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한국시리즈 1차전, 역투하는 두산 니퍼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2016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이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니퍼트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마산=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2016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지난달 7일 열린 KIA와 LG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두산과 NC가 맞붙은 한국시리즈(KS)까지 한 가지 구종으로 관통된다. 국내 최고 투수들이 ‘의도적’으로 던지는 하이 패스트볼이다.

특히 두산 포수 양의지는 최고구속이 135㎞를 채넘지 않는 유희관과 호흡을 맞춘 2일 마산구장에서도 하이 패스트볼을 요소요소에 배합하며 NC 타선의 시선을 흐트러뜨렸다. 하이 패스트볼은 두산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의 결정구로도 불린다. 외국인투수들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 역투한 KIA 양현종이나 LG 류제국 등 국가대표급 에이스들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LG 류제국은 “고교졸업 후 미국에 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인-하이(몸쪽 하이 패스트볼)를 잘던질 수 있어야 수준급 투수가 될 수 있다’였다.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왜 그런지 느꼈다”고 말했다.

[SS포토]3회초 수비를 병살로 마물하는 LG 선발 류제국
LG 선발투수 류제국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LG와 NC의 플레이오프 3차전 3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NC 박민우를 병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회전을 제대로 걸어 던지는 몸쪽 높은 공은 타자들을 위축시킨다. 눈높이로 날아들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걷어내야 한다는 의식이 발동한다. 볼티모어 김현수는 “허리 아래로 공이 오면 피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실제로 잘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얼굴쪽으로 공이 날아들면 몸이 얼어 붙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른바 헤드샷을 당하는 타자들은 대부분 스윙을 시작하다 미처 피할새 없이 속수무책으로 맞는 경우가 많다. 볼이 되더라도 타자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으니 투수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공이다.

두려움을 심어 놓으면 타이밍을 빼앗기 용이하다. ‘인-하이’를 의식하다보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는 멀어 보이고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공은 빨리 걷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중심이 앞으로 무너진다. 실제로 하이 패스트볼을 잘 구사하는 투수들은 슬라이더나 컷패스트볼처럼 빠른 변화구보다 커브와 체인지업 등 타자들의 앞 뒤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을 결정구로 던진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타자들이 고전한 이유 중 하나도 하이 패스트볼을 효과적으로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했던 점이다.

[SS포토]무비스타가 된 양의지, \'영화 한판 찍어 볼까요?\'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2016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이 2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양의지가 멋진 스타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마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NC 박민우는 “니퍼트나 보우덴처럼 장신에 타점까지 높은 투수가 던지는 하이 패스트볼은 손에서 떠나는 순간 스트라이크존으로 꽂힐 것처럼 느껴진다. 스트라이크라는 확신을 갖고 스윙을 시작하면 가슴 높이 이상으로 날아든다. 이 공을 치지 않으려고 의식해도 체인지업 등 변화구 타점과 비슷해 나도 모르게 스윙이 나간다”고 말했다. KIA 이범호 역시 “타자들은 항상 낮은 코스를 의식한다. 투수들이 낮게 던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낮은 공은 요즘 타자들의 스윙 궤도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 타격훈련을 할 때에도 높은 공은 치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던지는 높은 공을 정타로 받아친다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이 패스트볼을 목적구로 즐겨 배합하는 양의지는 “타자의 시선을 흐트러뜨리기 가장 좋은 공이 높은 코스로 날아드는 빠른 공이다. KS를 준비하면서 치른 청백전 때 보우덴의 공을 타석에서 본적이 있는데 의도적으로 던지는 하이볼은 도저히 칠 수 없겠더라. 높은 공 하나를 던져 놓으면 볼배합을 할 때 운신의 폭이 크게 넓어진다”고 밝혔다. 이 공을 제대로 던지는 투수가 드물기는 하지만 던질수만 있다면 최고의 공이라는 게 선수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 때문에 극단적인 투고타저 현상으로 전개된 올해 포스트시즌은 10개구단 투수들에게 커다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불펜투구를 할 때부터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는 훈련을 하라고. 그러면 타자들을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빠트릴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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