤 감감무소식이었다. 겨우 복귀전을 치렀지만 그것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등판이었다. 그나마 앨런 웹스터는 4승 4패로 버텼지만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결국 요한 플란데로 교체됐다. 플란데 역시 13경기에서 2승 6패에 그쳤다. 외국인투수 4명이 올 시즌 거둔 성적은 6승 14패. 류중일 감독은 “혼자 16승을 거둬도 모자랄 판에 외국인투수 4명이서 6승 밖에 못거뒀다”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NC로 떠난 박석민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3루수 아롬 발디리스 역시 고질적인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수시로 2군에 드나든 탓에 단 44경기에 출장한 것이 전부였다. 무려 100경기를 공쳤다는 얘기다.
◇ 뼈 아팠던 6월 대참사그런 가운데서도 시즌 초반을 5할 승률 언저리에서 버틴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러나 삼성은 4월 21일 승률 5할을 찍은 이후 단 한 번도 5할 승률을 회복하지 못했다. 올 시즌 삼성이 5할 이상의 승률을 누린 것은 단 12일 뿐이었다.
기나긴 연패가 없었던 것은 불행중 다행이지만 무수한 잔 펀치에 골병이 들었다. 3연승 5차례, 4연승은 한 차례 뿐이었던 반면 3연패는 9차례, 4연패를 두 차례 당했다. 특히 반격을 기대했던 6월에 대참사를 당한 게 결정타였다. 6월3일부터 5일까지 한화와의 3연전을 모두 1점차로 패했고 7일 LG전에 차우찬을 투입해 힘겹게 연패를 끊어냈지만 또다시 3연패로 주저앉았다. 6월 중순에는 SK에 스윕을 당했고 6월말 롯데에 다시 한 번 스윕패를 당해 6월에만 세 차례 스윕을 당했다. 롯데전에서는 두 차례의 연장전을 포함해 3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해 더욱 뼈아팠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은 후반기 반전의 가능성마저 앗아갔다. 삼성은 6월 한 달 동안 7승19패 승률 0.269로 곤두박질 쳤는데 이 한 달 동안의 성적이 결국은 한 해 농사를 결정지어버렸다.
구단 운영주체가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구단에 대한 투자가 위축됐고 그런 분위기가 선수들의 심리와 사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서 매번 위기를 정면 돌파했던 삼성의 저력이 사라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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